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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킹'은 왜 '삼시세끼'를 한번도 이기지 못할까? [Mr.쓴샤인]





‘삼시세끼’는 ‘더 킹:영원의 군주’에 한번도 진적이 없다.

지상파로 돌아온 흥행메이커 김은숙 작가, 예능계 미다스의 손 나영석 PD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지금까지 3번 날을 맞부딪힌 결과는 모두 ‘삼시세끼’의 우세. 새로운 설정을 입힌 익숙한 판타지 로맨스와 더 익숙한 밥해먹는 이야기의 경쟁은 기대만큼 흥미롭지 않았다.

SBS ‘더 킹:영원의 군주’는 tvN ‘삼시세끼 어촌편5’보다 2주 일찍 방송을 시작했다. ‘태양의 후예’와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 지상파든 케이블이든 상관없이 내놓는 족족 센세이션을 일으킨 김 작가의 귀환에 출발 전부터 눈길이 쏠린건 당연지사. 여기에 백마탄 왕이 된 이민호와 ‘도깨비’에서의 눈웃음을 잊지 못하게 만든 김고은의 비주얼 조합으로 엄청난 기대를 받았다. 마지막 지상파 드라마가 ‘태양의 후예’로 최고시청률 38%를 달성한 만큼 40%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예측이 조심스레 등장하기도 했다.

첫 방송 11.4%(닐슨코리아/전국), 다음날 11.6% 소폭 상승했던 시청률은 다음주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처음에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만파식적에 평행세계에, 이야기들을 쉽고 깔끔하게 풀어내지 못했다. 여기에 캐릭터의 성격을 한방에 표현할 목적으로 낸 여성 총리의 대사 “와이어가 없는 브라는 가슴을 못 받쳐줘서요”는 융단폭격을 맞으며 판타지를 깼다.

당연히 주인공 남녀의 로맨스에 제동이 걸렸다. 왜 이런 장면에서 두 주인공이 그런 눈으로 바라보는지, 사랑에는 언제 빠져버렸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대사는 한발 앞서갔다. “정태을 경위 내가 자네를 내 황후로 맞이하겠다. 방금 자네가 그 이유가 됐어. 이 세계에 내가 발이 묶일 이유”, “난 방금 자네에게 한 세상을 맡겼어”, “부르지 말라고 지은 이름이었는데 자네만 부르라고 지은 이름이었군” 이곤(이민호)이 정태을(김고은)에게 하는 사랑의 속삭임 싹 다 갈아엎었어야 했다.

김 작가의 작품들은 한 에피소드의 사건을 해결하고, 다음 사건을 해결하며 주인공들의 사랑을 계단식으로 키워가는 방식으로 전개돼왔다. ‘더 킹’은 여기에 강력한 적, 평행세계, 살인사건 등을 입혀 각종 떡밥을 던졌다. 던져도 너무 많이 던졌다. ‘멋질 때와 유쾌할 때’ 만을 가진 남자 주인공이 ‘멋질 때와 황당할 때’만 갖게 되면서 중심을 잃었다. 그리고 작품은 볶음김치나 LED마스크, 립밤, 치킨, 커피 짤만 떠다니는 홈쇼핑드라마라는 오명을 입었다.





‘삼시세끼’의 기본적인 포맷도 이전 시즌과 똑같다. 장소만 다를 뿐 그냥 다 똑같다. 하루 세끼 밥 잘 차려 먹는게 끝이다. 차승원은 오늘의 메뉴를 걱정하고, 유해진은 물고기가 잡힐까 걱정하고, 손호준은 형들이 걱정하니까 걱정하고. 밥 먹을땐 하하호호 하고, 먹고 나면 또 걱정하는 한끼 한끼를 반복하는 이야기가 ‘왜 재미있을까’ 싶은데 쉽게 손 놓기가 어렵다.

청국장 푹 끓여 아침, 점심, 저녁 다 먹는 것 같지만 막상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삼시세끼’에는 첫 시즌부터 최근 10여년간 흥행한 예능 프로그램의 핵심 포맷이 싹 다 담겨있다. 간단하게만 봐도 요리, 먹방, 토크쇼, 게스트 초대, 리얼 버라이어티, 낚시까지 하나하나 따로 떼어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모두 흥행 가능성이 보인다. 이것저것 다 집어넣은 김치가 익을수록 맛있는 셈이다. 갓 담가서 그맛에 먹고, 익으면 밥에 얹어 먹고, 푹 익으면 찌개나 전 부쳐서 먹고….

일부 ‘더 킹’의 시청률 하락세를 넷플릭스와 연결시켜 보는 이들도 있다. ‘삼시세끼’가 50분 일찍 시작하는 만큼 끝까지 다 본 뒤에 넷플릭스를 통해 중간광고 없이 ‘더 킹’을 보면 딱 맞다는 이야기다. 본방송이 끝나면 바로 해당 회차가 공개되는 넷플릭스의 방식으로 인해 폭발적인 시청률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지만, 얼마 전 같은 방식으로 방송된 tvN ‘사랑의 불시착’의 최종 시청률은 21.7%로 납득하기 어렵다.

세계를 왔다갔다, 반쪽으로 쪼개진 만파식적, 역적 무리의 재현 모두 다 물리칠거다. 주인공들은 사랑하겠지. 만파식적은 부수거나 이곤이 홀로 소유하며 한번씩 대한민국을 오가겠지. 복잡한데 수가 다 보이는 ‘홈쇼핑 드라마’의 떡밥 회수보다 ‘유해진이 이번에는 물고기를 좀 잡을까, 떡밥부터 잘 만들어야 되는데’ 걱정이 앞선다.

/최상진기자 csj84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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