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이후 반년간 멈춰 섰던 검찰개혁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검찰개혁안의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여부에 따라 이르면 오는 28일에 본회의 의결이 가능해진 상황에서 정치권이 숨 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다만 자유한국당은 검찰개혁안의 법사위 심사를 생략할 수 없다며 거세게 맞서고 있어 여야 간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 외에도 국회선진화법 검찰 수사와 선거제 개혁 등이 검찰개혁 문제와 맞물린 만큼 정치권은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할 과제를 떠안았다.
여야는 8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찰개혁 법안이 법사위에서 심사되는지 여부를 두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사법개혁특위 법안이 법사위 법안으로 이어받을 경우 90일 부분에 대해서는 입법불비(立法不備·입법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함)라는 것이 공식적인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앞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기간인) 180일 기한이 끝나는 10월28~29일이 되면 얼마든지 본회의에서 표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 데 반박한 것이다.
법사위 심사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이유는 이에 따라 검찰개혁안이 이르면 28일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어서다. 국회법에 따르면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법안은 해당 상임위에서 180일, 법사위에서 90일 심사한 후 본회의에서 60일간 부의 과정을 거쳐 표결한다. 현재 검찰개혁안은 지난 4월29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28일이면 상임위 심사 기간이 종료된다. 여야는 ‘법사위 심사 여부’를 두고 대치하고 있다. 민주당은 “사법개혁 법안은 원래 법사위 소관이어서 심사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국당은 “체계·자구 심사를 생략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여야는 당 대표, 원내대표가 각각 검찰 개혁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며 관련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나 원내대표는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해 다음주부터 원내대표와 각 당에서 관계위원들을 지정해 3+3 회의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3당 원내대표와 각 당 법사위원들이 함께 검찰개혁에 대해 토의하는 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당 대표를 중심으로 한 정치협상회의가 발족하기도 했다. 7일 국회 각 당 대표들의 정례회동인 초월회에서 사법개혁과 선거제도 등 정치개혁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여야는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며 일단 협상의 물꼬를 튼 것으로 보인다. 7일 3당 원내대표 회동 이후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브리핑을 통해 “(직접수사 축소라는) 정부의 방향에 동의하기 때문에 충분히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검찰의 직접수사를 줄이기로 합의할 경우 현재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찰청법 개정안이 수술대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개정안 제4조 1항 1호 가목이 규정한 검사의 수사 대상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패범죄·경제범죄·공직자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범죄 등 중요 범죄’다. 이 항목을 삭제함으로써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를 요구해온 것은 우리 쪽이었다”며 개정안 수정 논의를 반기고 있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동시에 올라 있는 두 가지 공수처 안을 어떻게 심사할지도 관심사다. 4월 패스트트랙 지정 당시 바른미래당은 백혜련 민주당 의원의 공수처법 안과 함께 자당의 권은희 의원이 제안한 공수처법을 함께 패스트트랙에 올리자고 제안했다. 법안 제출 시한에 쫓겨 협상이 중단되는 바람에 바른미래당의 견해가 들어가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이며 현재 두 가지 안이 동시에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상황이다. 두 안을 병합 심사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권한 여부를 두고 여야 간 협상이 필요하다.
여야가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법에 대한 논의를 마쳐도 이것이 본회의 의결로 직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검찰개혁 법안들이 선거제 개편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만큼 여야가 둘 중 하나만을 통과시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어 검찰개혁 법안을 처리하되 선거제 개편은 통과시키지 않는 ‘정치적 거래’를 단행할 수도 있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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