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국채 조달금리가 2005년 이래 최저치로 떨어진 가운데, 그리스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지고 있는 채무의 조기 상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미트리스 차나코풀로스 그리스 정부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간) “그리스는 IMF에 빚진 금액 96억 유로(약 12조3,000억원) 가운데 상당 액수를 예정보다 빨리 갚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발표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그리스 재무장관이 크리스틴 라가드르 IMF 총재를 미국 워싱턴DC에서 만난 직후 나온 것이다. 이날 그리스 국채 10년물 금리는 3.28%로 떨어져 1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리스가 IMF의 부채를 조기 상환하려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구제금융 기구와 유럽연합(EU) 행정부인 EU 집행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두 기구의 고위 관료들은 이미 그리스 정부의 구상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스 정부는 IMF에 채무를 조기에 상환함으로써 절감되는 예산을 사회 취약층을 지원하는 데 쓸 계획이다. 중도좌파 성향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그리스 집권당은 내달 실시되는 유럽의회 선거, 하반기에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야당에 지지율이 큰 폭으로 뒤처져 있어, 인기를 만회하기 위한 정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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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코풀로스 대변인은 현지 언론에 “IMF에 지고 있는 빚은 이율이 5.1%에 달한다”며 “이자 비용을 낮추면 사회의 취약 계층을 도울 수 있는 재정적 여유가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2010년 재정 위기로 국가부도 직전까지 몰렸던 그리스는 EU와 IMF 등 국제채권단으로부터 3차례에 걸친 구제금융을 받아 힘겹게 나라 살림을 꾸린 지 8년 만인 작년 8월에 구제금융을 졸업했다.
수년에 걸친 긴축과 경기 후퇴, 실업난에 시달리던 그리스 경제는 구제금융 졸업 이후 현저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국채 금리는 내려가고 증시는 상승세를 타는 등 호조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는 아직 국내총생산(GDP)의 약 180%에 달하는 국가부채를 안고 있고, 국가신용 등급도 투자 등급 아래에 머물러 있어 경제 상황을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분석이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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