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대기업이 하는 사업이면 정부가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안이한 생각을 고집하다가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산업도 중국에 추월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중국산업연구부장은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열린 중국 관련 좌담회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 등 우리가 세계적으로 잘하는 분야에서 중국이 빠른 속도로 쫓아오고 있다”며 “대기업이 하는 산업이라고 방치할 게 아니라 더 집중적으로 육성해 미래 먹거리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우리 기업들은 디스플레이의 액정표시장치(LCD)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의 BOE·CATL 등 기업에 세계 선두 자리를 내줬다.
특히 신소재 등 기초기술 부문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부장은 “기초기술 개발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중국 정부는 일찌감치 기초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체계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중심의 혁신·창업 생태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은 “중국은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중소기업과 연구개발 협업, 공동 사업 진출을 하면서 윈윈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일례로 정보기술(IT) 공룡 텐센트는 전국 25개 도시에 ‘중창공간’이라는 인큐베이션 센터를 만들어 창업가를 지원하고 있다. 중국 최대의 하드웨어 엑셀러레이터 잉단은 코고바이라는 대기업의 자회사다.
엄 실장은 “우리는 대기업이 하는 일은 일단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식이 많다”며 “대기업에서 스타트업, 벤처기업과 협업해 시너지를 낼 수 있게 정부가 북돋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부장은 “한국은 아직 정부가 창업이나 중소기업 정책을 주도하는데 중국은 이런 분야를 민간과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다”며 “정부는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되 나머지는 민간에서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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