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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이 바꾼 소비지형 국민MD]"비빔면 소스만"…소비자 원하는 대로 만들었더니 대박
산업 생활 2019.09.23 17:33:47지난 2017년 만우절, 팔도는 팔도비빔면의 소스를 따로 판다는 장난을 쳤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정말 비빔장만 따로 팔면 좋겠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이에 팔도는 한 달 뒤인 2017년 5월부터 팔도비빔장을 출시했고 2년 만에 누적 판매량 1,000만개를 돌파했다. 팔도의 이 같은 행보는 비빔장이 처음이 아니다. ‘한 개 먹으면 섭섭하고 두 개 먹기에는 벅차다’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중량을 20% 늘린 팔도비빔면 1.2를 출시하기도 했다. 고객의 목소리를 담아내면서 제품에 대한 소비자 로열티도 강화할 수 있는 ‘국민 상품기획자(MD)’ 실험은 팔도를 넘어 식품 업계와 유통 업계 전반의 트렌드가 됐다. CU도 국민 MD로 차별화를 꾀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CU는 ‘국민 MD 당신의 선택은?’이라는 대국민 공모전을 2016년부터 펼쳤다. 기획부터 네이밍,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전문 MD 역할을 소비자인 국민에게 맡겨보자는 취지에서다. 이를 통해 CU는 TV 광고 등을 통해 대대적인 홍보를 하는 상품이 아니라 인지도가 낮은 PB 상품의 소비자 인지도를 단번에 끌어올리는 효과를 얻었다. 이후 CU는 2017년 업계 최초로 간편식품 시리즈 전체의 상품 네이밍 공모전을 열었다. CU가 처음으로 해외 직소싱을 통해 수입한 새우를 활용해 만든 도시락·김밥·햄버거 등 간편식품 5종의 상품명을 고객에게 의뢰했다. 해당 공모전은 무려 42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실제 해당 공모전을 통해 상품명이 선정된 도시락 ‘보통이 아니새우’는 도시락 카테고리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CU의 ‘국민 MD’ 실험은 성공 방정식으로 자리 잡았으며 2018년에는 고객이 콘셉트부터 레시피까지 구상한 도시락도 출시됐다. 전문 MD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기장 멸치강된장 한입 쌈 도시락’ ‘고창 하전 바지락 비빔밥’ ‘대구 으뜸 불막창 덮밥’ 등 개성 넘치는 레시피 100여가지가 모였다. 이 중 상품성·기획성 등이 뛰어난 최종 당선작 ‘낙곱새 도시락’ ‘대구 으뜸 불막창 도시락’ ‘전국 팔도 도시락’ 등이 BGF리테일 상품개발팀의 수정을 거쳐 순차적으로 출시됐다.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한 이색 메뉴는 기존 스테디셀러 도시락 메뉴인 제육볶음·돈까스 등을 제치고 세 가지 모두 반짝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김석환 BGF 리테일 MD운영팀장은 “실제 상품을 구매하고 소비하는 고객들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상품들은 고객 만족도가 높을 뿐 아니라 매출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며 “고객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늘려 함께 CU를 채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의 PB 브랜드 피코크도 고객의 ‘피드백’을 반영해 레시피를 변경하고 있다. ‘단짠단짠’한 맛이 매력인 과자 ‘솜치즈’를 출시한 후 짠맛이 강하다는 온라인상의 고객 의견을 반영해 치즈 시즈닝의 나트륨을 기존 대비 20%가량 낮췄고 단맛을 내는 밀크향 시즈닝의 양은 약간 늘렸다. 또한 ‘크랜베리 단호박 샐러드’의 경우 신맛이 난다는 고객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식초 조미량을 소량 줄였다. 올해 출시한 피코크 냉동국밥 ‘신선국밥’은 짠맛이 난다는 의견이 접수되자 이를 개선하기 위해 레시피를 연구하고 있다. 이 밖에도 대상은 “간장을 선택하기 어렵다”는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양조간장 ‘깔끔한 맛’과 ‘깊고 풍부한 맛’, 양조 진간장 ‘진한 맛’과 ‘진한 맛 플러스’ 등 제품 전면에 각각의 맛을 표기한 간장 제품을 선보였고 롯데제과는 수박바의 초록색 부분을 늘려달라는 요청에 ‘거꾸로 수박바’를 내놓기도 했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는 신제품은 수명이 길지 않다”며 “어려울수록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 불경기일수록 고객들의 의견을 들으려는 추세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박형윤·김보리기자 manis@@sedaily.com -
[불황이 바꾼 소비지형 국민MD]소비자가 제안해 만든 '릴렉싱 마스크' 2주만에 동났다
