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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우의 워싱턴 24시

세계 최강 해군을 보유한 美 조선업의 민낯[윤홍우의 워싱턴 24시]

정치·사회 2024.05.12 18:09:04
8일(현지 시간) 미 의회에서는 ‘국가 해양 전략을 위한 의회 지침서(미국의 해양 능력 복원)’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나왔다. 마코 루비오(공화 상원), 마이크 월츠(공화 하원), 마크 켈리(민주 상원), 존 가라멘디(민주 하원) 등 양당의 주요 상·하원 의원들이 발표에 참여했다. 핵심 내용은 ‘미국의 조선·해양업을 부활시키기 위한 긴급한 국가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루비오 의원은 “미중 경쟁이 21세기를 정의할 것이고 양국 갈등이 가장 치열한 곳은 해상”이라며 범국가적 대응을 촉구했다. 보고서는 미 해양 능력 복원을 위해 동맹국과의 협력 필요성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미 의회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 조선업의 참혹한 현실과 맞닿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975년 한 해 70척의 상업용 선박을 생산하며 세계 1위를 차지했던 미국의 조선업은 50여 년이 흐른 현재 전 세계 시장에서 1%의 점유율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는 사이 중국 조선업은 정부의 대대적인 보조금 등 전략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세계 1위로 올라섰는데 지난해 중국이 생산한 원양용 선박은 무려 1000척 이상으로 고작 10척을 생산한 미국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해양 강국을 자처하는 미국의 조선업이 몰락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 중에서도 ‘존스법’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1920년 제정된 이 법은 미국 선박만이 미국 항구에서 다른 항구로 물품과 승객을 운송할 수 있게 하며 이들 선박은 미국이 만들고 소유하고 운항하도록 했다. 미국 싱크탱크 카토연구소의 콜린 그래보는 “존스법은 미 조선업을 국내 시장에 종속시켜 규모 확장, 효율성, 혁신 및 전문화를 저해했고 결국 퇴보시켰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이 건조하는 유조선의 가격은 다른 나라보다 약 4배 이상 비싸 존스법의 보호가 아니라면 조선업의 명맥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다. 미 해군은 이를 국가 안보적 위기로 본다.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 장관은 지난해 하버드 케네디스쿨 강연에서 “조선업과 해운업이 강하지 않은 나라가 위대한 해군을 가졌던 전례는 없었다”며 상업용 조선 시장에서 미중 간의 격차가 심각하게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위대한 해군 전략가 앨프리드 세이어 머핸의 저서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을 언급하면서 “중국의 지도부는 머핸의 이론을 읽고 연구했으며 그들의 행동이 그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미 무역대표부가 최근 중국 조선·해양·물류업을 상대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시작한 것은 중국 조선업에 대한 미국의 공포심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조사는 전미철강노조를 비롯해 5개 노조 단체가 중국을 상대로 조사 청원을 하면서 시작됐으나 사실상 중국 조선업을 견제하려는 정부와의 교감 속에 청원이 이뤄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 내에서는 이번 조사의 최종 목표가 중국의 조선업 능력 약화, 특히 중국 챔피언인 중국국영조선공사(CSSC)를 겨냥한 것으로 본다. CSSC는 글로벌 조선 시장을 지배하며 인민해방군을 위한 군함을 생산하는 중국 민군융합전략의 핵심 기업이다. 하지만 중국에 대해 무역 압박을 강화한다 해도 수십 년에 걸쳐 무너진 미국의 산업 경쟁력이 복원되지 않는다는 점이 미국의 고민이다. 이미 미국 내 조선소들은 설비 노후화와 높은 인건비에 시름하고 있으며 공급망이 무너져 원자재와 부품 조달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미국은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의 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여 미국 조선업을 부활시키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미 군함의 유지·보수(MRO)를 한국과 일본 회사에 맡긴 것이 그 시작이며 중국 견제를 위해서는 결국 군함 제조까지 동맹에 개방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 내 안보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미중 경쟁이라는 지정학적 위기와 미국 산업의 취약점을 우리의 실익으로 만들 수 있는 고도의 산업 전략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김흥록 특파원의 뉴욕 포커스

