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는 최근 회의에서 지난해 부동산 정책의 성과에 대해 “주택 매수자 중 무주택자 비중이, 매도자 중 법인 비중이 늘어나는 등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정부는 두 달에 한 번 꼴로 집값 대책을 내놓았는 데 대책이 어느 정도 효과는 발휘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현장의 상황은 정반대다. 서울 아파트 5채 중 1채는 15억원을 초과해 주택담보대출이 불가능한 아파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내에서 주택가격이 오른 것은 물론 수도권 전체에서 10억원 넘는 아파트가 속출하면서 서울 시내 15억원 초과 아파트 수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서울에서 15억원을 초과한 아파트는 27만7,068가구로 21.7%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9년 말(19만9,517가구)와 비교하면 7만7,551가구 늘어났다. 문재인 정부 출범시기인 2017년 5월(5만7,843가구)와 비교하면 무려 21만9,225가구가 늘어난 수치다. 비율도 당시 4.6%에서 17.1%포인트 늘었다.
자치구별로 보면 현재 강남구의 경우 전체 아파트 가구의 80.7%가 15억원을 넘어섰으며 서초구 78.3%, 송파구 56.6%, 용산구 46.7%, 양천구 27.4% 등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2019년 12·16 대책을 통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에서 15억원이 넘는 주택엔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이에 서울 아파트 5집 중 1집은 주담대가 불가능한 셈이다. 15억원 초과 주택 구매의 경우 현금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전체의 가격 상승, 서울 내 전세 난에 따른 전반적인 매매 가격 상승에 따라 15억원 미만 주택들의 가격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9억 이하 아파트는 일단 추가 대출 규제에는 비껴서 있기 때문에 6~9억 사이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가격 상승이 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임미화 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예전 초고가 아파트는 강남 일부에 그쳤지만 현재는 하남이나 동탄, 일산, 과천, 의왕, 용인, 광주 등 수도권 거점지역에서도 15억원대 아파트가 탄생하고 있다"며 "이같은 추세가 다시 서울의 중저가 아파트들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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