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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기적을 이어가려면[김흥록 특파원의 뉴욕포커스]

FT "한국 경제의 동력 약해진다" 진단

대기업 현실 안주 등 우려·지적했지만

국내 대기업·스타트업 美 도전은 확장

한국내 도전 여건 약해진 것으로 봐야

노동유연성 확보로 기업환경 개선해야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 경제의 기적이 끝났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1970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6.4% 성장했던 한국 경제성장률이 차츰 둔화하다가 2040년대는 -0.1%의 마이너스 성장 시대로 접어든다는 전망을 인용하기도 했다. FT는 그 배경으로 △대기업 위주의 경제 △갈수록 커지는 대·중소기업 격차 △대기업 3세들의 현실 안주 △원천 기술 부족 등을 원인으로 진단했다. 한마디로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의 시대는 끝났는데 이를 극복할 주체가 안 보이고 제반 여건도 좋지 않다는 진단이다.

FT가 대기업 오너 3세들을 언급한 이유는 대기업이 한국 성장을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는 아닐 것이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대기업에서조차 혁신적인 도전이 부족하기 때문에 성장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현상 설명일 것이다. 이 같은 지적이 간과하는 부분은 대기업들의 해외 투자는 여전히 활발하고 신규 도전을 주저하는 기업이 대기업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삼성이나 SK·현대차·LG 그룹 등은 미국 현지에 연구개발(R&D)과 투자 조직을 확장하고 현지 인재 확보 네트워크를 늘리고 있다. 혁신과 도전의 상징인 스타트업들도 점점 한국 아닌 미국에서 도전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해외 본사를 둔 스타트업은 148개로 2020년보다 20% 늘었다. 퍼스트무버(first mover)가 되기 위한 한국 기업가들의 도전 자체가 사라졌다기보다 한국 내 도전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가의 입장에서 한국과 미국에서 조직을 운영할 때 느끼는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노동 유연성이다. 사업 방향에 맞춰 조직을 구성했다가 상황에 맞춰 규모나 인적 구성을 조정하고 때로는 조직을 해체하는 일이 미국에서는 가능하다. 이와 달리 한국에서는 새로운 도전을 했다가 실패하더라도 직원들이 사표를 내지 않는다면 계속 채용을 유지해야 한다. 새로운 도전 과정은 사업 환경에 맞춘 변화가 필수적이지만 국내에서는 한 번 채용하면 조직의 규모나 인적 구성을 바꾸기 어렵다. 실패할 경우에도 여전히 인력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실패 이후에도 인력 비용 문제에 시달리게 된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최근 이례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로 노동 유연성을 꼽기도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 월가의 기업들은 정보기술(IT) 인력이나 인수합병 전문가 등을 대거 채용하며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했다. 이후 수요가 감소하자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해고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의 실업률이 3%대로 역사상 최저 수준을 유지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해고된 개발자나 금융 전문가들이 국방 기업이나 중소기업 등 인력이 필요한 다른 영역으로 흡수되고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 당시 15%까지 올랐던 미국의 실업률이 2년 만에 3%대의 완전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위기 당시의 비용 관리를 통해 다시 채용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미국 경제 성공의 비밀’이라는 칼럼에서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은 비록 일시적으로 높은 실업률을 초래했지만 이후 강력한 회복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FT가 한국 경제의 동력 상실 원인으로 제시한 여러 항목 가운데 우리가 모르고 있던 내용은 없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 등 대부분의 지적은 우리가 적어도 10년 이상 풀기 위해 노력한 문제들이다. 그렇지만 어디에서도 명쾌한 해답이 도출되지 않았다. 이에 FT의 지적을 통해 우리가 곱씹어 봐야 할 부분은 우리 정부와 정치권이 그동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른 해법을 추구했는지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를 벗어나고 원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것은 좋은 노력이지만 도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노동 유연성은 그 중 우선순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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