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민주당 일각의 대선 후보 사퇴 요구가 집단행동으로 확대되지는 않으면서 ‘바이든 사퇴’ 국면이 다소 진정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건강과 인지력을 둘러싼 의구심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바이든 대통령 스스로 본선 경쟁력을 증명하지 않는다면 민주당 안팎의 사퇴 압박은 언제든지 다시 분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민주당 상·하원의원들은 이날 각각 연쇄 회동을 갖고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유지 문제를 논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회의가 종료됐다. 하원에서는 상당수 의원들이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지만 후보 교체를 요구하는 집단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WSJ는 “의원들은 합의 없이 떠났고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치 상황은 명확한 해결책 없이 그대로 남겨졌다”고 전했다.
당 지도부인 피트 애길라(캘리포니아) 코커스 의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바이든 대통령이 지금 현재 우리의 후보이며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를 이길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다”면서 “그것이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장에서는 몇몇 의원들이 사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으나 대부분의 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비공개로 바이든 대통령에 반기를 들었던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 간사는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완주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우리는 그를 지지할 것”이라면서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하원에 이어 상원에서도 뚜렷한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았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회의와 관련한 논평을 거부하면서도 “전에도 말했듯이 나는 바이든을 지지한다”고만 밝혔다. 일부 상원의원들은 본선 경쟁력 우려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을 사퇴할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후보를 교체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NYT가 전했다.
전날 민주당에 보낸 공개 서한을 통해 대선 완주 의지를 강력히 드러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부터 시작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비교적 선명한 목소리로 연설에 나섰으며 나토 지도자들을 먼저 알아보고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NYT는 “실수가 없었고, 쉰 목소리를 내지 않았으나 프롬프터를 읽으며 한 연설”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나토 국가들은 워싱턴DC에서 열린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측 인사와의 접촉을 늘리는 등 ‘트럼프 리스크’에 적극 대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몇몇 국가들은 나토 정상회의 기간 키스 켈로그 미국우선주의연구소(AFPI) 미국안보센터장,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등 트럼프의 측근 그룹과의 면담을 계획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유럽 국가들을 향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미국과 동등한 수준으로 맞추라고 요구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서도 “전 세계 앞에서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공식적으로 주겠다”면서 TV 토론과 더불어 골프 대결을 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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