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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20조여원 SOC에 예타 면제… 4대강 사업보다 많아

김천∼거제간 남북내륙철도·평택∼오송 복복선화 사업 등

경기도 포천 주민들이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7호선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총사업비가 24조1,000억원에 달하는 23개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기로 했다. 전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 사업 가운데 연구개발(R&D)사업 3조6,000억원을 제외한 20조5,000억원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다.

당장 문재인 정부가 “토건 사업을 통한 경기부양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과거 약속을 뒤집고 선심성 정책으로 막대한 예산 낭비를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문 정부는 출범 후에도 29조5,927억원 규모의 사업에 예타를 면제한 바 있다. 이번 발표 내용까지 더하면 예타 면제 사업비는 총 53조7,000억원에 이른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예타 면제가 과거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사례와 유사하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명박 정부는 2008~2012년 88건의 사업, 총 사업비 60조3,000억원에 대해 예타를 면제했다. 4대강 사업의 경우 전체 예산 22조2,300억원 중 19조7,600억원 규모의 사업에 대해 예타를 면제했다. 이번 예타 면제 사업비가 4대강 사업보다 더 큰 셈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은 “촛불정신을 계승한다는 문재인 정부가 자신들이 과거 토건적폐로 비판했던 이명박 정부의 예타면제를 따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추진방안을 확정하고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대상 사업을 의결, 신속하게 추진할 방침이다. 철도, 도로사업은 올해 예산으로 기본계획을 추진하고, 연구개발(R&D), 공항 건설 등은 내년 예산에 반영한 뒤 추진하며 2019~2024년 국가재정 운용계획 수립에도 반영해 중장기적인 계획도 마련한다.

정부는 기업과 일자리, 연구개발 투자가 수도권에 집중되며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성장격차가 늘어났다고 보고 지역 성장발판 마련을 위해 전략적 투자에 나섰다. 예타 면제 대상 사업은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되 사업계획이 구체화해 신속 추진이 가능한 사업 중 선정됐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신청을 우선 고려했으나 대체사업도 포함했다고 밝혔다.

특히 거제, 통영 등 경남과 울산, 전북 군산, 전남 목포 등 고용·산업위기 지역의 어려움도 크게 반영됐다. 반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사업은 제외됐다. 이번 프로젝트의 취지가 지역균형발전인 점을 고려한 결과다. 다만 수도권이어도 낙후된 접경지역을 배려해, 경기 북부 외곽에서도 철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시철도 7호선을 접경지역인 포천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R&D 투자 등을 통한 지역 전략사업 육성을 위해 선정된 여비 타당성 면제 사업은 3조6,000억원 규모다. 여기에는 전북 상용차 혁신성장과 미래형 산업 생태계 구축(2,000억원), 광주 인공지능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4,000억원), 전남 수산식품수출단지(1,000억원) 등이 포함됐다. 14개 시·도별로 48개 지역희망 주력산업을 지정, 해당 분야 지역 중소기업에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지역특화산업육성에는 1조9,000억원을, 시도별 스마트특성화 기반 구축에는 1조원을 각각 예타 없이 투자할 방침이다.

지역 산업을 뒷받침할 도로·철도 등 인프라 확충을 위한 예타 면제사업은 5조7,000억원 규모로 석문산단 인입철도(9,000억원), 대구산업선 철도(1조1,000억원), 울산 외곽순환도로(1조원), 부산신항∼김해 고속도로(8,000억원), 서남해안 관광도로(1조원), 영종∼신도 남북평화도로(1,000억원), 새만금 국제공항(8,000억원) 등이 대상이다.

전국 권역을 연결하는 광역 교통·물류망 구축을 위한 예타면제 사업은 10조9,000억원 규모다. 대상은 수도권과 경남북 내륙을 연결하는 김천∼거제 간 고속 간선철도인 남북내륙철도(4조7,000억원), 호남선과 강원권을 연결하는 충북선 철도 고속화(1조5,000억원), 세종∼청주 고속도로(8,000억원), 제2경춘국도(9,000억원), 평택∼오송 복복선화(3조1,000억원) 등이다.

또 환경·의료·교통 등 지역주민의 삶의 질 제고를 위한 예타 면제사업이 4조원 규모로 진행된다. 제주 공공하수처리시설 현대화(4,000억원), 울산 산재전문공공병원(2,000억원), 대전도시철도 2호선(7,000억원), 도봉산 포천선(1조원), 동해선 단선 전철화(4,000억원), 국도 위험 구간 개선(1조2,000억원) 사업 등이 대상이다.

한편 정부는 타당성 점검이 필요한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대상 사업으로 선정했다. 여기에는 제천∼영월 고속도로(1조2,000억원), 문경∼김천 철도(1조4,000억원), 경전선 광주 송정∼순천 전철화(1조7,000억원) 등의 사업이 포함됐다. 또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등 민자사업에 대해서는 민자 적격성 조사를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다. /이다원 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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