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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4.0 大計 세워라 ]고령자 단기 일자리로는 해결 한계
경제 · 금융 정책 2019.09.17 17:22:55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노인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세금을 쏟아부어 임시방편으로 만든 ‘허드레 일자리’가 아니라 파트타임이라도 원래의 적성과 직무를 살릴 수 있는 일자리 조성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이 절실한 것은 법적으로 ‘정년 60세 의무화’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상당수는 그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 퇴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취업 포털 사이트인 잡코리아가 지난해 10월 중소기업 263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3.9%는 ‘임원을 제외하면 60세까지 근무한 직원이 없었다’고 답했다. 또 이들 회사의 최고령 남녀 직원의 평균 나이는 각각 52세, 47세로 집계됐다. 하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분화된 노동 시장은 이들 근로자를 제대로 포섭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는 39만1,000명에 달했으나 이들 대부분은 반찬 배달, 꽁초 줍기, 노인 간병, 놀이터 지킴이 등과 같은 재정 일자리 사업에 투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이들 일자리는 1년 이상의 상용직이 아닌 단기 임시직으로 분류된다. 오는 2025년 한국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도하는 단기 일자리로는 노동 시장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년을 채우고 퇴직하더라도 체계적인 재교육 시스템을 통해 고령 인력들을 제대로 활용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경준 전 통계청장은 “직무와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개편하면 기업 입장에서도 고령 인력들을 노동 시장에 끌어들일 수 있는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
'긱 이코노미' 빠르게 늘고 있지만…사회안전망은 구멍
경제 · 금융 정책 2019.09.17 17:22:50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일거리를 받아 서비스하는 ‘긱 이코노미’ 시대가 열렸지만 아직 제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맺어졌던 계약 관계가 앞으로는 사용자 자체가 모호한 계약구조로 바뀔 수밖에 없어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다면 질 나쁜 단시간 일자리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근로시간에 비례하는 형태가 아닌 성과에 비례하는 임금구조를, 세금을 투입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세금을 내도록 하는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7일 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플랫폼 노동자는 전체 취업자의 약 2%인 54만명으로 추정된다. 플랫폼 노동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일하는 배달 대행, 대리운전 기사, 가사도우미 등을 말하며 디지털화에 따라 점차 다양한 분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배달의민족·쿠팡·우버이츠 등을 이용한 배달업무에서부터 탈잉·크몽 등을 통한 재능 공유, 타다 등 모빌리티 플랫폼을 활용한 운송업까지 다양하다. 이 같은 혁신과 달리 제도는 아직 구시대에 머물러 있어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플랫폼 노동은 자영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소득이나 고용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한 채 사회안전망에서 대부분 배제됐다. 전통적으로 공장에서 일하는 구조에서는 사용자가 노동자를 보호하는 방식이었지만 플랫폼 노동 시대에는 일을 시키는 주체가 불분명해지기 때문이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플랫폼을 사용자로 만들면 우버를 운수회사로 만들 수 있어 올바른 방향 같지 않다”며 “재정부담은 노동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자가 지는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사용자 규명이 어렵기 때문에 국가가 주도하는 사회안전망 폭이 넓어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의 경우 ‘N시간 계약’이나 주당 근무시간을 ‘0시간’으로 정하고 고용주의 요구에 따라 근무하는 ‘제로아워 콘트랙트’가 60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활성화되고 있지만 고용안정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떠올랐다. 영국이 올해 1·4분기 실업률 3.8%로 지난 1974년 이후 45년 만에 최저치라고 해도 표면상의 지표만 개선됐을 뿐 젊은층은 오히려 풀타임 직업을 구하는 기대 자체를 접고 있다./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
"정부 과제로 개발한 기술도 사업 못해"...규제에 우는 미래기술
산업 IT 2019.08.11 17:17:49국내 유명 A대학병원은 얼마 전 토종 로봇기업 B사와 ‘원격협진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병원 내 인파와 장애물을 피해 자율이동하면서 병상에 다가가 현장의 의료진, 환자와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또 다른 의료진을 화상통신 등으로 연결해 병증 진단과 치료 방향을 실시간으로 의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원래 정부 과제사업으로 추진했던 프로젝트인데 정작 국내에서는 도입이 되지 않고 베트남에 적용됐다. 한국에서는 원격의료 규제로 인해 관련 기술을 개발해도 상용 서비스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중국·동남아 등 신흥국의 경우 원격의료 도입이 활발해 관련 기술과 데이터 축적을 위한 테스트베드로 급성장하고 있고 미국과 일본에서도 이미 원격의료가 이미 허용되고 있다”며 “우리의 의료 역량과 정보기술(IT)은 선진국 중에서도 상위권 수준이지만 의료 업계 내부의 이해충돌에 정부가 휘둘리면서 원격의료 규제를 선진적으로 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의 장벽에 막힌 것은 원격의료뿐만이 아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드론, 로봇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의 주력 분야에 모두 규제 사슬이 묶여 있다. 정부와 국회가 급변하는 기술 수준과 사회적 인식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과거의 규제를 답습하는 사이에 선진국은 물론 후진국에도 추월당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 C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C사는 약 8년 전 군 작전용 드론을 개발했지만 이후 드론 사업에서 철수했다. 