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실패가 주택 시장을 미치게 만들었다.”
한 전문가는 올해 주택 시장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주택 거래가 114만 건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제주를 뺀 전 지역에서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는 주택 시장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다.
우선 거래량이 폭증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11월 누적 주택 거래량은 113만 9,024건을 기록했다. 이는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치다. 지역별 가격 상승 폭도 크다. 서울경제가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값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 들어 이달 21일까지 전국 아파트값은 6.74% 올랐다. 지난해에는 -1.50%의 변동률을 기록했다. 수도권이 7.38% 상승했고 서울 0.81%, 경기 11.08% 등을 기록했다. 특히 세종은 아파트 매매가가 41.99% 오르는 폭등장을 연출하며 전국 1위를 기록했다. 대전이 17.44%로 그 뒤를 이었다.
수도권에서는 경기 지역의 아파트 오름폭이 컸다. 집값 상승률 상위 10개 지역 중 절반을 넘는 6곳이 경기권이다. 특히 구리가 20.39%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수원(17.90%)과 김포(16.91%) 등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이 밖에 용인(15.51%), 파주 (10.14%), 광명 (14.11%) 등도 10% 이상 아파트값이 올랐다.
서울에서는 이른바 그간 저평가됐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외곽 지역이 아파트값 상승세를 견인했다. 서울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구로구로 2.5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 뒤를 강북구(2.05%), 노원구(2.01%), 관악구(1.87%) 등이 이었다. 지방에서는 광역시뿐 아니라 지방 중소 도시의 아파트값도 크게 상승했다. 대표적인 지역이 충북 청주 흥덕구(11.02%)와 충남의 천안 서북구(11.03%), 공주(11.70%), 경남 창원 의창구(17.47%) 등이다. 이들 지역 모두 최근 규제지역으로 묶였다.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 시장도 난리였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는 7.25% 상승했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 전세가는 하락했다. 시도 가운데 전세가가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세종이다. 올 한 해 전세가 상승률이 무려 59.06%에 이르고 있다. 서울도 전세가가 4.34% 상승했다. 시도별로 보면 상승률이 가장 낮은 곳이 2%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올해 부동산 시장은 ‘정책과 시장 간의 전쟁에서 시장이 승리했다’고 요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킨다며 잇따른 규제를 내놓았지만 결국 풍선 효과를 불러오며 전국의 집값이 올랐고, 임차인을 보호하겠다며 임대차 3법을 시행했지만 오히려 전세난으로 인한 가격 상승을 불러왔다”고 덧붙였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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