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제품이 ‘저가 불량’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값싸고 질 좋은 신상(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1980년대 이후 중국 정부가 나서 신산업에 전폭적으로 투자하고 진공청소기처럼 세계 인재들을 영입한 결실이다. 중국의 맹추격을 따돌리려면 한국도 긴 호흡에서 연구개발(R&D)과 인재 투자에 나서되 민간기업이 주도하고 정부가 뒷받침하는 체계를 통해 성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공격적인 R&D 투자를 바탕으로 산업경쟁력을 높여왔다. 중국의 R&D 지출은 2005년 국내총생산(GDP)의 1.31%인 2,450억위안이었지만 9년 만인 2014년에는 이보다 5.3배 많은 1조3,015억위안(한화 약 214조원, GDP의 2%)까지 치솟았다. 장기간 천문학적인 투자를 해온 결과 중국은 자동차·조선·가전·통신기기 등 업종에서 세계 생산 비중 1위(2015년 기준)에 올랐다. 한국과 기술·품질 격차도 업종별로 1~2년까지 좁혔다. 특히 중국이 전기차나 크루즈선, 심해저 해양플랜트, 고정밀기계 같은 신산업 분야를 육성하면서 오는 2021년에는 석유화학과 철강·가전 부문 신산업 경쟁력은 한국과 중국 간 차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신감을 얻은 중국은 내친김에 오는 2025년까지 독일·일본 수준, 2035년 세계 최대 제조 강국 지위에 오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처럼 발 빠른 중국의 진화에 맞대응이 늦어지면 밀릴 수 있는 위기 상황이다. 중국과의 신기술 경쟁에서 승리하고 대중 무역 흑자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30년 앞을 내다보는 기업과 정부의 R&D 투자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이 무역 보복으로 수많은 한국 상품을 보이콧 하는 와중에도 삼성전자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제품을 살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대체 불가능한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최선책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R&D는 어떤 무역장벽도 무력화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라면서 “정부가 끌고 기업이 미는 방식으로 R&D 투자를 늘려나가되 10년·20년·30년 단위로 단계별 전략을 세우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수요 중심의 R&D 과제를 발굴하고 보다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게 기업이 그 중심에 서야 한다고 전문가들도 입을 모은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는 시범사업이나 초기 시장조성을 통해 신산업 창출 기반을 닦아주되 낡은 법규나 기준 등이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규제 완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임진혁기자 신희철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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