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18일 일제히 이동통신용 주파수 경매를 미래창조과학부에 신청한다. 각사는 경매가 원하는 대역을 최대한 낮은 가격에 확보하기 위한 ‘비장의 카드’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는 주파수 경매 계획이 확정되기 전부터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전략 수립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특히 실제 경매 시점인 4월 말이 다가옴에 따라 대역별 경우의 수를 따지느라 여념이 없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하루에도 수차례씩 경매 시뮬레이션을 하며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경매 대상은 700㎒, 1.8㎓, 2.1㎓, 2.6㎓ 대역의 총 140㎒ 폭이다.
이중 이른바 ‘황금 주파수’라 불리는 2.1㎓ 대역의 20㎒가 이번 경매의 ‘판’을 결정짓는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해당 대역은 SK텔레콤과 KT가 각각 40㎒, LG유플러스가 20㎒ 폭씩 보유한 상태로, 이번 경매에서 새 구간을 따낸다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광대역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할 수 있어서다. 홍인기 경희대 전자전파공학과 교수는 “이미 확보해 통신 설비 설치가 끝난 대역에서 새 구간을 얻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의 경우 이번에 경매에 나온 2.1㎓의 20㎒ 폭이 원래 이 회사가 사용하던 것을 정부가 회수해 경매에 붙인 것이어서 ‘되찾아와야 한다’는 뜻이 강하다.
만일 3사 모두 2.1㎓ 대역에 대한 확보 의지를 불태운다면 경매는 급격하게 과열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으며, 이럴 경우 경매 비용 역시 껑충 뛰어오른다. 이통사는 원래 확보 중인 주파수의 사용료를 다시(재할당 대가) 내야 하는데, 이번 2.1㎓ 대역의 최종 낙찰가에 연동해 재할당 대가가 산정된다. 낙찰가가 높을수록 SK텔레콤·KT의 비용이 커지는 것이다. 2.1㎓ 대역의 최저 경매가는 다른 대역보다 낮은 3,816억원이지만, 사용 기한이 10년인 다른 대역과 달리 유일하게 5년 밖에 안돼 결코 저렴하다고 할 수 없다.
소모전을 줄이기 위해 글로벌 LTE 공통 대역인 2.6㎓ 대역을 차선책으로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이 부분에서는 3사 중 유일하게 해당 대역의 주파수 40㎒ 폭을 확대한 LG유플러스가 유연한 전략을 쓸 수 있다. 2.1㎓ 대역에서 경매가를 올려 경쟁사의 부담을 키운 뒤 2.6㎓ 대역을 확보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하지만 SK텔레콤이나 KT 역시 비슷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한 주파수 전문가는 “원하는 주파수 대역을 얻는 대신 경쟁사의 비용은 늘리는 것은 (이통사의) 전략 중 하나”라며 “2.1㎓와 2.6㎓의 경매가를 띄워 경쟁사를 교란시키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3사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경매 초기부터 LG유플러스가 2.1㎓, SK텔레콤이 2.6㎓, KT가 재난망과 연관된 700㎒에 집중한다면 예상 외로 큰 과열 없이 끝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