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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중국자본]헐값에 깔아주고 기술표준 강요...민낯 드러낸 中고속철굴기

중국식 패권주의에 각국 반발

태국 고속철 사업 무기한 연기

인니·멕시코도 프로젝트 백지화





인프라 투자를 명분으로 한 일대일로 프로젝트 중에서도 중국이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는 철도 인프라 수출 사업이다. 중국은 베이징~톈진 구간 첫 고속철의 테이프를 끊은 지난 2008년 이후 10여년 동안 ‘고속철 굴기’라는 선전과 함께 철도 인프라 수출에서 빠른 진전을 보여왔다. 하지만 교통 인프라 건설과 지역 경제 발전을 명분으로 한 고속철 수출 사업이 실상은 차이나머니를 전면에 내세워 전 세계 시장에 중국식 기술을 침투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지적이 서방 언론뿐 아니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같은 중화권 매체들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고속철 사업이 첫발을 뗀 후 중국이 전 세계 102개국에 1,430억달러에 달하는 고속철과 철도 관련 수주 계약을 맺으며 올 1·4분기 말 전 세계 고속철 시장의 66%를 장악하는 외형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선전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중국의 고속철 사업이 급성장한 것은 유럽 등 서방 기업들의 4분의3에 불과한 저가 수주로 경쟁자를 따돌리고 기술수출과 투자금 지원혜택 등까지 약속하며 적극적인 공세를 퍼부은 결과다. 하지만 고속철 굴기 신화의 가장 큰 동력이 된 것은 해외 순방 때마다 중국 고속철 도입 압박공세를 펴는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의 세일즈 외교 행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시 주석은 2014년 남미 방문 당시 이 지역 국가들과 태평양과 대서양 연안을 연결하는 남미대륙 횡단철도 건설에 합의했다. 리 총리는 태국·아프리카·남미·인도 등에서 사업협력 협정을 성사시켰다.



특히 중국은 중국 고속철을 전 세계 표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차이나머니를 동원한 적극적인 외교전을 펼쳤다. 그 결과 2015년 국제표준화기구(ISO) 이사회 의장과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사무총장을 중국인으로 앉히며 국제 기술표준 시장에서 중국의 입김을 강화했다. 중국 당국은 그해 ‘표준화 업무개혁 심화방안’까지 내놓으며 중국 고속철 등 첨단산업 분야에 대한 차이나 스탠더드의 국제화에 전력을 기울였다. 당시 톈스훙 국가표준화위원회 주임은 “1988년 중국표준화법이 제정된 후 새로운 이정표”라고 자찬했다.

하지만 중국의 대표적인 굴기 중 하나로 상징되는 고속철 수출 사업은 이면에 가려졌던 중국의 민낯이 확인되면서 세계 곳곳에서 제동이 걸리는 분위기다. 태국의 경우 수도 방콕과 동북부 나콘라차시마를 연결하는 250㎞의 고속철 건설 사업이 지난해 사업 시작을 앞두고 계획 자체가 무한 연기됐다. 동남아시아에서의 첫 고속철 수출 계약이던 인도네시아 고속철 사업도 2016년 착공식 이후 역시 사업비와 현지 토지 수용 등의 문제로 난관에 맞닥뜨린 상황이다. 2015년 시 주석 방미의 최대 성과물이던 로스앤젤레스~라스베이거스 구간 고속철 사업도 이듬해 미국 측의 계약 취소로 무산됐다. 2014년 멕시코에서 수주한 사업은 멕시코 정부가 입찰 과정의 불투명성을 내세워 프로젝트를 백지화했다.

중국 고속철 사업의 잇따른 무산은 저가 수주를 가능하게 한 중국식 자본 공세의 맹점이 드러나면서 중국의 패권주의와 팽창주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고속철은 다른 경쟁사 대비 20% 이상의 가격 메리트가 있지만 아프리카와 동남아·남미 등 개발도상국에는 여전히 큰 부담이다. 여기에 해당 국가의 실질적 이익은 고려하지 않고 중국의 고속철 표준을 강요하며 시장을 잠식하겠다는 중국식 신패권주의에 대한 반발도 크다. 서울경제신문의 창간기획 특별취재팀에 참가한 조철 산업연구원 중국산업연구부장은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한 고속철 수출 사업 등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사업들이 세계 곳곳에서 하나둘 문제점이 드러나며 적지 않은 반발을 받고 있다”면서 “고속철과 원자로 사업 등에서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중국의 민낯이 드러나는 이 같은 상황을 주목하며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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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병문 기자 국제부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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