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걸려던 작품은 이게 아닌데 사전 판매로 이미 팔려서 다른 그림을 걸었습니다.”
국내 최대규모의 미술장터인 한국화랑협회의 키아프서울(KIAF SEOUL·이하 키아프)에 처음 참가한 뉴욕 투팜스(Two Palms) 갤러리 관계자는 연신 작품 포장을 벗겨 새로 거느라 기쁜 내색을 할 겨를도 없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초유의 ‘현장 전시 취소’를 감행하고 2년 만에 열린 키아프가 13일 VVIP오픈을 시작으로 서울 강남구 코엑스 A·B홀에서 닷새간의 항해를 시작했다. 전 세계 10개국 170개 참여 화랑 중에는 독일 최대 화랑인 스프루스 마거스(Spruth Magers)를 비롯해 베를린의 쾨닉(Konig)갤러리, 뉴욕의 글래드스톤 갤러리(Gladstone Gallery)와 투팜스, 홍콩의 오버더인플루언스(Over the Influence) 등이 첫 참가로 이름을 올렸다.
해외 갤러리들은 첫날부터 ‘솔드아웃(soldout)’을 이뤘고, 전체적으로도 80% 이상의 판매율을 보였다. 입구 맨 앞에 자리잡은 페이스(PACE)갤러리는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가 뉴욕행을 결심하게 자극한 주인공 아돌프 고틀리브(adolph gottlieb·1903~1974)의 30억원 대 추상화를 환기재단에서 대여한 김환기 작품과 나란히 걸어 시선을 사로잡았다. 국내 팬층이 두터운 코헤이 나와의 작품은 솔드아웃 됐다. 2006년에 결성된 작가팀 드리프트(DRIFT)가 민들레홀씨 등을 재료로 만든 작품 앞도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스프루스 마거스 갤러리가 대표작으로 들고 나온 조지 콘도의 작품은 개막 이전에 새 주인이 차지했다. 서울에서 열린 아트페어에 처음 참 가한 미국 갤러리 페레스 프로젝트는 도나 후앙카를 비롯해 헤르만 니치·라파 실바레즈 등 한국에서 제대로 전시되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임에도 대부분 판매를 성사시켰다. 조은혜 페레스 프로젝트 아시아 디렉터는 “SNS를 통해 꾸준히 작품과 작가를 홍보해 온 까닭에 대중적이진 않아도 골수팬이 확보됐다”면서 “신규 고객들 중에는 20~30대 젊은 컬렉터들이 상당하다”고 귀띔했다.
쾨닉갤러리에서는 독일 출신의 추상화가 카타리나 그로세의 작품이 완판되는 바람에 “간발의 차로 못 샀다”고 아쉬워하는 컬렉터들의 탄식을 들을 수 있었다. 리만머핀갤러리에는 맨디 앨사예,샹탈 조페,데이빗 살레 등의 작품 문의가 많았다. 투팜스에서는 국내에 제대로 소개된 적 없는 미국의 원로 흑인작가 스탠리 휘트니의 5,000만원대 작품 10점이 매진됐고, 엘리자베스 페이튼의 2억원짜리 판화도 일찌감치 팔렸다.
한국작가는 1970년대 단색조 회화를 일컫는 ‘단색화’ 작가들과 행위예술을 병행한 같은 시기 ‘아방가르드’ 작가들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들에 대한 해외 미술계의 재조명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국제갤러리에서는 하종현의 최신작 ‘접합’이 약 4억원에 팔렸고, 박서보의 3억5,000만원대 ‘묘법’도 2점이나 거래됐다. 조현화랑이 내놓은 붉은색 ‘묘법’ 소품 연작도 솔드아웃 됐다. 갤러리현대가 출품한 이건용의 작품은 대작부터 소품까지 순식간에 완판됐고, 이강소의 작품도 판매됐다. 가나아트갤러리의 김구림과 노은님 작품도 빠르게 팔려나갔다. 상대적으로 젊은 하태임·김선우·장마리아의 작품도 인기다. 이들은 일찌감치 매진돼 구매를 원하는 고객들이 ‘대기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야 했다.
음악과 무대 퍼포먼스에 미술을 접목한 작가 권지안(솔비)는 갤러리나우를 통해 전시한 작품 6점이 개막 전에 완판됐다. 약 5,000명이 방문한 이날 키아프에는 배우 전지현, 이병헌·김민정 부부, 가수 출신 연기자 성유리, 노홍철 등이 다녀갔다. 현장에서 만난 황달성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미술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애호와 투자 모두에서 긍정적으로 확장되는 중”이라며 “2019년 당시 최대 매출액이었던 310억 원의 두 배인 600억원은 너끈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키아프는 14일에는 VIP관람, 이후 17일까지 일반관람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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