산업 생활 2019.09.23 17:29:26올인원 크림·정량 표시 선크림 등 소비자, 기획부터 유통까지 참여 마진 줄이며 몸값 낮추자 관심 커져 위기감 느낀 유통기업들 벤치마킹 # “화장품 쓰면서 이런 생각해본 적 없어요?” ‘우화만(우리 화장품 만들어볼래요?)’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아이디어’ 코너를 클릭하면 소비자들이 올린 화장품 개발 제안이 나온다. 바쁜 아침을 위한 여성 올인원 크림, 정량을 표시해주는 자외선 차단제, 여러 가지 피부색을 표현하는 호수가 들어간 파운데이션까지. 모두 소비자들이 올린 아이디어다. 제품 용기 등을 직접 그려 올린 소비자도 눈에 띈다. 소비자들이 올린 아이디어에 또 다른 참여자들은 ‘공감’을 누르거나 의견을 보탠다. 끝 모를 불황에 소비자와 상품개발자의 경계마저 허물어지고 있다. 불황은 ‘소비자=상품기획자(MD)’라는 새로운 유통 공식을 낳았다. 소비자가 곧 MD가 되면 유통 마진을 낮출 수 있는데다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직접 반영할 수 있어서다. 23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마진율이 높았던 패션·잡화 등을 중심으로 유통계에 ‘국민 MD’가 확산하고 있다. 최종 단계에서 결과물을 소비하며 ‘마이너리티’였던 소비자들이 제품 제작을 위한 사전 펀딩에 나서면서 제품 생산의 메인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 MD의 가장 단적인 사례는 소비자 아이디어로 생산하는 화장품이다. 스타트업 ‘굿즈컴퍼니’는 최근 소비자들이 MD로 참여하는 ‘우화만’ 앱을 선보였다. ‘우화만’은 ‘대중으로부터 뷰티 제품의 아이디어와 니즈를 얻을 수 있을까’에서 출발했다. ‘우화만’은 제조사가 생각하지 못한, 생활 속 이야기를 담은 고객의 아이디어를 얻고 또 아이디어의 시장성을 판단해 제품 출시가 확정되면 제품 기획, 브랜드 기획, 디자인, 광고 제작 등의 과정을 거쳐 제품을 출시한다. 소비자들이 일종의 MD로 참여한 만큼 제품 판매로 이어지면 매출의 최대 3%까지 인센티브로 제공한다. 굿즈컴퍼니는 싱글매칭 ‘이음·이음오피스’, 오프라인 결혼정보 서비스 ‘맺음’으로 유명한 이음소시어스를 이끌고 있는 김도연 대표가 설립한 뷰티 스타트업이다. 굿즈컴퍼니가 최근 선보인 ‘인플라이트 릴렉싱 마스크’는 비행기 내에서는 피부가 현저히 건조해진다는 점에서 시작했다. 출시 후 2주간 목표수량 1,500개가 완판돼 소비자 MD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출시가 안 되는 펀딩 플랫폼 ‘하고(HAGO)’ 역시 소비자를 생산에 참여시키면서 유통 바닥에서 소비자의 격을 높였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하고는 ‘50만원대 가방을 반값인 20만원대에 살 수 있는 곳’으로 불린다. 하고엘앤에프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 ‘하고’의 힘은 바로 소비자가 주체가 되는 펀딩이다. ‘하고’는 신진 디자이너가 제품을 플랫폼에 선보이면 소비자들이 사전 펀딩해 사후에 받아보는 형식이다. 미리 정한 최소 주문수량을 맞추지 못하면 제품화되지 못한다. 일종의 패션계 ‘프로듀서 101’ 형식인 셈이다. 하지만 소비자 MD의 선택을 받은 상품의 경우 소비자의 힘도 무섭다. 지난해 신진 디자이너와 하고가 손잡고 선보인 ‘하고 새들백’과 ‘하고 버킷백’의 경우 각각 35회와 40회에 걸쳐 누적 판매량 1,500개, 2,000여개를 기록했다. ‘하고’의 또 다른 백 ‘하고 바스켓백’의 경우 유명 스타일리스트가 주목해야 할 백으로 지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단 6일 만에 700개 판매라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소비자의 사랑을 받으면 재고 없이 단기간에 몇 천개를 생산할 수 있는 셈이다. 소비자들이 모여 재고 부담을 없애고 유통 단계를 줄이면서 소비자들은 질 좋은 상품을 높게는 절반에 달하는 할인율로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심지어 패션 업계에서 판도라의 상자로 불리는 원가까지 공개하는 유통 실험에 나섰다. 인기 상품 중 하나인 하고 바스켓백 미니의 경우 ‘원단 1만7,000원, 부자재 6,500원, 가공비 3만5,000원, 마진 7,000원, 마케팅 1만2,000원’ 등 비용을 공개했다. 홍정우 하고 대표는 “패션 업계가 매장 입점 수수료, 재고 부담 등으로 많게는 원가의 4.5~6배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유통 관행을 깨고 품질 좋은 상품을 소비자들의 선택과 펀딩으로 만드는 착한 쇼핑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라이프스타일 투자 플랫폼 와디즈 역시 소비자의 힘으로 제품 마진을 줄인 것으로 유명하다. 와디즈는 최근 5성급 호텔에 들어가는 침대 매트리스인 ‘럭스리브 호텔 침대 매트리스’를 싱글 사이즈 기준 40만원 후반대에 선보였다.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호텔 침대가 50만원 미만의 가격으로 나오자 소비자들의 호응도 뜨거웠다. 1차 펀딩에서 1억6,000만원, 2차 펀딩에서 1억1,000만원이 모였다. 유통 업계가 전통 채널인 백화점·원브랜드숍 등 유명 대기업 브랜드 중심에서 소비자들이 판매자로 참여하는 ‘마이너리티’ 시대로 변하고 있다. 기존의 유통 단계에서는 작은 목소리를 내는 소수자였던 소비자가 이제는 곧 주체가 되는 시장이다.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이 유통에 참여해 원가를 공개하는 초강수까지 쓰면서 유통 마진이 낮아질 수 있음을 증명했다. 스타트업이 유통 마진까지 공개하자 대기업들도 가격 인하 카드를 들고 나왔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첫 국민가격 제품이었던 도스코파스 와인(4,900원 )은 50일 동안 54만병이 팔렸고 이에 질세라 롯데마트는 페트병 와인의 값을 7,900원으로 낮췄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국민이 MD로 나서 유통구조를 혁신하고 마진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업체들이 나오면서 대기업들도 기존 유통 시장에서 ‘마이너리티’였던 소비자에게 관심을 가지며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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