정부가 드론 관련 연구개발(R&D) 과제나 조달사업에서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했기 때문이다. C사 관계자는 “일부 중소기업이 드론 기술 중 몇 가지 원천기술을 확보했다고 해도 이를 실용화하려면 종합적인 체계기술이 뒷받침돼야 하고 글로벌 시장으로의 판로도 개척해야 하는데, 이것을 제일 잘할 수 있는 곳이 대기업”이라면서 “그런데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연결할 산업생태계를 정밀하게 설계하기보다는 단순히 대기업의 진입을 제한하면 중소기업이 클 것이라는 비현실적인 방식으로 규제를 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이어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아직 상용 드론시장이 초창기였기 때문에 국내 대기업들이 집중 투자했다면 충분히 중국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규제로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국내 대기업 대다수가 드론 산업 개척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인력운용 규제도 한국의 신기술·신서비스 개발을 저해하는 악재로 꼽힌다. 특히 R&D 인재와 산업 현장 인력 운용에 대한 정부의 포퓰리즘식 정책이 산업계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국방부가 산업기능요원을 전면 폐지하고 전문연구요원을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병역대체복무제도 개편을 모색하면서 중소기업들의 인력난과 기술개발능력 저하가 한층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본격화된 주 52시간제 도입도 기업 연구소들의 입지를 좁게 만들고 있다. 전자업계의 한 중견업체 연구실장을 맡고 있는 임원은 “R&D는 업무 특성상 매일 일정 시간 동일 업무를 반복하는 생산직이나 일반 서비스직과 다르다. 새 프로젝트가 잡히면 몇 주, 몇 달씩 밤샘 연구를 하다가 프로젝트가 끝나면 업무가 비교적 한가해진다”며 “이런 연구원들을 주 52시간, 일률적으로 일하라고 하는 것은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 52시간제에 맞추기 위해 R&D 인력을 더 뽑아도 창의력과 지적 통찰력이 연구원마다 일률적이지 않기 때문에 보충된 인원이 기존 인력의 업무를 온전히 대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R&D 업무는 주 52시간 특례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관련 업계는 호소하고 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
정부, 中企 기초연구·원재료 지원 맡고...대기업은 응용개발 단계서 참여 바람직
산업 기업 2019.08.11 17:16:10일본이 규제한 반도체 소재 수출은 허약한 국내 산업의 생태계를 시험대에 올렸다. 대기업들이 고속성장을 주도했지만 부품·장비·소재 조달은 일본·미국·독일 등에 의존하면서 국내 후방산업의 발전이 더뎠기 때문이다. 240억달러(약 29조688억원)에 달하는 지난해 대일 무역적자는 일본 후방산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보여준다. 문제는 단시간에 일본과 비슷한 수준의 부품·소재 기술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일본의 산업 경쟁력은 오랜 시간 기초과학에 공을 들여 축적한 원천기술에서 비롯됐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노벨상 수상자가 20여명에 달하는 일본에서는 장인정신을 가진 중소기업 직원도 노벨화학상을 받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될성부른 떡잎’이 있어도 대기업이 빼앗아버리지 않느냐는 불만을 토로한다. 기술자료나 특허 공동출원 요구를 통해 유망한 기술을 탈취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단가 낮추기 목적으로만 기술과제 발굴에서 평가까지 독차지하는데 어떻게 원천기술을 확보하겠느냐”고 비판했다. 반면 대기업은 ‘상생’이라는 명목으로 책임만을 강요받는다는 입장이다.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섣불리 테스트했다가는 수백억원을 날릴 수 있는데도 업계 안팎에서 ‘대기업이 국산 소재·부품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뿐 아니라 기계·고부가섬유 등의 업종도 비슷한 처지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일부 중소기업에서는 현금살포 복지와 같은 자금 지원만 바란다”면서 “상생 차원에서 개발자금을 지원했는데 엉뚱한 곳에 쓰이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처럼 대기업이 협력업체에 개발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산업 체질 개선이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가 중소기업의 기초연구 지원과 원재료 확보를 맡고, 대기업은 응용개발 단계부터 참여하는 식의 정교한 역할 설정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 중견 소재업체 대표는 “중견기업은 5년, 10년 뒤를 내다보고 개발에 뛰어들 수 없다”며 “일본의 물질연구소처럼 정부 주도의 소재개발 로드맵과 상품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삼미술)’과 같은 산학 연계 모델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미술은 불확실성이 높지만 성공할 경우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연구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최근에는 삼미술의 지원을 받은 김경록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연구팀이 반도체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3진법 기술을 세계 최초로 대면적 웨이퍼에 구현하기도 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
'3대 반기업 정책'에 발목 잡힌 대기업...생존도 벅차다
산업 기업 2019.08.11 17:13:57“요즘 같은 상황에서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듭니다.” 에너지 사업을 하는 국내 대기업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이 업체는 반기업 정책이 난무하는 국내가 아닌 해외 공장 확충을 통해 원가 경쟁력 확보 및 수익 창출을 꾀하고 있다. 단기간의 집중노동이 필수인 연구개발(R&D) 분야는 주 52시간 일괄 도입으로,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는 법인세 인상으로 각각 사업계획에 차질이 생긴 탓이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해 “최저임금 상승은 기업과 경제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해야 하는데 무리한 측면이 있으며 근로시간 단축도 신산업·계절산업 등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갑작스럽게 시행된 측면이 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의 성장률이 끝에서 두 번째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우리 경제에 버팀목이었던 대기업들조차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의 수출규제라는 외부 변수에다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 △경직된 주 52시간제 △세계 흐름과 역행하는 법인세 인상이라는 내부 변수에 신음하고 있다.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에 화들짝 놀란 정부가 ‘반기업 정책’에 변화를 주고 있지만 대기업에 대한 기본 인식에는 변화가 없다.