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상생 컨퍼런스] "CSR 활동, 기업 관점 아닌 다양한 이해관계자 고려해야"

기업이 기업다워지는 원칙 ‘사회적 책임‘서 시작
진정·전문·관계·투명성 어우러져야 기업 존경 받아
금전 기부보다 내부 콘텐츠·인프라 활용때 더 의미
중소·중견기업은 ‘사회공헌 협업‘도 검토해볼만

  • 박해욱 기자
  • 2016-07-15 08:12:35
  • 기업
조형진(왼쪽부터) AT커니 부사장과 박바름 SM엔터테인먼트 사회공헌팀장, 김민석 LG전자 CSR팀장이 1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6 대한민국 상생 컨퍼런스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지금까지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CSR)은 기업의 기부활동과 동일시 돼왔다. 기업은 경제학 교과서가 가르치는 대로 이윤창출에만 집중했고 여기에서 비롯된 부작용을 무마하기 위해 CSR 가치가 동원된 것이다. 그러나 이윤 지상주의가 기업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사회적 증거들이 속속 나타나면서 CSR의 개념을 재정립하고 방향성을 재탐색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1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서울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2016 대한민국 상생 컨퍼런스’에서는 저성장·불평등이 특징인 뉴노멀 시대에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한 CSR의 역할론을 놓고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김민석 LG전자 CSR팀장은 ‘기업이 기업다워지는 CSR 원칙’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기업은 존재 이유가 없다”며 “지금까지 고수해온 CSR 활동에서 벗어나 공급자(기업) 관점이 아닌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고려한 CSR 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를 일일이 나열하며 CSR 활동이 단순히 기부활동이 아닌 기업 본연의 가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힘주어 말했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레소토에 설립된 글로벌 의류업체 갭과 리바이스 공장이 지역환경과 주민건강을 위협한 사건이나 동남아 국가의 아동노동착취 사례들은 기업 본연의 가치인 사회공헌을 도외시한 당연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김 팀장은 “대기업 총수들이 잘못을 저지르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식의 방식은 시민들이 더 이상 반가워하지 않는다”며 “진정성과 전문성·관계성, 그리고 투명성 등 이른바 CSR의 ‘4성(性)’이 조화를 이뤄야 존경받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기업들의 CSR 활동이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제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문한 김 팀장은 “아동노동착취에 맞서 싸우고 있는 8세 소녀 비비안 허가 언급한 ‘행동이 없다면 누군가에게 느낀 동정은 그저 동정으로 끝나버리게 된다’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전 기부보다는 기업이 보유한 콘텐츠를 활용해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박바름 SM엔터테인먼트 사회공헌팀장은 “중소·중견 기업은 사회공헌 활동에 큰 금액을 쓸 수가 없다”며 “대신 기업이 확보한 콘텐츠나 인프라를 활용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사회공헌 활동과 연결시킨다면 훨씬 더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음악전문 기업인 SM엔터테인먼트는 음악 관련 콘텐츠를 활용해 사회공헌을 수행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스마일 뮤직 페스티벌(SMile music festival)’이다. 음악에 재능이 있지만 문화적으로 소외된 유소년을 대상으로 SM엔터테인먼트 소속 트레이닝팀이 직접 노래·연주·댄스를 주기적으로 강의하며 연말에 합동 공연을 열 수 있도록 지원한다. 우수팀에는 특별 지원금과 스튜디오에서 앨범을 제작할 수 있는 기회도 준다.

박 팀장은 기업·비영리단체·스타트업 등과 협업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그는 “중소·중견 기업이 혼자만의 힘으로 사회공헌을 실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다양한 기업과 단체와 파트너십을 모색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밝혔다. 삼성과 대한적십자사·유네스코한국위원회 등이 현재 SM엔터테인먼트의 주요 사회공헌 파트너다. 박 팀장은 “인테이크푸즈라는 스타트업과도 협업해 소속 아티스트팀 이름이 새겨진 스낵바를 만들고 있다”며 “협력 스타트업에 시장 진출 기회를 제공해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내 사회공헌 문화를 확산하고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조직문화에 맞는 사회공헌 활동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 팀장은 “회사 직원의 연령대·성향과 조직원의 특성을 분석해 사회공헌 활동을 짜야 한다”며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해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연에 이어 진행된 대담에서 진행자인 조형진 AT커니 부사장이 던진 “임직원의 자발적 참여를 이끄는 방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박 팀장은 “직원들이 좋아할 만한, 그래서 활동 자체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봉사 기회들을 찾아 제시하면 직원들의 참여도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박해욱·한동훈기자 spoo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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