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제2 국민투표’ 가능성을 포함한 새로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합의 법안을 내놓았다. 메이 총리가 그동안 ‘절대 수용불가’ 입장을 고수해온 제2 국민투표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앞서 세 차례나 합의안을 거부한 의회를 설득하고 노동당 등 야권과의 오랜 교착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마지막 도박’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메이 총리의 최후의 결단에도 의회는 여전히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어 이 법안도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21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영국 매체들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이날 새로운 ‘탈퇴합의 법안(withdrawal agreement bill)’의 골자를 발표했다. 100쪽에 달하는 정식 법안은 다음달 초 의회에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메이 총리는 “이번 협상안이 브렉시트를 이행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의회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공개된 네번째 탈퇴합의 법안의 내용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하원이 ‘제2 국민투표’ 실시 여부를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단 메이 총리의 최후 합의 법안을 의회가 먼저 수용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그는 “개인적으로 제2 국민투표에 반대하지만 하원에는 이를 진심으로 원하는 의원들이 있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자신이 대승적 관점에서 국민투표를 받아들였으니 의회도 일단 법안을 통과시켜달라는 타협안인 셈이다.
새 합의 법안은 이 밖에 상품 분야에 한해 일시적으로 유럽연합(EU) 관세동맹 잔류를 허용하고 오는 2020년까지 아일랜드와 영국령에 속한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의 대안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사실상 마지막이 될 메이 총리의 이번 제안에 노동당을 포함한 야당과 여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는 여전히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새 법안은 의회에서 세 번이나 거부당한 오래되고 나쁜 안을 재포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날 선 비판을 했다. 이 때문에 새 법안도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영국 주요 언론들의 관측이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은 이날 영국이 오는 10월 말께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 확률이 종전의 15%에서 25%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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