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3일 사망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국립묘지 안장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가보훈처는 23일 기자단에 공지를 통해 "전 전 대통령은 내란죄 등으로 이미 실형을 받았기 때문에 국립묘지법상 국립묘지 안장 배제 대상"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국립묘지법 제5조 4항은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79조 제1항 제2호 등에 해당하는 죄로 실형을 받은 경우 국립묘지 안장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 전 대통령은 보안사령관직을 맡았던 지난 1979년 이른바 ‘12·12사태’로 불리는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았다. 이와 관련해 1997년 4월 대법원으로부터 내란죄 등의 혐의를 안정 받아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당시 집권했던 김영삼(YS)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된 김대중(DJ) 대통령 당선자와 합의해 전 전 대통령에 대해 1997년 12월 특별사면을 결정했다.
전 전 대통령이 내란죄 등에 대해 특별사면을 받았지만 국립묘지 안장 대상은 아니라는 게 보훈처의 입장이다. 보훈처는 앞서 지난 2019년 1월 내란죄 등의 형이 확정 된 뒤 사면·복권을 받은 경우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는지 물은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사면·복권된 경우에도 국립묘지 안장 대상 결격 사유는 해소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법무부 역시 같은 의견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같은 보훈처와 법무부의 유권 해석에도 불구하고 쟁점은 남게 될 전망이다. 앞서 2009년 서울 현충원에 안장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대통령에 당선 되기 전인 1980년 광주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사형을 선고 받은 뒤 1987년 사면 받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김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당시는 이명박(MB) 정부 시절이었는데 당시 법무부는 사면·복권시 국립묘지 안장 자격도 회복시켜주는 것으로 판단했다.
물론 김 전 대통령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데 따른 것이고, 전 전 대통령의 내란죄 유죄는 군사 쿠데타에 따른 것이어서 국민의 법감정이나 역사적 맥락에 미뤄볼 때 동급으로 취급 받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수한 법리적 측면만 따져본다면 사면 복권된 전직 대통령의 국립묘지 안정 여부를 놓고 정부 기관이 상반된 유권해석을 내렸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국립묘지 안장 여부는 정치적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궁극적으로 보면 이명박 정부의 김 전 대통령의 안장 결정과 문재인 정부의 전 전 대통령의 안장 배제는 모두 ‘민주화’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공유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를 실행하는 모습이 자칫 어느 진영을 포용하느냐, 배제하느냐의 이분법적 의미로 곡해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쟁점을 안고 있는 인물의 국립묘지 안장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에는 정부의 보다 세심하고 정교한 여론 소통 과정과 행정적 절차가 뒷받침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립묘지 안장은 국가에 공헌한 분들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 정권의 입맛에 따라 좌우되는 통치행위의 산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