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인 조성욱 서울대 교수는 과거 대기업에 대해 “가난한 집 맏아들”이라고 표현하며 “기회조차 받지 못한 기업 및 경제주체들에게 보상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기업에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며 희생을 해야 한다는 논리인 셈이다. 3대 반기업 정책 중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국내 기업의 생산성 저하와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라는 ‘악순환 고리’를 만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4분기 제조업 단위노동비용지수는 129.9로 11년 만에 최고치이며 전기 대비 증가율도 25.6%로역대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높은 단위노동비용지수는 물건 생산에 투입되는 노동비용이 높다는 뜻으로 그만큼 제품의 가격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노동효율성을 평가하는 제조업 노동생산성지수는 지난해 3·4분기 111.7로 정점을 찍은 뒤 올 1·4분기 106.9로 2분기 연속 하락했다. 융통성 없는 주 52시간 도입은 대기업의 R&D 역량을 끌어내려 미래 성장동력을 꺼뜨리고 있다. 특히 재계에서는 탄력근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미국·일본과 같은 1년으로 늘려야 그나마 선진국과 경쟁이라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을 국산화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주 52시간 적용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일본 규제에 따른 피해가 전방위로 확산될 가능성이 큰 만큼 허용 범위를 보다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경직된 주 52시간 체제 도입은 국가경쟁력 하락으로까지 이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올 6월 한국의 주 52시간 도입과 관련한 보고서에서 “한국이 주 52시간제를 도입하면서 기업들에 연간 9조원의 추가 인건비 부담이 발생하며 이에 따라 내년 한국의 성장률을 0.3%포인트 낮추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또 주 52시간제가 전 사업장에 적용되는 오는 2021년에는 성장률을 0.6%포인트 떨어뜨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흐름과 거꾸로 가는 법인세율은 국내 기업의 투자 여력을 크게 줄이고 있다. 국내 최고 법인세율이 기존 22%에서 지난해 25%로 높아짐에 따라 대기업의 부담이 급속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코스피에 상장된 비금융 기업 중 인상된 법인세율 적용을 받는 38개 기업의 추가 법인세 부담은 지난해 전년 대비 42.5% 증가한 7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이익 증가에 따른 법인세 증가 효과는 2조9,000억원이었던 반면 법인세율 인상에 따른 효과는 1.5배가 넘는 4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분석 대상 517개 기업 중 294곳의 영업이익이 감소한 데 이어 올해는 업체 대부분이 이익 감소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도 자칫 법인세 부담이 2년 전과 비교해 늘 수 있다. 무엇보다 이 같은 추이는 글로벌 상황과 역행해 기업의 사기를 꺾는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법인세율은 25%로 OECD 회원국 36곳 중 일곱 번째로 높다. 특히 주요7개국(G7) 가운데 한국보다 법인세율이 높은 곳은 프랑스(33.3%) 한 곳뿐이다. 관련 순위가 최고세율 기준이며 한국의 경우 투자세액공제 등 공제 항목이 많다는 반론도 나오지만 미국·일본·영국·이탈리아 등 주요 국가들이 모두 법인세율을 낮추는 상황에서 한국만 역주행 중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반도체 등 특정 산업 분야가 지난 몇 년간 버텨줬기 때문에 현 정부의 아마추어 같은 경제실험이 가능했지만 일본의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갈등은 한국 경제의 체력을 고갈 직전으로 몰고 가는 상황”이라며 “대선공약과 정치적 구호에 연연해 정책기조 변화 타이밍을 실기할 경우 향후 한국 경제는 성장이 아닌 생존을 걱정해야 될 처지에 놓일 것”이라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
[창간기획] "의사·전업주부·법조인 여러 길 있었지만…미생물학 연구·실험하고픈 욕구 더 강했죠"
산업 IT 2019.08.08 17:43:38“원래 저희 아버지께서는 제게 기초의과학을 전공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 RNA연구단장은 8일 서울경제신문 59주년 창간기념 인터뷰에서 자신이 지금과는 다른 길을 걸을 뻔했던 적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첫 번째 갈림길은 학창시절 전공 선택 과정에서 직면하게 됐다. 당시 문과와 이과 중에서 이과를 선택했던 그에게 부친은 의대 진학을 권했다. 교육자 출신이자 출판 사업자로서 교육 현실을 잘 아는 부친으로서는 이과에서 가장 전망이 밝은 직업이 의사라는 점을 무시하기는 어려웠던 것. 하지만 김 단장은 임상 활동보다는 공부를 하고 싶었고, 서울대에서 미생물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했다. 그는 “제 아버지는 선견지명이 있는 분이셨지만 (미생물학 전공을 선택한 데 대해서는) 결과적으로는 제 판단이 맞았다”며 “1980~1990년대에 의대로 진학했다면 (임상 쪽 비중이 커) 연구할 시간이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김 단장은 물리학도나 수학자를 꿈꿨던 적도 있었다. 지식 암기보다는 논리적 사고로 풀어가는 학문에 매료됐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에게 생명과학자의 비전을 보여준 사람은 사촌 오빠였다. 지금보다 여성의 이과 분야 사회진출 기회가 훨씬 적었던 당시 상황에서 그나마 미생물학이 여성에게 조금 더 문호가 열려 있다고 조언했다. 당시 서울대에서조차 여성 교수가 재임 중인 학과는 노정혜 교수(현 한국연구재단 이사장)가 있던 미생물학과뿐이었다. 실험연구가 많았던 미생물학은 학구적인 김 단장의 적성에 맞았다. 서울대에서 석사까지 마치고 영국 옥스퍼드대 리네커칼리지로 박사과정 유학을 떠났을 때에는 대부분 휴가를 떠난 크리스마스 시즌에도 캠퍼스에 남아 연구를 했을 정도로 미생물학에 빠져 있었다. 그때 리보핵신(RNA) 연구에 전념했던 것이 계기가 돼 이후 마이크로RNA(miRNA) 생성·작동원리를 규명하는 세계적인 학문 성과로 이어지게 됐다. 두 번째 갈림길은 영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지 얼마 후 찾아왔다. 귀국해 결혼하면서 얼마 뒤 출산하게 된 것이다. 육아를 위해 1년 6개월 남짓 전업주부로 살았다. 학계로 복귀할지, 주부로 여생을 보낼지의 갈림길에서 그는 망설였다. 김 단장은 “출산하고 나서 포닥(박사후 연구원)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 길을 간다고 해서 취업을 할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고 반추했다. 그는 “국내에 (미생물학을 전공하는) 대학이 늘면서 졸업 인력의 배출이 많아지던 시절이었는데 그에 비해 관련 분야 산업은 발전이 안 돼 있었다. (기업 쪽) 일자리는 찾기 어려웠고 그래서 학교나 연구소로 취업 진로를 봐야 했지만 그곳도 자리가 별로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여성에게는 더욱 취업난이 심했다”고 전했다. 그런 그에게 법조인이던 남편은 차라리 성차별이 덜한 사법고시의 길을 권유하기도 했다. 그 의견을 따라 한때 고시공부를 하기도 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고 연구하고 실험하고 싶은 욕구만 더욱 자극하게 됐다고 한다. 