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불화설이 불거진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18일 한껏 몸을 낮췄다. 김 차장은 이날 트위터에 “외교안보 라인 간 이견에 대한 우려들이 있는데 제 덕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앞으로 제 자신을 낮추고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강 장관이 지난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차장과의 ‘불화설’을 인정한 지 이틀 만이다. 청와대가 직접 갈등 진화에 나선 데 이어 김 차장의 반성문까지 나온 셈이다.
김 차장의 이날 언급은 외교적으로 매우 민감한 시기에 불거진 외교안보 라인 간 불화설을 잠재우기 위함으로 보인다. 동시에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이후 여론의 분위기에 매우 민감해진 청와대 내부의 기류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에 대한 국가보훈처의 ‘공상’ 판정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하고 대통령 개별 기록관 설립을 사실상 무효화하는 등 논란이 생길 때마다 빠른 수습에 나서고 있다.
김 차장은 이날 “소용돌이치는 국제정세에서 최선의 정책을 수립하려고 의욕이 앞서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강 장관에 이어 김 차장도 외교부와 청와대 안보실 간의 갈등이 있었음을 에둘러 인정한 셈이다.
강 장관과 김 차장의 불화설은 외교가에서는 이미 몇 달 전부터 퍼져 있었으나 16일 국회 외통위를 통해 공식화했다. 강 장관은 당시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옛날에 김현종 차장하고 다투신 적 있었죠? 4월에”라고 묻자 “부인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인정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김 차장이 무슨 외교부 직원들을 불러다 혼내고 말이지, 심지어는 두 분이 막 싸우다가 영어로 싸웠다는 얘기도 있고 그래요”라고 밝혔다.
외교가에 따르면 실제 이 같은 언쟁이 벌어진 것은 4월 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 때로 당시 김 차장이 외교부에서 작성한 문건이 미흡하다며 외교부 직원을 강하게 질책하자 강 장관이 ‘우리 직원에게 소리치지 말라’며 언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이에 김 차장이 영어로 “It’s my style(이게 내 방식이다)”이라고 대꾸하면서 두 사람의 언쟁이 이어졌다. 호텔 내부에서 벌어진 이 언쟁을 목격한 일반인들도 여럿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날 김 차장의 언급은 본인의 뜻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순수히 김 차장이 본인 판단에 따라 글을 올린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다만 조 장관 임명 이후 여론의 동향을 예의 주시 중인 청와대 내부의 엄중한 분위기를 김 차장도 외면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란 관측이 뒤따른다./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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