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이하 5G 스마트폰이 잇따라 나오면서 3만~4만원대 중저가 5G 요금제를 향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5G 확산 속도를 높이기 위해선 기존 고가 위주에서 중저가까지 가격대가 넓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이동통신 업계는 5G 대규모 투자로 출혈이 큰 상황에서 중저가 요금제까지 출시하면 수익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시민단체에선 꾸준히 5G 보편화를 위해 3만~4만원대의 요금 출시가 필요하다고 밝혀왔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1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가 통신사에 부담이 될 수는 있지만 5G 대중화와 품질 제고를 위해 다양한 중저가 요금제를 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동통신 3사는 아직 중저가 5G 요금제는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5G 중저가 요금제를 내놓을 계획을 갖고 있진 않다”라며 “시장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시니어·청소년 요금제를 제외하고 일반 5G 요금 중 가장 저렴한 가격은 5만 5,000원이다. 통신사별로 8~9GB 데이터를 기본 제공한다.
업계는 이보다 더 낮은 가격의 요금은 5G 투자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이후에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올해 상반기 망 투자에만 4조원을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에서 중저가 요금제를 출시하면 수익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5G 가입자 증가세가 꺾일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이미 3만원대 5G 요금제를 출시한 알뜰폰 업계에서도 통신사들의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알뜰폰의 유일한 차별화 요소인 가격 장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가령 현재 5만 5,000원인 통신사 5G 요금에 가입한 뒤 25% 선택약정할인을 적용받으면 월 4만 1,250원으로 요금이 내려간다. 이에 더해 통신사가 4만 5,000원 중저가 요금을 새로 출시한다면 선택약정할인으로 실제 요금은 3만 3,750원까지 떨어지게 된다. 3만원대 중후반대 5G 요금을 내놓고 있는 알뜰폰보다 통신사 요금이 오히려 더 저렴해지는 셈이다. 3월 기준 5G 알뜰폰 가입자가 754명에 불과한 상황에서 통신사의 중저가 요금 출시가 알뜰폰 확산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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