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주류 장르로 장기 흥행했던 역할수행게임(RPG)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게임 형식에 지친 이용자들이 전략형 게임 등으로 눈을 돌리며 전체 시장에서 RPG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줄었다. 이에 국내 게임사들도 이용자들의 취향 변화를 인지하고 장르·플랫폼 전환을 꾀하고 있어 향후 게임 산업 환경이 크게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8일 애플리케이션 통계 분석 플랫폼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 달 기준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 수익에서 RPG가 차지하는 비중은 49.1%로 집계됐다. RPG 비중은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59.9%로 60%에 육박했지만 꾸준히 하락하면서 5월(47.5%) 전체 수익의 절반을 밑돌았다. 이처럼 RPG 비중이 50%를 밑돈 것은 2017년 집계 이래 처음이다. 이번 통계에서 RPG 장르에는 대규모다중이용자(MMO)·액션·방치형 RPG가 포함됐다.
반면 전략형 게임이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5.1%에 그쳤던 전략형 게임 비중은 4월 22.8%로 고점을 찍은 후 지난 달에도 22.4%로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중국산 전략형 게임의 흥행이 수익 상승을 견인했다. 최근 구글플레이 매출 상위권은 퍼스트펀의 ‘라스트워: 서바이벌’과 센추리게임즈의 ‘WOS: 화이트아웃 서바이벌’이 차지하고 있다. 두 게임 모두 중국 게임사가 개발과 유통을 맡고 있다.
업계에서는 RPG 게임의 침체는 예견된 일이라고 분석한다. 엔씨소프트(036570)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의 흥행으로 이와 비슷한 ‘리니지 라이크’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며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한데다 과도한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과금 정책에 불만이 누적되면서 이탈하는 이용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그간 RPG 게임으로 승승장구하던 국내 게임사들은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 엔데믹으로 게임 이용자들이 감소한 가운데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이었던 RPG 게임마저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매출과 수익성이 급감했다.
이에 게임사들도 위기 극복을 위해 장르·플랫폼 다변화를 통해 변신을 모색 중이다. 컴투스(078340)가 3월 서브컬처 장르의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를 선보인 가운데 웹젠(069080)도 서브컬처 신작 ‘테르비스’를 연내 출시할 방침이다. 넥슨은 PC·콘솔 플랫폼 위주의 ‘퍼스크 디센던트’를 최근 출시했고, 엔씨소프트도 콘솔 게임 ‘배틀크러쉬’를 얼리액세스(사전 체험판)로 선보였다. 이 외에도 카카오게임즈(293490)가 ‘아키에이지2’와 ‘크로노 오디세이’ 등을 콘솔 플랫폼으로 준비 중인 가운데 넷마블(251270)은 ‘일곱개의 대죄: 오리진’을 PC·콘솔 등 멀티 플랫폼 게임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한국 게임 산업이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 바닥을 찍은 게임사들이 올해는 바뀌는 트렌드에 발맞춰 변화를 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MMORPG를 비롯한 RPG가 여전히 큰 축을 차지하겠지만 장르·플랫폼 다변화 흐름은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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