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로봇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자율주행 로봇이 실외를 오가며 물품을 배송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각종 규제가 켜켜이 쌓여 로봇의 실외 자율주행이 불가능한 탓이다. 규제에 산업 혁신이 발목을 잡힌 대표적인 예다. 로봇 서비스 도입이 늦어지는 와중 국가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산 저가 서비스로봇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로봇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규제 혁신과 함께 추가적인 정책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행 도로교통법상 자율주행 로봇은 ‘자동차’로 분류돼 있다. 자동차인 만큼 인도와 횡단보도를 오갈 수 없고 ‘운전자’ 없이는 홀로 주행이 불가능하다. 자율주행을 위한 카메라 사용도 문제가 된다. 개인정보 보호 침해 가능성이 있는 탓이다. 공원과 녹지 진입도 불법이다. 30㎏ 이상 로봇은 공원녹지법에 따라 공원·녹지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문제를 떠나 음식이나 물품을 로봇이 스스로 배달하는 서비스가 불법인 것이다.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일부 지역에서 실외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했지만 허용 대상 지역은 서울 강서구 마곡 일대와 강남, 경기 광교 등 그야말로 ‘일부’에 불과하다. 업계는 허용 지역 제한이 로봇 서비스 개발과 관련 사업의 확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2016년부터 시작해 현재 20여 개 주에서 로봇 실외 자율운행이 가능하다”며 “안정적인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실주행 빅데이터 수집이 필수인데 이미 미국과 6년의 격차가 쌓인 셈”이라고 했다.
정부는 최근 로봇 관련 규제 샌드박스 확대를 시사하고 실외 자율주행 관련 규제를 풀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관련 부처 간 규제가 얽혀 실제 적용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일례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완전 원격 관제가 가능한 업체에 대해 원격 관제를 허용했지만 인도·공원 통행은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이다. 두 부처는 ‘안전기준’을 만족한 로봇의 인도·공원 통행을 내년부터 허용할 계획인데 이 안전 인증은 산업부가 내년 상반기에 발표한다. 결국 내년 상반기까지는 요건을 갖춰도 로봇의 실외 자율주행이 불가능하다.
기술이 규제에 발목 잡힌 사이 국내 서비스로봇 제조자들은 중국산 저가 로봇에 시장을 빼앗기고 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2020 로봇 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144억 원에 불과하던 서비스로봇 수입 규모는 2020년 375억 원으로 1년 사이 16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출은 1031억 원에서 1041억 원으로 0.9%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는 2020년 조사로 2021~2022년 급속도로 팽창한 국내 서비스로봇 시장의 규모를 감안하면 현재 수입 규모는 더욱 클 것”이라며 “특히 서빙로봇의 경우 중국산 점유율이 80%를 상회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중국산 로봇은 저렴한 인건비에 정부 차원의 대규모 보조금까지 받으며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다. 중국은 지능형 로봇 개발에 2019년에만 5억 7700만 달러(7549억 원)를 투입했다. 반면 우리 정부가 2021년 지능형로봇 실행계획에 따라 기술 개발에 신규 투자한 금액은 400억 원에 불과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비스로봇을 구매하는 사업자 입장에서 ‘가격대 성능비’를 외면할 수 없다”며 “현지 서비스로 빅데이터 수집도 원활한 중국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까지 앞세우고 있어, 경쟁을 위해서는 보조금 등 추가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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