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고 복역한 고(故)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유대균씨가 이미 회사에 반환한 돈에까지 세금을 물리는 것은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뒤집고 승소했다.
서울고법 행정9부(김시철 민정석 이경훈 부장판사)는 28일 유씨가 서초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유씨의 손을 들어줬다. 유씨는 실제 가치가 없는 상표권 사용료 명목으로 세모그룹 계열사 청해진해운으로부터 35억여 원, 다판다로부터 20억여 원, 천해지로부터 13억여 원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로 2015년 9월 징역 2년 판결을 확정받고 복역했다.
이후 서초세무서는 세무조사 결과 세모그룹 계열사들이 유씨에게 지급한 상표권 사용료를 포함해 유씨의 소득을 다시 산정했다며 2017년 9월 총 11억 3,000여만 원의 종합소득세(가산세 포함)를 부과했다. 이에 유씨는 이미 2015년 형사재판을 받는 동안 청해진해운에 35억여 원, 천해지에 13억여 원을 반환했는데도 과세 당국이 이를 고려하지 않아 부당하다며 2019년 3월 행정소송을 냈다.
1심은 유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유씨가 낸 반환금은 국세기본법에서 정한 후발적인 경정청구 사유에 해당하고, 이를 고려하지 않은 과세 처분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위법한 소득이 사후 정당한 절차에 따라 환수돼 경제적 이익을 상실한 경우 소득이 실현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이를 조정하면 충분하다"며 "횡령 등 위법한 소득은 성질상 정당한 권리자가 반환을 요구하면 이익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법원은 뇌물 등 위법한 소득이 몰수·추징되면 납세자가 후발적 경정청구를 해 납세의무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판시했다"며 "몰수·추징이 이뤄지는 경우와 위법한 소득이 정당한 권리자에게 반환되는 경우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부연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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