남편은 이를 눈치채고 포닥의 길을 계속 가라고 김 단장을 응원했고, 덕분에 1999년부터 2년간 RNA연구로 정평이 났던 미국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할 수 있었다. 귀국 후 서울대에 계약직 조교수로 임용되면서 국내 생명학계에 안착했다. 세 번째 갈림길은 38세가 되던 2007년 위암 선고를 받으며 찾아왔지만 암 초기여서 약물치료로 완치할 수 있었다. 현재 그는 가장 노벨상에 근접한 한국인 과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런 평가를 그는 부담스러워하며 연구에만 정진하고 싶다고 말한다. 김 단장은 앞으로의 연구계획에 대해 “miRNA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이를 생성하는 효소는 밝혀졌지만 (효소를) 조절하는 인자가 아직 발견되지 않아 그런 자세한 것들에 대한 연구를 앞으로 10년 안에 마무리 짓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miRNA로만 탐구 분야를 한정시키지는 않고 있다. 김 단장은 “기존에 하던 연구도 계속하겠지만 전혀 RNA가 아닌 것을 연구할 수도 있다”며 “중요한 과학적 발견을 할 수 있는 단서들은 주변에 널려 있는데 단지 우리가 못 보는 것일 뿐이며 저는 가능하다면 평생 (학문적으로) 재미있는 발견을 계속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민병권·백주원기자 newsroom@@sedaily.com -
[창간기획] 김빛내리 "생물학 강국 되려면 동물실험 규제 현실화·원재료 국산화해야"
산업 IT 2019.08.08 17:43:32“현재 한국의 생물학 연구는 전반적으로 이스라엘·네덜란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가 됐습니다.” 리보핵산(RNA) 연구를 비롯한 분자생물학과 미생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김빛내리(사진) 기초과학연구원(IBS) RNA연구단장은 8일 서울 역삼동의 한 카페에서 서울경제신문 창간 59주년 기념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의 생물학 연구 수준이 세계 10위권 언저리인 11~12위권까지 왔다”고 평가했다. 10위권 안팎에는 프랑스·캐나다·네덜란드·이스라엘 등이 포진해 있는데 근래에 대한민국의 생물학 연구가 빠른 속도로 발전해 이같이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높아진 연구 수준에 비해 이를 뒷받침할 제도와 연구생태계 환경은 아직도 개선해야 될 점이 많다. 김 단장은 우선 비현실적인 제도의 합리화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하며 자신의 경험담까지 털어놓았다. 그는 지난 2000년대 초반 국내에서 RNA 연구를 시작할 무렵 실험실을 차리고, 기자재를 구입할 예산이 모자라다 보니 시약 등을 구매하기 위해 큰 금액의 빚을 지게 됐다고 한다. 김 단장은 “미국 등에서는 연구자가 초창기에 실험실 등을 차릴 수 있도록 충분한 시드머니를 주는데 한국에서는 그런 돈을 기대하는 것은 어림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연구활동은 끊기지 않고 계속해야 하는데 (예산을 탈 수 있는) 연구과제 프로젝트는 단속적으로 주어지는 탓에 과제가 끊기면 어쩔 수 없이 시약 등을 외상으로 살 수밖에 없었다”고 부채를 떠안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여전히 상당수 국내 연구자들은 현실에 맞지 않는 예산 집행 방식에 적응하느라 연구에 몰두하기 힘들다. 김 단장은 특히 “미국 등과 달리 한국에서는 연구실 행정지원인력 채용 예산 지원이 없어 한창 공부하고 연구해야 할 대학원생이 연구비 정산을 위한 영수증을 계산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환기했다. 동물실험에 대한 생명윤리제도의 현실화도 시급하다고 김 단장은 지적했다. 그는 “동물실험에 대한 윤리적 규제의 방향은 맞지만 과도한 측면이 있어 연구자들이 힘들어하더라”며 “그것이 현실에서 적용되는 단계에서 연구자는 유관 기관마다 생명윤리위원회를 일일이 통과해야 해 연구 기간이 지연되는 사례들이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생태계 측면에서 연구 원재료의 대외의존도 문제도 심각하다고 김 단장은 진단했다. 그는 “저희 분야의 경우 특히 미국·독일 기업들이 원재료 분야를 독점하다시피 해 의존도가 높다”며 “중요한 원재료 등은 국산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되 국내 시장이 협소해 내수만으로는 경제성이 떨어지므로 해외 수출도 겨냥해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부 해외 독점 원재료의 경우 미국에서 공급하는 가격보다 한국에서의 공급가격이 2~3배나 높아 생물학 분야 연구개발(R&D) 예산의 상당액을 소진하게 되므로 이 같은 유통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김 단장은 제언했다. 아울러 기초연구를 상업적으로 응용할 산학생태계 측면에서 보면 해외에서는 기업 차원의 RNA 치료제 연구가 활발하지만 “국내에서는 RNA를 연구하는 기업들이 별로 없다”고 김 단장은 안타까워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초기에는 기업들이 치료제 개발에 실패한 경우가 많지만 그것을 견디고 꾸준하게 R&D를 한 기업들이 성공하더라며 한국 기업인들의 도전을 당부했다. 김 단장은 우리의 연구 역량도 더 축적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남들과 같은 속도로 발전하는 정도에 머문다면 결과적으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우리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연구 수준을 높여가고 있다고 김 단장은 전했다. 머지않아 중국이 선두권 그룹에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내다봤다. 현재 생물학 분야의 R&D 상위권 국가는 미국·독일·일본·영국·중국·스위스 정도인데 중국이 R&D의 양적인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질적인 부분이 다소 미흡하더라도 독일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게 김 단장의 전망이다. 그런 차원에서 김 단장은 한국의 연구계가 보다 경쟁을 활성화하고, 우수한 신진 연구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단장은 “한국은 미국 대학식 연구 시스템을 도입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미국식 체계에 딱 들어맞는 것도 아니다”라며 “예를 들어 교수의 테뉴어(종신재직)에 대해서는 심사 체계는 갖췄지만 사실상 거의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탈락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연구비 배분구조도 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김 단장은 강조했다. 특히 “풀뿌리 지원방식의 소규모 지원으로 연구자들을 키우는 한편 그렇게 성장한 연구자들이 외국과 경쟁하기에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그가 주력해온 RNA 분야는 어떨까. 다행히 기초연구 차원의 연구는 국내에서도 활발하다. RNA 분야에 집중하는 국내 랩(연구실)이 현재 30여개 정도에 이른다고 김 단장은 전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RNA연구단 차원에서는 분석과학·구조생물학·생물정보학 등 서로 다른 분야의 다양한 연구자들이 모여들게 됐다고 한다. 물론 선발국들에 비해 갈 길은 여전히 멀다. 김 단장은 “미국에서는 RNA를 연구하는 랩이 셀 수 없이 많고, 일본에서는 RNA 소사이어티가 (별도의 학계로) 독립해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분자세포생물학의 한 분과로 분류돼 있다”고 말했다. 