한강의 기적을 이어가려면[김흥록 특파원의 뉴욕포커스]

국제일반 2024.04.28 17:46:51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 경제의 기적이 끝났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1970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6.4% 성장했던 한국 경제성장률이 차츰 둔화하다가 2040년대는 -0.1%의 마이너스 성장 시대로 접어든다는 전망을 인용하기도 했다. FT는 그 배경으로 △대기업 위주의 경제 △갈수록 커지는 대·중소기업 격차 △대기업 3세들의 현실 안주 △원천 기술 부족 등을 원인으로 진단했다. 한마디로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의 시대는 끝났는데 이를 극복할 주체가 안 보이고 제반 여건도 좋지 않다는 진단이다. FT가 대기업 오너 3세들을 언급한 이유는 대기업이 한국 성장을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는 아닐 것이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대기업에서조차 혁신적인 도전이 부족하기 때문에 성장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현상 설명일 것이다. 이 같은 지적이 간과하는 부분은 대기업들의 해외 투자는 여전히 활발하고 신규 도전을 주저하는 기업이 대기업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삼성이나 SK·현대차·LG 그룹 등은 미국 현지에 연구개발(R&D)과 투자 조직을 확장하고 현지 인재 확보 네트워크를 늘리고 있다. 혁신과 도전의 상징인 스타트업들도 점점 한국 아닌 미국에서 도전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해외 본사를 둔 스타트업은 148개로 2020년보다 20% 늘었다. 퍼스트무버(first mover)가 되기 위한 한국 기업가들의 도전 자체가 사라졌다기보다 한국 내 도전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가의 입장에서 한국과 미국에서 조직을 운영할 때 느끼는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노동 유연성이다. 사업 방향에 맞춰 조직을 구성했다가 상황에 맞춰 규모나 인적 구성을 조정하고 때로는 조직을 해체하는 일이 미국에서는 가능하다. 이와 달리 한국에서는 새로운 도전을 했다가 실패하더라도 직원들이 사표를 내지 않는다면 계속 채용을 유지해야 한다. 새로운 도전 과정은 사업 환경에 맞춘 변화가 필수적이지만 국내에서는 한 번 채용하면 조직의 규모나 인적 구성을 바꾸기 어렵다. 실패할 경우에도 여전히 인력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실패 이후에도 인력 비용 문제에 시달리게 된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최근 이례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로 노동 유연성을 꼽기도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 월가의 기업들은 정보기술(IT) 인력이나 인수합병 전문가 등을 대거 채용하며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했다. 이후 수요가 감소하자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해고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의 실업률이 3%대로 역사상 최저 수준을 유지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해고된 개발자나 금융 전문가들이 국방 기업이나 중소기업 등 인력이 필요한 다른 영역으로 흡수되고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 당시 15%까지 올랐던 미국의 실업률이 2년 만에 3%대의 완전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위기 당시의 비용 관리를 통해 다시 채용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미국 경제 성공의 비밀’이라는 칼럼에서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은 비록 일시적으로 높은 실업률을 초래했지만 이후 강력한 회복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FT가 한국 경제의 동력 상실 원인으로 제시한 여러 항목 가운데 우리가 모르고 있던 내용은 없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 등 대부분의 지적은 우리가 적어도 10년 이상 풀기 위해 노력한 문제들이다. 그렇지만 어디에서도 명쾌한 해답이 도출되지 않았다. 이에 FT의 지적을 통해 우리가 곱씹어 봐야 할 부분은 우리 정부와 정치권이 그동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른 해법을 추구했는지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를 벗어나고 원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것은 좋은 노력이지만 도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노동 유연성은 그 중 우선순위에 있다.
윤민혁의 실리콘밸리View

양안전쟁과 애치슨라인 부활의 공포 [윤민혁의 실리콘밸리View]

