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실내는 마스크 해제가 안 돼서 계속 썼다 벗었다 하기 귀찮아서 그냥 쓰고 있어요.”
26일 오전 가족들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를 찾은 주부 이 모(62) 씨는 마스크를 쓴 채 아이들을 챙기느라 분주해 보였다. 이날부터 마스크 야외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됐지만 놀이공원을 찾은 시민 대부분은 마스크를 하거나 코가 드러나게 마스크를 쓰는 ‘턱스크’를 하는 등 아직까지 마스크를 떠나보내지 못했다.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마스크 야외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된 첫날인 이날 서울 도심에서 마스크를 벗은 시민은 10명 중 1명꼴로 눈에 띄지 않았다. 앞서 질병관리청은 이날부터 ‘50인 이상이 참석하는 야외 집회, 공연, 경기 등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지침을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방역 지침 완화에도 시민들의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가장 변화가 클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50인 이상 집회 현장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은 찾기 어려웠다. 실제 이날 14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제3차 위험물운송 화물 노동자 결의대회’에서도 집회 참가자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시민들이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실내 착용 의무가 여전히 유지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성북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박 모(24) 씨는 “어차피 실내에서 또 써야 하기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익숙하다”며 “습관적으로 마스크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실외 마스크 해제에 대한 무용론이 일면서 실내 마스크도 벗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출근길에 버스를 기다리던 임 모(29) 씨는 “불안한 사람은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쓰면 되지 않느냐”며 “언제까지고 마스크를 달고 살 수는 없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전문가들도 실내 마스크 해제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미 식당 등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 방역 정책에 대한 국민 수용성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마스크 착용에 따른 방역정책 효과보다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등 호흡기 증상을 유발하는 가을·겨울에 실내 마스크를 해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마스크 해제라는 화두를 던져 시민들이 바이러스 방역에 대한 경각심을 풀고 있는 게 문제”라며 “올겨울 독감과 코로나19가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 우려가 여전한 만큼 마스크 해제보다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는 백신접종 확대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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