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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동네 빅맥 판매량까지 분석하는 화웨이 스마트시티..ICT패권 손아귀에

■ 현지에서 본 미래 중국 경제의 힘

천문학적 R&D 투자로 '4차산업혁명 혈맥' 5G 기술표준 노려

전기차 1위 BYD는 2,000만원대 원격조종 모델 양산 초읽기

"中발전속도 상상초월...한국, 차별화 전략 없으면 시장서 도태"

중국 선전 화웨이 본사에 구축된 스마트그리드 경험센터 모형 앞에서 서울경제신문 특별취재팀으로 참가한 이희옥(왼쪽부터)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과 조철 산업연구원 중국산업연구부장,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선전=이호재기자




선전시 룽강구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 본사. 1층에 들어서자 가로 5m 크기의 초대형 스크린이 눈에 들어왔다. 화면에는 첨단도시에 빼곡하게 들어선 고층빌딩들의 모습이 3차원 영상으로 떠 있다. 화면 오른쪽에 위치한 작은 건물에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맥도날드의 금빛 아치 로고와 함께 테이블별로 앉아 있는 사람 수부터 어떤 주문이 들어갔는지를 보여주는 숫자까지 표시돼 있다. 이곳은 화웨이와 협력사들이 만든 3세대 중앙통제센터. 화웨이 관계자는 “우리가 사용하는 첨단 폐쇄회로(CC)TV는 길에 걸어가는 쌍둥이까지 인식할 수 있다”며 “3세대 버전에서는 동공으로 사람을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화웨이가 구축한 스마트시티의 모습이다. 전시관에는 스마트시티에서 시작해 ‘교육-의료-물류(고속철도)-에너지-디지털 오일&가스-뱅킹-제조-미디어’ 순으로 섹터가 나열돼 있다. 각각 화웨이 통신장비와 협력사들이 합작한 솔루션으로 운영되는 체계다. 서울경제신문 취재단과 함께 이곳을 방문한 조철 산업연구원 중국연구부장은 “여기를 한 바퀴만 둘러봐도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 부상을 왜 싫어하는지 알겠다”고 했다.

하지만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이 전시관이 화웨이의 미래 주력산업은 아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해 다른 건물 지하 1층으로 내려가자 운동장 만한 크기의 공간 벽면이 구름 형상을 띄운 액정표시장치(LCD)로 연결돼 있다. 공간 전체를 뒤덮은 듯한 구름 사이로는 ‘5G is now’라는 문구가 떠 있다. 3세대 중앙통제센터가 화웨이와 협력사들이 지금도 할 수 있는 통신 솔루션들을 전시한 곳이라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사물인터넷(IoT)을 가능케 하는 화웨이가 열어갈 미래는 ‘5G·클라우드·인공지능(AI)’이라는 의미다.

초고속통신 기술인 5G는 미래 산업인 자율주행차와 로봇·무인기(드론), 스마트시티 등 4차 산업혁명의 혈맥이다. 드론부터 정밀기기, 범죄예방 시스템, 스마트공장 등 앞서 전시관에 있던 모든 것들이 화웨이의 통신기술과 클라우드 솔루션으로 이뤄진다. 전시관 벽면에는 이 같은 솔루션을 화웨이와 함께 제공할 수백 개의 중국 협력사들이 나열돼 있다. 조 켈리 화웨이 부사장은 “우리는 감자밭의 수분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도 파악해 생산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화웨이는 모든 것(all thing)을 센서로 감지해 모든 것을 연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기술력으로 세계 1위로 올라선 화웨이를 우리가 대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LG유플러스는 이미 화웨이의 5G 통신장비 도입을 조율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약 101조원으로 삼성전자의 절반 수준인 화웨이는 연구개발(R&D)에 매출의 10% 이상인 15조원 이상을 쓴다. 지난해에는 이 비중이 14.6%에 달했다.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평균 7% 수준이다. 켈리 부사장은 “이익의 최소 10% 이상을 쓰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투자를 많이 할수록 더 많이 팔 수 있다”고 말했다.



더 중요한 것은 5G 통신세대의 글로벌 기술표준을 노리는 화웨이가 빨아들일 빅데이터다. 화웨이 본사 방문을 마친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은 “통신장비와 솔루션은 이윤을 남기지 않고 줘도 된다. 대신 빅데이터를 쌓으면 화웨이는 어느 동네에 어떤 햄버거를 팔면 성공하는지까지 알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통제하는 중국은 개인정보 문제 없이 모든 빅데이터의 기초를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선전 BYD 본사 전시관에서 한 직원이 전기차 ‘진’을 원격 조종할 수 있는 리모컨을 들어 보이며 내부를 설명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선전=이호재기자


화웨이에서 중국이 장악하는 ICT의 미래 단면을 목도한 취재단은 화웨이에서 한 시간 반 정도 거리에 있는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 본사를 찾았다. 취재단은 해외 언론에 좀처럼 공개되지 않는 BYD 전시관 안에서 고급차 모델인 ‘당’을 비롯해 중국 역대 왕조의 이름을 딴 송·진 등의 전기차 모델을 둘러볼 수 있었다. BYD 직원이 리모컨으로 ‘진’의 시동을 걸어 원격조종 시범을 보이면서 BYD가 이 기술을 이미 수년 전부터 양산차에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고급차 BMW 5시리즈의 최상위 모델에만 들어가 있지만 원격조종이 가능할 진 차량의 가격은 약 16만위안(2,600만원)에 불과하다. 보조금과 비보조금을 막론하는 중국 당국의 공격적인 전기차 육성정책에 힘입어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다. 세계적 부호인 워런 버핏(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은 물론 삼성전자도 5,000억원을 BYD에 투자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조철 중국연구부장은 “엔진과 미션 등 파워트레인이 없고 배터리 기술이 중요한 전기차는 중국이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는 산업”이라며 “중국이 투입하는 자원과 추격 속도를 보면 우리는 어떻게든 중국 제품과 차별화할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경우·서민준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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