사내칼럼 2024.04.21 19:01:16
분단국가이기 때문일까. 어쩌면 양안(중국·대만) 전쟁 가능성에 가장 둔감한 국가는 대한민국일지도 모른다. 미국 빅테크들은 중국의 대만 침공을 수년 내 일어날 기정사실로 본다. 시기의 문제일 뿐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빅테크 최고경영자(CEO) 중 양안 전쟁 가능성을 부정하는 인물은 대만 출생인 젠슨 황 엔비디아 CEO뿐이다. 하지만 “둠스데이(최후의 날) 시나리오가 벌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그의 눈빛에도 자신감은 없었다. 대만 출신의 간절한 바람일 뿐이라는 인상이 짙었다. 반도체 생산처를 미국으로 되돌리겠다는 리쇼어링, 2차전지의 미국 내 생산을 독려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더 나아가 갈수록 높아지는 철강 관세 장벽까지. 미국의 대외 산업 전략 기저에는 대만이, 나아가 동아시아가 공급망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양안 전쟁 발발 시 반도체·2차전지·철강 같은 ‘산업의 쌀’을 동아시아에서 수입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은 가장 노골적인 사례다. 대만 내 TSMC가 사라져도 미국 내에서 초미세공정 반도체를 생산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챔피언’으로 꼽힌 기업이 인텔이다. 반도체법이 사실상 인텔의 로비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미국에서는 공공연한 사실로 통한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거리낌 없이 “대만은 지정학적으로 위험하다”고 언급하고, 반도체 업계의 그 누구도 이 말을 부정하지 않는다. 인텔은 1000억 달러를 투입해 파운드리 역량을 수복 중이다. 미 정부는 200억 달러에 달하는 반도체법 지원금으로 화답했다. 물론 미 정부의 압박에 TSMC는 물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미국 공장을 건설했거나 지을 예정이다. 흥미로운 점은 TSMC의 일본 진출이다. TSMC의 탈(脫)대만 전략은 미국 압박으로 시작된 것이다. TSMC는 미국과 함께 일본을 새로운 생산 기지로 선택했다. 양안 전쟁 시 일본이 위험지대라고 판단했다면 미국은 이를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이 ‘안전지대’라면 한국은 어떨까. 양안 전쟁이 발발하면 북한의 국지 도발 가능성은 99%다. 외려 국지 도발 수준에서 끝나기를 빌어야 할지도 모른다. 한국 주요 반도체 공장이 위치한 이천·평택·기흥·화성은 미국 관점에서는 휴전선 ‘코앞’이나 다름없다. 평택은 미군의 해외 최대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가 자리 잡은 곳이기도 하다. 양안 전쟁 개전 시 남한이 전쟁의 여파를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산업적 가치는 어떨까.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의 지정학적 가치는 여전히 ‘메모리’에 치중돼 있다. 미국에는 메모리 3강 중 하나이자 곧 60억 달러 상당의 반도체법 지원금을 받아낼 마이크론이 있다. 파운드리와 달리 한국의 메모리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미국은 ‘대안’을 손에 쥐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행보를 찬찬히 뜯어보면 그들이 바라보는 양안 전쟁 ‘안전선’은 일본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남한과 대만을 방어선에서 제외한 ‘애치슨 라인’을 떠올리게 한다. 애치슨 라인이 가져온 결과가 6·25전쟁과 분단이었다는 사실에까지 생각이 미치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안타깝게도 미중 갈등 속 한국의 입지는 극히 제한적이다. ‘고래’들이 한국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정책을 내놓도록 노력하는 정도가 최선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와 기업의 대미 ‘스킨십’은 잘 작동하고 있을까. 무형의 스킨십은 알 수 없으니 눈에 보이는 합법적 로비 규모를 알아보자. 미 로비 자금을 추적하는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타국 로비 자금 지출 순위에서 한국은 2696만 달러로 9위에 그쳤다. 중국의 7989만 달러, 일본의 5798만 달러에 턱없이 못 미치고 아랍에미리트(UAE)의 3923만 달러보다도 적다. 일본은 한국의 KOTRA 격인 JETRO 차원에서 4309만 달러에 달하는 로비를 펼쳤다. 우리 정부 기관은 10위 권 내에서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만일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양안 전쟁 발발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시기 또한 앞당겨질 공산이 크다. 양안 전쟁 발발 시 당사국인 중국과 대만을 제외하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깊이도, 폭도 알 수 없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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