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방송되는 KBS2 ‘다큐멘터리 3일’에서는 ‘다시 심장이 뛴다 - 대학병원 흉부외과 72시간’ 편이 전파를 탄다.
고요한 긴장감이 감도는 수술실 속에서 환자의 심장을 뛰게 하고, 숨 쉴 수 있게 하려고 모인 사람들. 대학병원 흉부외과에서의 72시간이다.
▲ 원 하트, 원 팀! 일심동체, 흉부외과!
심장과 폐, 식도 등 갈비뼈 속 모든 장기의 수술을 다루는 흉부외과. 생사를 넘나드는 수술 때문에 각종 의학 드라마의 주요 소재가 되고 있지만 생명에 대한 부담감과 고난도의 수술, 과중한 업무 등으로 의료계에서는 지원율이 높지 않다. 그런데도 소신 있게 흉부외과를 지원한 예비 전문의들은 무엇을 꿈꾸고 있을까? 또한 그보다 앞서 흉부외과의 써전(surgeon)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수술대를 지키는 의사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 오래 기억하지 말되, 잊지는 말라
흉부외과 의사의 하루는 긴장의 연속이다. 언제 촌각을 다투는 환자가 올지 모르기 때문. 갑작스러운 응급상황으로 병원에서 밤을 지새워도 미리 좋은 침대 사놨다고 농담할 여유는 생겼지만 직접 수술한 환자를 결국 떠나보내는 건 여전히 쉽지 않다. 죽음 앞에서는 다들 괴롭고 힘들 뿐, 아름다운 죽음은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하는데. 오늘도 환자의 수술을 준비하는 수술방 문 앞에서 마음을 다잡고 수술 과정을 되뇌어 보는 의사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흉부외과 의사의 숙명을 지닌 그들의 가운은 무겁기만 하다.
▲ 환자의 심장과 함께 뛰는 흉부외과 의사들!
하지만 흉부외과는 생명과 직결된 장기를 다루는 만큼 매력이 있다고. 멈췄던 환자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 때, 인공호흡기를 뽑고 눈을 마주칠 때, 아주 어려운 수술을 잘 해냈을 때 그들은 가장 큰 희열을 느낀단다. 그 보람 하나로 저녁 있는 삶을 포기하는 의사들. 어떻게든 환자를 살리겠다는 생각으로 생명의 최전선에서 밤낮없이 수술대로 달려가는 그들의 72시간을 쫓아갔다.
“심장이 다시 뛸 때, 심장이 다시 뛰어서 혈압을 유지할 때, 중환자실 나가서 인공호흡기 뽑고 환자랑 저랑 눈이 마주칠 때 그때 가장 희열을 느끼죠.”
- 김상필 (교수) -
▲ 흉부외과 예비 전문의들의 드라마틱한 성장기!
모든 과의 전공의가 그렇지만 특히 흉부외과 전공의들에게 집은 당직실이요, 일상복은 수술복이다. 몰리는 스케줄로 인해 하루 내내 그들이 먹은 거라곤 물 한 잔과 식은 피자 한 조각뿐. ‘의학계에서 3D’로 소문이 자자한 흉부외과의 올해 전국 레지던트 전기 모집에서 41명 정원에 24명밖에 지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남들이 기피하는 과인 흉부외과를 선뜻 지원해, 도망가지 않고(?) 있는 예비 전문의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전공의들의 끝없는 고민과 자칭 바보 같은 열정을 엿보았다.
“남들이 보기에 저렇게 잠도 안 자고 밥도 못 먹고 이러면 되게 힘들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저뿐만 아니라 모든 흉부외과 의사들이 다 그렇게 살고 있는데 이유는 한 가지죠. 누군가한테 최선을 다하고 싶은 그 마음 한 가지로 하는 거니까.”
- 최진석(32, 전공의 4년 차) -
▲ 밤사이에 찾아온 위급한 환자!
다른 과보다 응급수술과 가장 직결된 흉부외과. 실제로 촬영 중 다리에 쌓인 혈전이 폐혈관을 막은 폐색전증 환자가 급하게 응급실을 찾았다. 자칫하면 심장마비로 사망할 수 있는 위급한 상황! 퇴근하던 의사는 다시 돌아오고, 오랜만에 잡은 아내와의 약속을 취소한 전임의부터 집에서 밥 먹다 뛰쳐나온 체외순환사까지. 한 명의 환자를 살리기 위해 십시일반 모인 의료진들의 신속한 수술 덕분에 가까스로 정신 차린 최하영(39) 씨는 고마운 마음에 의료진들을 향한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저는 진짜 마지막인 줄 알았어요. 저희 식구들 쫙 보이면서 ‘마지막 말을 하고 가야 하나?’ 하며 정신을 잃었는데 눈 뜨고 나서 ‘살았구나’하는 생각이. 제가 이렇게 생사의 길을 왔다 갈 줄 몰랐는데 너무 고맙습니다. 제 은인들이세요, 다들.”
- 최하영(39) -
[사진=KBS 제공]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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