인재영입 여건에 대해서는 “ 아직은 우수한 학생들이 의대로 가려는 경향이 많아 생물학계 전반적으로는 여전히 힘들다”고 말했다. RNA에 대한 기초연구 성과를 응용하는 산업화 차원에서 선진국은 빠르게 치고 나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백질의 작동을 통제해 생명체가 제대로 자라나고 면역체계와 신경계를 갖추도록 조절하는 마이크로RNA(miRNA)에 대한 응용연구가 속도를 내고 있다. miRNA의 형성과정과 작동원리를 규명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김 단장은 “miRNA가 처음 발견된 건 1993년이었는데 이후 25년 만인 지난해에 앨라일람제약이 최초로 인공적으로 miRNA를 만들어 합성한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해당 치료제는 희귀 유전질환인 hATTR에 적용돼 치료가 이뤄지고 있는데 효과가 상당히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제약사들은 주로 저분자화학물을 원료로 약물을 만들었는데 개발기간이 길고, 제조공정이 까다로워 특정 질환을 겨냥해 약품으로 만들려면 보통 10~15년이 걸렸다”며 “반면 RNA의 경우 어떤 유전자가 문제를 일으키는지만 알면 바로 (치료물질로) 디자인할 수 있어 개발기간이 단축돼 몇 주안에 치료용 후보물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후보물질의 안전성을 가늠하는 전임상실험 기간까지 감안해도 1년 정도면 치료제 개발이 완성된다. 또한 생산공정이 간단해 기존 약품들보다 개발·제조비용이 크게 낮아진다. 따라서 과거에는 경제성이 낮아 개발하기 쉽지 않았던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도 miRNA 연구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김 단장은 말했다. RNA의 또 다른 종류인 메신저RNA(mRNA)도 신약개발의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mRNA는 데옥시리보핵산(DNA)의 정보를 단백질에 전달해 특정 배열의 아미노산으로 합성되도록 하는 전령 역할을 한다. 김 단장은 “그동안 백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독성을 없애기 위해) 바이러스를 죽이든지, 정제해서 넣어야 했는데 mRNA는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원료물질로) 디자인해 투입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따라서 “불과 며칠이면 백신을 생산할 수 있어 갑자기 신형바이러스가 창궐하면 신속한 백신 제조가 가능하다”고 부언했다. 아울러 mRNA를 활용하면 암 환자별로 다른 유전자 특성에 따라 맞춤형 약물도 만들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민병권·백주원기자 newsroom@@sedaily.com -
[창간기획] 韓경제 디지털·고령화 진입…법·정책도 시대 맞게 바꿔야
경제 · 금융 정책 2019.08.07 18:05:42“한국은 기술혁명과 디지털화뿐 아니라 매우 급격한 고령화라는 문제와 마주하고 있다.” 마크 키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용 및 직업능력개발 담당 과장은 지난달 8일 프랑스 파리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콕 집어 수차례 강조했다.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새로운 기술 트렌드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지만 한국은 빠른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에 대해 준비를 더 해야 한다는 뜻이다. 급속한 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라는 인구구조의 변화는 경제활력을 저하시키고 우리 경제를 옥죄는 구조적 요인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 특별추계에 따르면 불과 6년 후인 오는 2025년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이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과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감안할 때 노동생산성 제고가 필수임에도 노동시장에서 이에 대한 대비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대비책으로 정부가 부랴부랴 재량근로제 확대 등 보완책을 내놓았지만 임시방편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탄력근로제 확대는 수개월째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고, 파견법에 가로막혀 유연화는 아직 먼 얘기일 뿐이다. 플랫폼 노동자가 새로운 직업군을 형성하고 다른 영역으로 움직이는 시대가 왔어도 제도와 법안은 아직 구시대에 머물러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당장 눈앞에 만족감을 주는 현금복지보다 일하는 복지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60세를 지나서도 다른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고령 근로자들을 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고 재정부담만 늘리는 복지는 손질하는 것이 핵심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급변하는 산업구조로 사양산업에서 물러나는 사람들을 재교육과 직업훈련을 통해 신산업으로 옮겨가도록 해야 하는데 정부와 지자체는 당장 현금 주는 데만 매몰돼 있다”고 꼬집었다./파리=김연하기자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
[창간기획]인력 부족에만 중점...수요·공급 미스매치 개선해야
산업 기업 2019.08.07 17:58:12한국은 지난 1993년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제도’를 도입해 단순기능인력에 한해 외국이 노동자를 합법적으로 받아들였다. 1990년대 말부터 인건비가 급격하게 상승하고 3D 업종에 대한 국내 노동자들의 기피현상이 나타나면서 인력 부족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후 2004년부터는 외국인 고용허가제(E-9 비자)가 이를 대체하고 있다. 2010년 3만4,000명 규모였던 E-9 비자 신규 쿼터는 올해 5만6,000명으로 증가하는 등 그간 외국인 근로자 수요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기업들의 만족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올 1·4분기 국내 중소 제조기업들의 외국 인력 신청률은 98.5%로 5년 만에 미달됐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의 노동생산성도 내국인 대비 87.4% 수준에 그쳤다. 이 같은 결과는 외국인 근로자의 공급과 수요의 미스매치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업종 기준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도입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보다 수요에 적합한 외국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직종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정부의 외국인 근로자 정책이 현재 인력 부족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보다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해마다 외국 인력 도입·운용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데 이 같은 단기적인 정책으로는 임금 수준의 변화와 내국인 고용의 변화, 실업률의 변화 등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를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일시적인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겠지만 오히려 저숙련 내국인 근로자의 임금 수준을 낮추고 실업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투자 이민제도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13년 도입한 공식사업 투자이민제는 6년 동안 365건, 1,706억원의 외자유치에 그쳤다. 