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광물자원공사가 보유한 알짜 구리광산 ‘코브레 파나마’ 지분이 상업생산을 불과 1년 앞두고 외국 기업에 넘어가게 됐다. 지난해 3월 자원공기업이 보유한 해외자원개발 자산을 모두 매각하라는 정부 방침이 발표된 후 광물공사는 부실자산을 팔지 못하고 알짜자산만 연이어 해외로 매각하는 역설적 상황에 처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광물공사가 최근 코브레 파나마 광산 지분 10% 매각에 대한 입찰을 진행한 결과 중국 등 외국 기업만 입찰한 것으로 확인됐다. 입찰에는 4~5개 업체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의 경우 광물자원 업체가 아닌 투자은행(IB) 업체가 사업정보를 요청하며 관심을 보였지만 최종 입찰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오는 5월까지 최종 매각 일정이 마무리되면 코브레 파나마 광산 지분은 결국 외국 기업으로 넘어가게 된다.
코브레 파나마 프로젝트는 파나마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서쪽으로 120㎞ 떨어진 콜론주(州) 도노소시에 위치한 구리광산 사업으로 해외자원개발 중 성공사례로 평가된다. 구리 매장량은 약 32억톤으로 세계 10위권 수준이다. 게다가 광물공사가 사업 참여 10년 만인 올해 2월 시험생산에 돌입한 뒤 1년 뒤면 상업생산이 가능해 사업의 리스크도 대부분 해소된 상황이다. 상업생산에 돌입하면 연간 3만5,000톤의 구리를 확보할 수 있다.
이 같은 알짜 광산임에도 이번 매각에서 제값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부가 광물공사의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가격’보다는 ‘매각 우선’ 방침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최대 1조5,000억원도 가능하다고 보지만 정부의 확고한 매각 방침에 실제 매각가는 60%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광물공사의 부채규모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알짜자산만 해외로 빠져나가는 데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코브레 파나마 프로젝트의 지분 입찰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은 이전부터 나왔다. 국내 자원개발 업계 중 공기업인 광물공사를 제외하면 민간 대기업은 포스코인터내셔널과 LG상사·삼성물산 정도인데 이들마저 1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인수할 여력이 부족한데다 적폐로 낙인 찍힌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할 유인도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민간기업들은 광산 지분과 광물 판매권을 분리 매수하는 조건을 제시했지만 결국 불발됐다. 국내 IB 업계도 관심을 보였지만 최종적으로는 참여하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12월 호주 물라벤 광산과 3월 미국 로즈몬트 동광사업에 이어 알짜 해외개발 자산이 또다시 해외에 매각될 처지가 됐다. 광물자원 업계에서는 광물공사가 멕시코 볼레오 동광사업 같은 부실자산을 먼저 처분하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볼레오 동광사업은 광물공사가 지금까지 1조6,481억원을 투입했지만 아직 정상적인 생산단계에 진입하지 못해 운영비 부담만 커지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일단 알짜자산이라도 팔아서 광물공사의 부채규모를 줄인 뒤 광해관리공단과의 통합 등으로 정상화할 생각이지만 경쟁력을 잃으면 다시 일어설 가능성도 사라지게 된다”며 “광물공사가 좀 더 시간을 갖고 부실자산을 매각할 수 있도록 지원해 알짜자산을 남기는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입찰자가 많이 들어왔다는 것은 그 자산이 괜찮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도 “자본잠식 상태인 광물공사가 자산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도 감당할 수 없다면 자산을 매각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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