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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선의 부동산 TMI] <5> 다가구·다세대, 왜 분리됐을까

개조 후 세 놓는 단독주택, 다가구 규정

집값 폭등 서민주거 불안에 '제도권'으로

/그래픽=진동영기자




여기 이른바 ‘빌라’라고 부르는 건물 두 동이 나란히 있다. A동도 B동도 각 3개 층, 똑같이 6가구가 살고 있다. 외관도 비슷해 얼핏 보면 구분이 안갈 정도다. 하지만 등기부를 확인해보면 한 쪽은 다세대, 한 쪽은 다가구로 기록돼 있다. 겉으로 봐선 별 차이가 없는데, 왜 등기부엔 다른 이름으로 적혀있는 걸까. 이 둘은 언제부터 다른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일까.



◇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의 이종교배 ‘다가구’ = 먼저 건축법상 집의 종류에 대해 잠깐 짚고 넘어가자. 건축법상 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바로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이다. 여기까진 매우 간단하다. 하지만 세부 분류로 들어가면 머리가 아프기 시작한다.

먼저 공동주택에는 아파트와 연립주택, 다세대 주택이 포함된다. 그런데 공동 주거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다가구는 단독주택에 포함돼 있다. 다가구가 단독주택으로 분류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이유는 바로 다가구 주택이 애초에는 정말 단독주택이었기 때문이다.

다가구, 다세대 주택 등이 우리 법에 새롭게 등장한 것이 1989년이다. 당시 단독주택을 개조해 세를 놓는 사람들이 흔했다. 만일 법을 바꿔 단독주택을 공동주택으로 바꿔버리면, 집 한 채만 소유하고 있던 집주인은 갑자기 다주택자가 된다. 그렇다고 개조한 단독주택을 불법으로 규정하기엔 그 숫자가 많을 뿐더러, 서민들의 주거난이 심각해질게 뻔했다.

특히나 이 시기는 주택 가격이 폭등해 무주택 서민의 주거 불안이 사회 이슈로 제기되던 때였다. 이에 노태우 정부가 ‘200만 호 건설’이라는 어마어마한 물량 공세를 막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다가구 주택을 제도권으로 인정해주는 대신, 정부로서는 서민들이 거주할 수 있는 수 만, 수십만 가구의 집을 얻은 것이다.

여러 가구 거주하더라도

소유주 1명…구분등기 안돼



세입자 전세보증보험 가입

집주인 동의없이는 ‘불가능’

혜택 사각지대 놓여 문제로

◇다가구·다세대, 이름 말고 뭐가 다른가
= 이러한 법상 분류 때문에 다세대와 다가구는 겉으로 봐서는 알 수 없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바로 소유 형태다. 다가구주택은 3가구가 살건 6가구가 살건 소유주는 단 한 명이다. 몇 가구로 구성된 다가구 주택이든 상관없이 소유주의 주택 보유 숫자는 한 채다. ‘단독’ 주택이니 당연한 얘기다. 즉 구분 등기가 안된다는 뜻이다. 반면 공동주택인 다세대주택은 6가구면 소유주가 6명이 있을 수 있다. 구분 등기가 된다는 것이다. 물론 한 사람이 6가구를 다 소유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이 집주인의 보유 주택 수는 6채가 된다. 이 외에도 주차장 기준, 세금 부과 체계 등이 조금씩 다르다.

규모는 별 차이가 없다. 다가구와 다세대 모두 바닥 면적 660㎡ 이하로 규제 되며 가구 수도 19가구 이하로 동일하다. 단 층수는 다가구 주택은 3층까지, 다세대는 4층까지 지을 수 있다.

실상 단독주택인데, 공동주택으로 운영하다 보니, 세입자 입장에서는 다가구 주택에서 사는데 단점이 많다. 먼저 전세금반환보증보험을 받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운영하는 전세보증보험의 경우 다가구주택은 각 호 수별 전세금액과 월세 보증금, 계약 시점과 기간, 임차인 이름까지 적어서 제출해야 한다. 사실상 집주인의 동의가 없으면 보증을 받을 수 없고, 집주인도 귀찮아서 협조를 해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아파트 등 구분 등기가 돼 있는 집들은 보험 가입이 손쉽다. 정작 전세금반환보증보험이 가장 필요한 서민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대법원의 경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세입자를 둔 채 경매에 넘겨진 2만7,930가구 가운데 40.7%(1만1,363가구)의 세입자가 못 받은 전세금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돌려받지 못한 전세금은 모두 3,672억원이었다. 세입자 1가구당 평균 3,230만원이다. 이 가운데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는 3,178명(11.4%)으로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은 1,764억원에 달했다. 보증금 전액을 받지 못한 가구 중 61.7%는 단독주택·다가구 등 아파트 외 주택 거주자였다. 다가구 주택은 누구를 위한 분류법인가. 언제까지 다가주 주택을 방치할 것인가.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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