고학력 외국인 인력 활용도 개선이 필요하다. 최근 전 세계 각국은 우수 인력 유치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국경에 장벽을 세워 이민자 유입을 막으려고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조차도 우수 인력 유치에는 적극적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고학력 외국인 인력의 절대다수인 약 70% 정도가 교육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 반면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인력은 그 비중이 10%도 채 되지 않는다. 최근 인공지능(AI) 등의 분야에서 국내 인재풀이 협소해 외국인 인재 영입이 시급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김주영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외국인 인력 도입 현황과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실제 노동시장 상황과 외국 인력에 대한 수요를 파악할 수 있는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고학력 전문 외국인 인력에 대해서는 전수조사가 추진돼야 하며 지속적인 현황 파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
[창간기획] 獨, 정부 주도로 노사와 '디지털시대 노동정책' 대비
국제 정치·사회 2019.08.07 17:54:12세계 주요국 정부들은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범부처 차원에서 대비에 나서고 있다. 기술의 발전 못지않게 노동·고용시장 대응이 핵심적이라는 인식하에 정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지자체·기업·노동조합을 아우르는 디지털화 시대의 노동정책을 마련하고 있는 각국의 행보는 아직 ‘노동4.0’의 개념조차 확립하지 못한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더스트리4.0’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불을 댕긴 독일은 연방노동사회부(BMAS)가 노동4.0 개념을 도입한 이래 주도적으로 미래 노동상을 만들고 있다. 독일은 새로운 제조업 방식을 성공적으로 확립하려면 노동자의 역할과 인식개선이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보고 정부·기업·노동조합 등이 함께 디지털 산업 환경에서의 노동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BMAS는 가장 먼저 인더스트리4.0 시대의 ‘좋은 노동’의 기준을 세웠다. 지난 2016년 백서를 통해 노동의 디지털화·유연화·네트워크화를 제고하기 위한 세부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이후 연방정부의 노동4.0정책은 주정부 차원의 정책으로 확산됐으며 기업들은 정부가 제시한 노동4.0의 방향을 경영에 접목했다. 독일 산별노조는 기업 차원의 변화를 주도적으로 추진해 노동4.0의 연착륙에 큰 역할을 했다. 독일은 또 고용불안을 줄이기 위해 연방교육연구부와 연방경제부 주도로 330여개의 직업훈련직종을 현대화하고 중소기업 디지털화 지원 정책인 ‘미텔슈탄트-디지털’을 통해 중소기업 직업훈련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국가 전략에 적극 반영한 것은 물론 고령화와 구인난이라는 당면 문제에 맞게 인더스트리4.0과 노동4.0 개념을 재해석하고 있다. 4차 산업기술을 사회 전반에 활용해 기술에 의한 생산성 향상이 근로자의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고, 그로 인해 고령화와 구인난 등 사회문제를 해결한다는 ‘소사이어티5.0’이라는 범국가적 차원의 성장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다. 권준화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아직 노동4.0에 대한 개념조차 확립하지 못하고 있다”며 “독일 등과 같이 정부가 주도적으로 디지털화 정책에 노동4.0정책을 연계·통합할 수 있도록 사회적 대화 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
[창간기획] 핀란드-기본 소득제 개선...창업생태계 조성
국제 정치·사회 2019.08.07 17:54:09성공적인 복지국가로 평가받는 유럽의 일부 국가들이 새로운 시대의 경제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기존의 복지(welfare) 개념을 ‘일하는 복지(workfare)’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대량실업 우려가 제기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본소득 제공 등 보편적 복지보다는 직업훈련 제공 등 고용안전망 구축에 기반을 둔 일하는 복지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일하는 복지로 방향을 튼 대표적인 예가 북유럽 국가들이다. 지난 1990년대 금융·재정위기로 소비 위주 복지체계의 한계에 직면한 북유럽 국가들은 이후 강력한 재정개혁과 복지지출 감축, 국민부담률 상승 억제를 통해 복지의 지속 가능성을 높였다. 시행착오 끝에 실업률을 낮추면서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고 높은 과세를 통한 재분배정책으로 실업급여와 직업훈련 등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는 데 성공한 이들 국가의 복지 시스템은 ‘노르딕 모델’로 불리며 복지정책의 ‘롤모델’로 부각되고 있다. 핀란드의 경우 실업자에게 월 72만원의 기본소득을 주는 등 소비적 복지 시스템을 도입했다가 장기 경기침체와 과도한 복지비 지출로 정부 부채가 급증하자 기본소득제도를 중단하고 일하는 복지로 복지 시스템을 개조하기 시작했다. 특히 ‘노키아 브리지 인큐베이터’ 같은 인력 재배치 프로그램과 각종 창업 시스템을 통해 양질의 창업생태계를 만들며 빠르게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견딜 수 있게 했다. 스웨덴도 1990년대까지 의료·보건·사회보험·교육·연금 등 포괄적이고 접근성 높은 공공 서비스를 구현하는 보편적 복지정책을 펼치다 금융위기 이후 어려움을 겪자 재정·연금·복지개혁을 단행했다. 또 고용과 복지를 연계해 근로유인을 제고하고 복지부담은 축소한 일하는 복지정책을 통해 복지의존도는 낮추면서 고용률은 높였다. 대한상공회의소 산하 싱크탱크인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최근 발간한 ‘북유럽 복지 모델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북유럽 국가들은 혁신으로 성장동력과 복지재원을 마련하고 일하는 복지를 기반으로 복지개혁을 선제적으로 추진해왔다”며 “실업급여, 직업훈련, 재취업 프로그램 등 강한 고용안전망을 통해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경력단절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피그스(PIIGS)’로 불리는 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등이 성장보다 복지를 중시하는 정책을 고수하다 국가의 경제체력이 급격히 약화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본 역시 만성적인 일손부족과 초고령화 사회라는 문제점을 일하는 복지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기술혁신으로 새로운 건강·의료·간병 시스템을 확립해 국민의 건강수명을 늘림과 동시에 이러한 인력을 일손이 부족한 곳에 투입하는 ‘평생 현역사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개인은 자립적 노후생활이 가능해지고 정부는 부양부담 감소로 재정적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
