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해외 주식 투자자들이 홍콩 주식을 사들이는 규모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홍콩은 정치적 불안 등으로 한동안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갔지만 최근 중국 본토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주가 지수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국내의 ‘원정 개미’들도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는 움직임이다.
2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6일까지 국내의 홍콩 주식 매수 결제는 총 11억 1,800만 달러(약 1조 2,500억 원)로 집계된다. 지난해 12월(5억 4,200만 달러) 대비 106.27% 늘어난 것이며 전년 동기(4억 4,600만 달러) 대비는 150.67% 증가한 수치다. 이달 매도까지 감안한 홍콩 순매수는 2억 1,300만 달러인데 지난해 홍콩 주식의 월평균 순매수(6,700만 달러) 규모를 크게 웃돌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홍콩 증시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답답한 장세에 머물던 홍콩 시장이 연초부터 뜨겁게 달아오르면서다. 실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 이후 글로벌 증시가 크게 반등하는 과정에서도 지난해 홍콩 대표 지수인 항셍지수는 연초 대비 약 4.6% 하락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27일까지 지수 상승률은 7.58%에 이른다. 항셍H지수도 이 기간 8.50% 올랐다. 약 3% 오른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의 성과를 웃도는 성적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를 두고 1985년 이후 가장 좋은 출발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중국 본토 자금이 대거 ‘남하’ 행렬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20일 기준 이달 본토 투자자들은 홍콩에서 265억 달러(약 29조 원) 규모 순매입했다. 이전 월간 최대 기록을 47%나 웃도는 것이다. 특히 본토 투자자들은 텐센트·메이퇀·샤오미 등 중국 본토에 상장되지 않은 종목을 대거 사들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투자자들도 향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사들이는 양상이다. 이달 들어선 지리차(4,977만 달러), 알리바바(3,591만 달러), 강봉리튬(1,061만 달러) 등을 많이 순매수했다.
다만 최근 중국 중앙은행이 유동성 회수의 의사를 내비치는 점은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중국 인민은행의 통화정책위원회 위원이 통화정책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한 후 홍콩을 비롯해 상하이·대만 등 주요 아시아 증시는 출렁이고 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현지에서는 중앙은행 관계자의 발언은 자산 가격 버블에 대한 경고에 불과하며 통화정책 전향의 시그널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최근 시장은 방향 전환보다 연초 급등 이후의 숨 고르기로 판단하며 조만간 심리 또한 안정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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