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대에선 중국 문학을 도쿄대에선 17·18세기 일본 한시를 공부했다. 한국의 매운 음식이 맞지 않아 고생도 했다. 그럼에도 10년 가까이 국내에 머물려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 추천 도서로 선정된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에서는 한국문화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소개하며 세계 속 한국의 위상과 역량을 재조명했으며, 지난 2011년 출간된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에서는 속도에 집착하는 한국인들을 위한 조언을 아까지않았다. 지난 27일 서울경제신문 사옥을 찾은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52)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이야기를 들었다.
5년 전과 변함없이 방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임마누엘 교수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한국사회에서) 속도에 집착하는 모습이 더 심해졌다”고 진단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개정판을 낸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했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해답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그는 “지난 2011년 책을 냈을 때 인문학을 강조하는 사회적 흐름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인문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줄어드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인문학이 쇠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른 만큼,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한 국가가 가지는 기술 우위는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럴 경우 국가나 개인은 기술이 아니라 차별화할 수 있는 문화나 정체성에 의해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는데, 문화나 정체성은 방향에 대한 고민 없이는 생겨 날 수 없다고 것이 임마누엘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몇 년 후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상품인 스마트폰을 다른 국가도 개발할 수 있게 된다”며 “성공을 위해서는 기술이 아니라 문화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방향이 속도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왜 속도에 집착하는 걸까. 임마누엘 교수는 “기술의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의식중에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쫓아가려다 보니 방향에 대한 생각을 못한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임마누엘 교수는 방향보다 기술에 천착하는 일은 비단 한국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속도를 쫓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한국의 경우는 다른 나라에 비해 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적어 상대적으로 속도에 좀 더 집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의 고질적인 문제점에 대해 애정 어린 비판을 가하면서도 한국의 발전 가능성을 여전히 믿고 있는 임마누엘 교수는 “한국 전통문화에 담겨 있는 인문학을 잘 활용하라”는 해법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조선 시대의 철학이나 문화 등을 산업적 측면에서만 보지 말고, 인문학적 관점에서 제대로 활용해야 나라를 변화를 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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