배달앱·타다 기사는 자영업자? 근로자? 지위놓고 갑론을박
산업 IT 2019.08.07 17:47:21애플리케이션 등 플랫폼을 통해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은 업체에 소속된 노동자일까, 독립적인 자영업자일까. 플랫폼 노동이 확산되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전통적 산업 기반 위에서 만들어진 근로기준법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일자리를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내에서 모빌리티 플랫폼 소속 운전기사 등 대부분의 플랫폼 노동자들은 개인사업자 지위를 갖고 있다. 이를 두고 플랫폼 노동자들은 업체에 사실상 소속돼 일을 하고 있으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자신의 선택에 따라 자유롭게 업무를 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영업자에 가깝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지난해 4월 배달대행 업체 배달원의 산업재해 보험과 관련한 판결에서 근로자는 아니지만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인 택배원에 해당한다며 산재보험을 받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에서는 우버 운전자의 지위가 몇 년째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법은 지난 2015년 우버 운전자를 노동자라고 판단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4월 미국 노동부는 플랫폼 노동자들은 업체의 종업원이 아니라 ‘독립계약자’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반대로 올해 7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상원 공공고용 및 은퇴위원회에서는 우버·리프트 운전자들을 근로자로 전환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플랫폼 노동자들은 실업보험·의료보험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법안을 발의한 로레나 곤살레스 주하원 의원은 “직장 불평등과 존엄성을 해결하기 위한 새롭고 혁신적인 안”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반대하는 측에서는 업체들이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바클레이스 투자은행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서 승차공유 운전자들이 근로자로 전환되면 우버는 연 5억달러(약 5,923억원), 리프트는 2억9,000만달러(약 3,435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
[창간기획]표심 의식·노조 눈치…노동유연화 법안 손 못대는 국회
정치 국회·정당·정책 2019.08.07 17:43:25지난달 19일 국회 6층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원회의실. 3개월여 만에 열린 회의였지만 고성만 오갔다. 임이자 소위원장(자유한국당 소속)은 국회 본회의 일정부터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임위는 상임위대로 심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이번에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및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확대에 진전이 있을까’ 기대하며 국회에 온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빈손으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후 지난 2일 본회의가 열렸지만 탄력·선택근로제 확대는 여전히 고용노동 소위 문턱조차 못 넘고 있다. 노동 4.0 시대로 세상은 자고 일어나면 바뀌고 있지만 법으로 밑바탕을 깔아줘야 하는 정치권은 관심도 갖지 않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권이 노동 4.0은커녕 2.0에서 3.0으로 바꾸는 입법조차도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탄력·선택근로제 개정은 제조업에 초점을 맞춘 근로기준법을 서비스업, 연구개발(R&D)의 특성도 고려해 일부 수정하는 것이다. 노동 4.0은 나아가 각 사업장 근로자 대표가 사측과 협의해 맞춤형 근로시간을 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전 단계로의 발걸음도 못 내딛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뿐만 아니라 우리 노동법 전반이 시대에 뒤처져 있다고 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파견법.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파견이 허용되는 업종은 32개이며 제조업 등 나머지는 인력 파견을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다. 반면 미국·독일·영국·일본은 제한이 없다. 기술이 너무 빨리 바뀌어 대기업도 이에 맞춰 인력을 양성하기에는 시간과 정보가 부족한 게 사실이어서 경쟁국은 파견근로를 적극 활용하고 있지만 우리는 제한에 걸려 있다.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는 요건도 문제다. 근로기준법 24조 1항에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고 돼 있다. 여기서 ‘긴박한’이라는 것은 우리나라 사회 분위기상 회사가 무너지기 직전에 해고가 가능하다는 ‘사후적’ 성격의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견해다. 미국·영국 등 경쟁국은 유연한 고용체계와 탄탄한 사회안전망을 무기로 경제 변화에 해고와 적재적소로의 재취업을 돕는 방식으로 적극 대응하고 있는데 우리는 한번 정규직을 고용하면 변화를 줄 수 없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외에 비정규직보호법(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법률)도 고용기간 2년을 초과하지 못하게 했는데 역설적으로 이 조항으로 인해 2년마다 직장을 바꿔야 하는 근로자가 많아 오히려 고용 안정성이 약화되고 있으므로 기한을 늘리거나 아예 제한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의 노동시장 규제는 2000년 58위로 독일(74위)보다 규제 정도가 약했지만(프레이저인스티튜트 발표) 가장 최신 자료인 2016년 162개국 중 143위로 최하위였다. 우리 노동법이 시대 역행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손을 대는 순간 노사 양측으로부터 압박을 받기 때문에 표에 민감한 국회의원 중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사람은 없다”며 “오죽하면 헌법보다 바꾸기 어려운 게 노동법이라는 말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해고 요건 중 ‘긴박한’ 이라는 문구를 삭제하는 법안을 20대 국회에서 발의한 국회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파견법 허용 업종을 넓히는 법안은 2016년 새누리당(옛 자유한국당)이 당론 발의했지만 3년 넘게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 해법은 없을까. 파견근로제의 경우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지 말고 순기능도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를 들어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이 제빵사를 파견근로를 통해 쓰는 경우 이들이 파견근로 기간이 끝나고 경쟁력 있는 자신의 빵집을 차리는 경우도 많다. 파견근로제가 없었다면 이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기회의 문조차 좁아질 수 있었으므로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기보다 순기능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생명·안전 관련 업종만 파견근로를 제한하고 나머지 업종에 파견근로를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 유연화가 ‘쉬운 해고’라는 프레임 주술에 걸려 있다”며 “현 상태라면 경쟁국에 우리만 뒤처지게 되는 것이므로 ‘앉아서 당하기만 할 것인가’라는 말로 쉬운 해고 프레임을 깨야 한다”고 제언했다. 노동법 개정은 결국 노동계 반발을 뚫고 나가는 게 핵심이고 사회갈등 조정은 정치의 영역이므로 정치권이 총대를 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
