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1일 영남권신공항에 대한 사전타당성 연구용역 결과 발표에서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을 내리며 최악의 정치적 후폭풍은 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공항 입지로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중 한 곳이 선정됐다면 지역갈등에 따른 사회적·정치적 분열 양상이 극단으로 치달으며 영남이 둘로 쪼개지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신공항 백지화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 및 사회 일각에서는 차제에 대선을 비롯한 여러 선거공약에서 대형 국책사업을 제외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국토교통부는 사전 용역작업을 진행한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과 함께 이날 오후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현재의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최적의 대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ADPi의 용역 담당자는 “신규 공항 후보지가 선정됐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법적·정치적 후폭풍을 고려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정부 발표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신공항 검토 지시(2006년)→이명박 정부 백지화 발표(2011년)→박근혜·문재인 대선공약 포함(2012년)’ 등을 거치며 무려 10년간 무수한 갈등과 논란을 야기해온 영남권신공항 문제는 마침표를 찍게 됐다.
온 나라를 들쑤실 만한 메가톤급 공약으로 국론분열을 촉발한 사례는 이것만이 아니다. 지난 2002년 대선을 앞두고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 후보가 충청권 표심을 노리고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했다가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견된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013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국민투표’라는 승부수를 던져 총선 승리를 주도했으나 3년이 지난 현재 찬반 양쪽 진영으로부터 모두 비판의 화살을 받으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국가의 운명을 가늠할 만한 대형 이슈를 둘러싼 국내외의 실패사례를 본보기 삼아 앞으로는 국책사업에 연계된 사안은 선거공약에서 제외하는 방안에 사회적 총론을 모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선거 승리를 최우선 목표로 삼는 공약의 특성상 사업의 필요성보다는 표심에 매몰된 포퓰리즘적 발상에서 자유롭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진곤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객원교수는 “엄청난 갈등 비용을 치른 뼈 아픈 사례가 있는 만큼 선거를 앞두고 주요 정당이 합의를 통해 국책사업을 공약에 포함하지 않거나 그게 힘들다면 대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별도의 공약 타당성 검증기구 등을 설치해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모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도 “대형 국책사업 선정이 ‘제로섬 방식’으로 진행되는 한 소모적인 갈등을 피할 길이 없다”며 “차제에 중앙정부 차원의 ‘상의하달’식 의사결정 구조에서 벗어나 사전에 지방자치단체와의 충분한 대화를 거쳐 국책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윤석·박진용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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