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시 개장 첫날 코스피지수는 내림세로 마감했지만 ‘5G’ 관련 종목들은 고공행진했다. 정부의 5G 인프라 구축 지원 방안이 발표된데다 반도체 이후 새로운 ‘테마’를 고민하던 투자자들이 올해 전망이 밝은 ‘5G’를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보다 0.85% 내린 2,178.90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시작은 좋았다. 코스피지수는 2,201.52포인트로 출발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물량이 대거 쏟아지면서 하락 반전했다. 이날 프로그램 매매에서 차익거래는 982억원 매도우위, 비차익거래는 1,554억원 매도우위로 총 2,536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은 5,461억원어치를 내다 팔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개인이 5,304억원을 순매수했으며 외국인투자가들은 61억원을 순매도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지난해 말 글로벌 주식시장처럼 국내 증시도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하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증시는 약세를 보였지만 5G 관련 종목들은 급등했다. 5G 대장주인 케이엠더블유(032500)는 전날보다 12.13%(6,200원) 상승한 5만7,30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지난해 3·4분기 실적 악화에 따라 약세를 보여왔던 RFHIC(218410)도 6.24%(2,300원) 올랐다. 이외에 다산네트웍스(039560)(6.13%), 서진시스템(178320)(5.90%), 오이솔루션(138080)(5.76%), 머큐리(100590)(4.71%), 쏠리드(050890)(4.44%), 전파기지국(065530)(4.12%), 기가레인(049080)(4.04%), 이노와이어리스(073490)(3.61%) 등 대부분의 5G 관련 종목들이 강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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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세장 속에서도 이들 종목이 선전한 것은 올해 ‘5G’ 관련 기업들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서정훈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해마다 연초는 증시를 주도해나갈 ‘테마’를 모색하는 시기”라며 “반도체 이후 국내 증시를 이끌고 갈 업종으로 투자자들이 5G에 관심을 두면서 강세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은 올해 5G 관련 종목들에 대해 대부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도쿄올림픽을 앞둔 일본이 5G 상용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는데다 중국 역시 지난해 미중 무역갈등 등으로 미뤄졌던 인프라 설비를 올해 재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5G 기업들의 실적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케이엠더블유의 경우 증권사들이 올해 영업이익을 2,270억원 정도로 추정해 지난해보다 40%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서진시스템·오이솔루션 등도 10~20% 이상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5G 망 투자와 관련한 세액공제, 콘텐츠 산업 육성, 수출금융 등 수출 지원, 기술 개발 및 국산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5G 관련 정책방향’을 발표한 것도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새해 첫 거래일에 지수는 하락했지만 약세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의 경우 수출 둔화세가 눈에 띄게 완화되고 있는데다 미국과 중국 등의 경제지표도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하방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IHS마킷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차이신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5로 경기 확장 국면이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급등 양상도 보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한다. 서 연구위원은 “중국 PMI 등 호전된 경제지표는 이미 지수에 반영된 재료로 지수를 더 끌어올릴 수는 없을 것”이라며 “오는 15일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 합의 서명에서 시장이 놀랄만한 새로운 내용이 발표될 때까지는 시장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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