노조 10%가 기득권 지키려 90% 외면…뿌리 깊은 '노동 디바이드'서둘러 수술해야
경제 · 금융 정책 2019.08.05 17:53:59독일과 네덜란드 등 선진국들은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노동4.0’에 대비하고 있다. 노동계와 경영계·정부가 손을 맞잡고 개혁을 이뤘던 네덜란드의 바세나르협약이나 독일 하르츠개혁이 대표적이다. 당시 노조는 임금동결을 수용했고 경영계는 고용보장을 약속하며 위기를 넘겼다. 재교육과 업무 전환배치로 유연한 환경을 만들었다. 독일 금속노조(이게메탈) 뒤셀도르프지부의 가비 쉴링 팀장은 “4차 산업혁명을 받아들이고 연착륙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노조가 눈앞의 노동자 이익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닌 노사정 간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4·5·6면 한국은 역주행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청년과 중장년, 남성과 여성 등으로 분리된 이중구조에 얽매여 있다. 뿌리 깊은 이중구조는 소득 불평등을 초래하고 생산성 향상을 가로막는 주요인이다. 전체 노동자의 10%를 차지하는 양대노총이 기득권을 고집하는 한 나머지 90%의 눈물은 닦아주지 못하게 된다. 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투입량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반면 노동생산성은 상위권 국가들의 절반에 그쳤다. 디지털과 자동화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 중간단계 기술력을 가진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게 되고 고숙련자와 저숙련자 간 양극화는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 OECD는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과도한 고용보장을 완화하고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사회보장과 직업훈련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국 경제가 신음하는 상황에서도 민주노총은 이달 중순부터 완성차·조선 업계를 필두로 대규모 릴레이 파업에 돌입한다. 공공노조는 공공기관 직무급 도입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영기 한림대 교수는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을 중장기 과제로 설정해 3년 내지 5년의 기간을 두고 체계적으로 밀고 가야 양극화 해소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뒤셀도르프=한재영기자 런던=김연하기자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
[창간기획] "전통적 노동, 현실과 괴리...고용형태 법에 반영해야"
산업 기업 2019.08.05 17:32:57“긱 이코노미가 유발하는 문제 중 하나는 고용형태가 완전히 달라지면서 현재 존재하는 법적 체계에 맞출 수 없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현재의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의 노동형태를 어떻게 맞춰나갈지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마이클 버드(사진) 루이스실킨 대표 변호사는 영국 런던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긱 이코노미 체제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지금처럼 전통적인 방식에 기초해 디자인된 노동구조에 맞추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과거나 현재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노동형태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에 맞게 법을 바꾼 뒤 다른 방식의 권리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약 150명의 변호사로 구성된 루이스 실킨은 세계적인 로펌 평가매체인 후즈 후 리걸이 꼽은 ‘올해의 노동, 고용 및 연금 로펌’이다. 영국은 우버 기사들의 낮은 소득이나 처우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며 디지털과 긱 이코노미로 인한 갈등을 겪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이 커지면서 지난해 영국 고용 심판소는 우버 기사를 자영업자나 프리랜서 형태인 셀프 고용이 아닌 최저임금과 유급휴가 등을 보장받는 노동자로 분류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버드 대표는 “영국에는 다양한 권리를 가진 ‘고용인(employee)’과 권리가 거의 없는 ‘셀프 고용’, 이들 사이에서 제한된 권리만을 갖고 있는 ‘워커’가 있는데, 고용 심판소는 우버 기사들을 고용인이 아닌 워커로 구분한 것”이라며 “고용인으로 구분한 것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버드 대표는 이 같은 판결만으로 긱 이코노미나 온라인 플랫폼이 낳는 복잡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딜리버루와 같은 배달 서비스업체 기사는 보통 여러 플랫폼에서 일하는데 그가 유급휴가나 병가 등을 주장한다면 어느 업체가 얼마를 부담해야 하느냐”며 “지금은 법과 법원이 이 같은 변화에 맞춰야 하는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법적으로 우버 기사들의 지위를 정했어도 노동환경 자체가 달라진 만큼 부수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노동구조와 노동법을 완전히 재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버 기사와 같은 새로운 형태로 일하는 이들을 전통적인 ‘고용인’이나 ‘프리랜서’ 혹은 ‘자영업자’로 때마다 구분하는 것은 일회성에 그치는 만큼 법과 규정이 달라지고 있는 노동형태를 반영하도록 완전히 개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버드 대표는 영국을 독일과 비교하며 영국 정부의 늦은 대응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독일은 영국보다 앞서 있다. 정부와 기업이 모두 장기적인 관점을 기반으로 명확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영국은 지난 3년 동안 입법부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어젠다에 지배당하면서 새로운 입법이나 규제를 거의 하지 못했는데 그 결과는 별로 좋지 못하다”고 비판했다./런던=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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