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소희가 모친의 ‘빚투’ 논란으로 세간의 중심이 됐다. 올해 JTBC ‘부부의 세계’로 주목받기 시작한 그가 배우로서 치명타가 될 수 있는 논란의 주인공이 돼버렸고, 결국 그는 직접 가정사까지 고백해야 했다. 유명세 때문에 겪어야 할 일이라기에는 그 무게가 너무 무겁다.
지난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부부의 세계 연예인 엄마 사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한소희라고 실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네티즌들은 해당 글의 정황을 토대로 한소희라고 추측했다. 이후 한소희의 이름 앞에 ‘빚투’라는 수식어가 생겨났다.
논란이 불거지자 한소희는 직접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이를 언급했다. “안녕하세요. 이소희입니다”라고 글을 시작한 그는 활동명인 ‘한소희’가 아닌 본명 ‘이소희’로서 글을 써 내려갔다. 그는 피해자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되짚으며 자신이 5살 때 부모님이 이혼을 했고, 할머니 밑에서 자라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모친의 채무 소식을 20살 이후 알게 됐고, 자식의 도리로 빚을 변제해왔지만 빚은 감당할 수없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피해자들에게 계속해서 사죄했다.
앞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오고 사실 여부를 알지 못하니 조심스럽게 대응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논란은 일파만파 커지면서 비난 여론도 생겨났다. 하지만 이런 한소희의 고백 이후 동정 여론이 커졌다. 사실상 왕래가 잦지 않은 모친의 빚에 직접적인 변제 의무가 없지만,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가정사까지 밝히고 해명한 것에 안타까워하고 있다.
한소희의 동창생들까지 사태 진화에 나섰다. ‘빚투’ 논란의 시발점이었던 커뮤니티 글에는 자신이 한소희의 지인이라는 네티즌이 여럿 등장해 속 사정을 이야기했다. 지인 A씨는 한소희에 대해 “초등학교 때 엄마 아빠 없다고 애들한테 놀림 당해도 그저 해맑게 웃던 애였고, 졸업식에 할머니와 할머니 친구들이 와도 부끄러운 기색 없이 행복해하던 애, 중학교 때부터 남한테 빚지는 거 싫어해서 그 작은 떡꼬치도 다 제돈으로 남 사주던 애”라며 “제가 돈이 없어 밤에 호프집 일하려고 알아보는 찰나, 제 꿈에 집중하라고 선뜻 자기 통장 잔고에서 10만 원을 뺀 122만 원 전부를 보내준 애다. 안 믿으셔도 된다. 소희가 지금 받을 고통을 생각하면 목 끝까지 눈물이 차서 전화도 못 하는 제가 한심해 이렇게 글 남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인 B씨 역시 한소희 부모님의 이혼 사실을 언급하며 “최근까지 그래도 이혼한 엄마 빚 갚아준다고 온갖 광고 비용 다 들이부었는데 엄마가 또 딸 이름 팔아 빚내고 반복하고 반복해서 연 끊은 걸로 알고 있다. 좀 제대로 알고 비난하자”고 댓글을 남겼다.
이 밖에도 한소희의 동창생들은 매체 인터뷰를 통해 한소희가 어릴 적부터 할머니 밑에서 자라며 어머니와 각별한 사이로 지낼 수 없는 환경에 있었다고 증언했다.
연예인 부모의 ‘빚투’ 논란은 래퍼 마이크로닷으로부터 시작됐다. 2018년 10월 마이크로닷의 부모가 과거 지인들에게 4억여 원을 빌린 뒤 뉴질랜드로 도주했다는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대중의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당시 마이크로닷은 이 같은 주장이 나오자 “사실무근”으로 대응했고, 이전에도 방송을 통해 뉴질랜드 집을 공개하거나 재력을 과시해 책임론이 대두됐다.
이후 ‘빚투’ 논란은 수없이 생겨났다. 그중에는 마이크로닷의 사례와 같은 일들도 있었지만, 한소희의 경우처럼 동정론이 생겨난 사례가 많았다. 김혜수, 차예련, 마마무 휘인 등은 의절한 부모의 채무 관계를 떠안게 되며 의도치 않게 가정사를 고백해야만 했다.
유명세로 치러야 할 논란이라기에는 너무 무거운 ‘빚투’로 인해 피해자일 수도 있는 이들까지 가해자로 몰리는 형국은 너무 가혹하다.
/추승현기자 chu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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