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 참사의 참혹한 현장 상황을 담은 영상들이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여과 없이 확산된 가운데 일부 누리꾼들이 자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에서는 30일 정오 현재까지도 사고 현장의 처참한 영상과 사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비탈진 골목에 인파가 뒤엉켜 비명을 지르는 모습, 사람들이 거리 곳곳에 누워 심폐소생술(CPR)을 받는 모습, 모포나 옷가지 등으로 덮인 시신들을 길가에 뉜 모습 등이 모자이크 없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에 많은 누리꾼이 끔찍한 사고 현장이 담긴 영상이나 사진을 공유하지 말아달라는 글을 올리며 ‘자정 작용’에 나섰다. 이들은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등의 게시글을 올렸다.
자신이 간호사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심폐소생술 하는 게 직업인 사람이지만 트위터에 올라온 이태원 압사 구조 상황을 촬영한 영상을 보고 심한 충격을 받았다”며 “영상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큰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CPR 상황은) 의료인에게 최고로 긴박하고 진지한 순간”이라며 “SNS를 통해 무분별하게 소비될 영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 글에는 “여러 명의 절박한 고통의 순간이 동시에 그것도 길거리에서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 너무 슬프고 답답하다”, “누구나 접근 가능한 SNS 공간에 이런 영상이 무분별하게 올라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한 10대 누리꾼은 ‘영상이 상황의 심각성을 일깨워주지 않느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아직 10대인 나도 이태원 골목에 가득한 사람들의 사진과 구급차 사진으로도 충분히 이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피해자들이 여과 없이 나온 영상들이 내려갔으면 한다고 했다.
그밖에도 한 트위터 이용자는 “CPR 영상 찍을 시간에 손 좀 바꿔 달라”는 호소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CPR은) 온몸 무게를 다 써서 눌러야 하기 때문에 30초만 해도 힘들어 죽는다”며 “다들 한 명당 1시간 정도 한다. 영상(방관)은 하지 말고 119 구조하기 편하게 길이라도 비키거나 집에 가든가 도와주든가 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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