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이 '환경', '기후', '배리어 프리' 등 시대의 화두를 극장 운영에 적극 반영한다. 신진 발굴을 위한 세분화된 협업·지원 사업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이전 정권에서 논란이 됐던 문화계 블랙리스트 피해 사례집을 만들어 재발 방지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김광보(사진) 국립극단 신임 예술감독은 18일 온라인으로 열린 취임 기자 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임기(2021~2023) 내 중점 사업 방안을 발표했다. 여러 계획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적극적인 기후 행동'이다. 김 감독은 "연극 제작 과정에서 적지 않은 탄소가 배출된다"며 "공연 창작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범위 내에서 탄소 발자국 줄이기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공연 관련 쓰레기 최소화에 앞장서고, 공유 가치 확산을 위해 소품이나 의상 등을 타 단체와 공유하는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다. 김 감독은 "실천할 수 있는 행동으로 지구 위기에 대응하는 공공 극장 모델을 개발하겠다"고 설명했다.
누구나 연극을 평등하게 즐길 수 있도록 무장애 공연, 즉 배리어 프리 공연도 확대한다. 장애 예술 작품을 개발하고, 장애 예술가가 안전하고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 배리어 프리 프로덕션도 운영할 방침이다. 어디서나 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지난해 시범으로 선보인 온라인 극장도 올해 정식으로 개시한다. 국립극단의 인기 레퍼토리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과 ‘로드킬 인 더 씨어터’는 고품질 영상으로 제작해 음성 해설, 수어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한편 김 감독은 이날 지난 정권에서 국립극단이 연루됐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신뢰 회복을 약속했다. 블랙리스트 피해자이기도 한 그는 " 국립극단(의 블랙리스트 연루)으로 인해 피해를 본 많은 예술가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피해자 명예 회복을 위한 사례집을 제작하고, 연극 현장의 의견을 모아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이어 "현장소통자문위원회, 작품추천자문위원회, 공연평가위원회 등 3개의 위원회를 운영해 외부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연극 현장과의 소통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극단은 ‘파우스트 엔딩’(2월 26일 명동예술극장)을 시작으로 올 한해 총 20편의 공연으로 관객과 만난다. 김 감독은 “지난해엔 워낙 상황이 위중해 ‘(공연을) 하겠다’고 쉽게 결정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는 대부분 작품을 다 올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며 “최대한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놓고 공연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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