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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대목? 코로나때보다 사람 없어"

[어린이날 앞둔 동대문 완구거리 가보니]

저출산이 매출 부진 주요 원인

가격 올라 단체 주문마저 감소

온라인·대형마트로 수요 이동

설상가상 비 예보에 상인 울상

어린이날 대목을 하루 앞둔 4일 서울 동대문구 완구거리가 손님의 발길이 끊어져 한산하다. 정유민 기자




“지난해와 비교해 완구류도 제품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싼 가격을 기대하고 왔다가 돌아가시는 손님들이 많아요.”

어린이날 대목을 하루 앞둔 4일 서울 동묘앞역 인근 완구거리는 한산했다. 손주의 선물을 사가려는 일부 단골손님들과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만 이어질 뿐 대부분의 점포 주인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17년째 한자리에서 가게를 운영 중인 김인숙 씨는 “완구류 원가 자체가 적게는 10%, 많게는 20% 넘게 올랐다”며 “가격이 오르니까 손님들이 찾지 않는 것 같다. 길거리에 사람이 없었던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가게 주인 김 모 씨도 “경기가 그야말로 최악”이라며 “이제는 어린이날 특수는 옛말이 된 지 오래”라고 밝혔다.

교회나 보육원의 단체 주문도 급감했다. 또 다른 가게 주인은 “이맘때면 교회 등 단체 주문이 매출을 올려줬는데 최근에는 거의 없는 수준”이라며 “경기가 좋지 않으니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단체 주문도 많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문구완구시장을 찾은 어린이들이 장난감 등을 둘러보고 있다. 성형주 기자




출산율이 줄면서 완구 산업 전체의 쇠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송동호(67) 동대문 문구·완구시장 상인회장은 “아이들이 많이 없다 보니 과거에 비해 장사가 덜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저출산을 매출 감소의 한 원인으로 꼽았다.

이날 시장을 찾은 손님들은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해 발품을 판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새해와 어린이날마다 여섯 살, 네 살배기 손주의 선물을 사러 남양주에서 온다는 이정순(74) 씨는 계산대 앞에 서서 비싸다는 말을 연신 되뇌었다. “손주 둘의 선물 값이 지난해에는 10만 원이었는데 올해는 13만 원을 넘었다”면서 “그나마 이곳이 저렴하지만 부담이 많이 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곱 살 딸의 선물을 사러 마포구에서 왔다는 김아람(39) 씨도 “장난감 지출이 만만치 않다”면서도 “어린이날이라서 그냥 지나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활기를 잃은 완구거리와는 달리 e커머스와 백화점·대형마트는 어린이날 특수를 누리고 있다. 가성비가 좋은 제품은 배송이 간편한 e커머스에서, 가격이 나가는 고가의 완구는 교환이나 반품이 용이한 마트와 백화점에서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탓이다. 이날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완구 코너에는 자녀들과 손주들의 선물을 사려는 손님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명동의 한 백화점에서 장난감을 구매한 정 모 씨는 “어린이날인 만큼 좋은 장난감을 사줬다”며 “백화점도 다양한 할인 행사를 하는데다 먹고 즐길거리가 많아 아이들과 함께 왔다”고 말했다.

이를 지켜보는 완구거리 사장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동대문 완구거리 시장 초입에서 30년 가까이 문구를 팔았다는 한준호 씨는 “요즘은 대부분 인터넷으로 구매를 해 판로 자체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설상가상 어린이날인 5일 우천 예보까지 더해지면서 상인들의 얼굴에는 그늘이 가득했다. 60대 중반의 한 상인은 “장사하면서 이렇게까지 힘든 적이 없었다”며 문구류에 쌓인 먼지를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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