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시사한 데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저격병 낙하산 침투훈련을 지도하며 군 행보로 답했다.
이는 연말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인 만큼 북미가 대화 재개를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신경전을 벌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낙하산 침투가 적의 후방을 교란하는 작전으로 주로 쓰이는 전술인 점을 보면 대미 및 대남 상대 무력시위 성격으로 분석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공중훈련 연기 발표가 난 지 10시간 만인 17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에게 신속하게 행동에 나서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취지의 트윗을 게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트윗에서 북한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미친개’라고 비난한 데 대해 언급하면서 “나는 당신(김 위원장)이 있어야 할 곳에 데려다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며 “당신은 빨리 행동해야 하며 합의를 이뤄야 한다. 곧 보자!”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비난했다는 한 케이블TV 진행자의 트윗을 이날 끌어다가 “위원장님, 조 바이든은 졸리고 아주 느릴 수는 있지만 ‘미친개’는 아니다. 그는 사실상 그보다는 낫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바이든 전 부통령을 ‘졸린 조’라고 불러왔음을 떠올리게 하며 김 위원장의 비난의 의미를 축소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북발언은 정경두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태국에서 가진 회담에서 이달 예정된 한미 연합공중훈련 연기를 결정하고 이 내용이 발표된 지 10시간 만에 나온 것으로 관심을 끈다. 특히 ‘곧 보자!’는 언급을 통해 북한이 원하는 정상 간 톱다운 방식의 메시지를 북한에 준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내년 재선을 앞두고 외교적 성과를 내는 데 혈안이 된 트럼프 대통령이 연말 시한을 넘길 경우 북한 리스크 관리가 어렵다고 판단한 데 따른 행보로 풀이된다. 동시에 대미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완고하게 버티는 북한의 태도변화를 촉구한 것으로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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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해 김 위원장은 화답 대신 저격병들의 낙하산 침투 훈련 지도라는 군 행보로 응수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6일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비행지휘성원들의 전투비행술경기대회-2019’ 참관한 데 이어 이틀 만에 또 다시 군 행보를 이어갔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대화 재개 메시지에 군사력을 과시한 것은 제재완화 등 미국의 상응 조치를 촉구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관측된다. 실제 비핵화 실무협상을 담당하는 김명길 북한 순회대사는 지난 14일 담화를 통해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 개설이 부차적인 문제라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제재완화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18일 “김정은 동지께서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저격병구분대들의 강하훈련을 지도하시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번 훈련은 “저격병들이 생소한 지대에 고공 침투하여 전투조 단위별로 정확한 점목표에 투하하여 습격전투 행동에로 이전할 수 있는 실전 능력을 정확히 갖추었는가를 판정하는 데 목적을 두고 경기 형식으로 진행되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저격병과 낙하산 침투는 적의 후방 기지를 교란하는 작전을 의미하는 만큼 미국을 향해 군사능력을 과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김 위원장은 “저격병들이 강하를 정말 잘한다”며 “불의에 떨어진 전투명령을 받고 생소한 지대에서 여단장, 정치위원들이 직접 전투원들을 이끌고 능숙한 전투 동작들을 펼치는데 정말 볼멋이 있다(흥미롭다). 용맹스럽고 미더운 진짜배기 싸움꾼들”이라고 호평했다. 이어 “훈련과 판정을 해도 이처럼 불의에, 규정과 틀에만 매여달리지 말고 실전과 같은 여러 가지 극악한 환경 속에서 진행하여 실지 인민군 부대들의 전쟁준비 능력을 향상시키고 검열 단련되는 계기가 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유사시 싸움마당이 훈련장과 같은 공간과 환경에서만 진행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전투원들이 언제 어떤 정황이 조성되여도 맡겨진 전투 임무를 원만히 수행할 수 있게 준비시키는 데 중심을 두고 훈련 조직과 지도를 실속있게 진행하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인민군대를 백전백승의 군대로 육성하자면 훈련 혁명의 기치를 계속 높이 추켜들고 나가며 한 가지 훈련을 해도 전쟁 환경을 그대로 설정하고 여러 가지 불의적인 정황들을 수시로 조성하면서, 실용적이며 참신한 실동 훈련을 강도 높이 벌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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