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검사자도 급증...보건소 의료진은 '악전고투'

[코로나 재확산 비상]
하루에 수백건 검체 검사 실시
체력 급격히 떨어져 건강 적신호

  • 성행경 기자
  • 2020-08-24 17:38:48
  • 사회일반
폭염에 검사자도 급증...보건소 의료진은 '악전고투'
24일 관악구 보건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24일 서울 강북의 한 보건소 앞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들로 아침부터 긴 줄이 생겼다. 오후 들어서도 밀려드는 피검사자들로 보건소 앞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는 하루 종일 북적였다. 전신을 감싼 푸른색 방호벽을 입은 의료진은 섭씨 3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는 장소를 오가며 거리두기를 안내하느라 분주했다. 한 의료진은 “불안한 마음에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들이 더운 날씨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짬을 내 휴식을 취하기도 힘들다”면서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지만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폭염에 검사자도 급증...보건소 의료진은 '악전고투'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검체 검사를 진행하는 의료진의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장마가 끝나자마자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통풍이 잘되지 않는 보호장구를 입은 채 하루에도 수백건의 검체 검사를 진행하면서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등 악전고투하고 있다.

지난 6월9일 인천시 미추홀구 남인천여자중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워크 스루 선별 진료소에서 검사 업무를 하던 보건소 직원 세 명이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30도를 훌쩍 웃도는 더위에도 방호복을 입고 검체를 채취하던 이들은 어지럼증과 과호흡, 손 떨림 등 증세를 호소했다. 이튿날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보건소에서도 의료진 한 명이 심한 방광염 증세로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밀려드는 피검사자들로 화장실조차 편하게 갈 수 없는 열악한 근무 여건에서 생긴 병이 악화한 것이다.

폭염에 검사자도 급증...보건소 의료진은 '악전고투'
24일 서울 관악구 보건소 관계자가 힘겨운 듯 고개를 떨군 채 코로나19 검사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50일이 넘는 장마 이후 전국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폭염으로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는 의료진의 고충은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일부 검사자의 비상식적 검체 채취 거부도 더위에 지친 의료진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17일 코로나19 검사 대상인 서울 성북 사랑제일교회 교인 부부는 검체를 채취하러 온 보건소 직원에게 난동을 부렸다. 이들 부부는 보건소 직원의 몸을 건드리고는 “우리가 (보건소 직원을) 만졌으니 당신들도 검사를 받으라”며 검사를 완강히 거부했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와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12일 발표한 ‘제2차 경기도 코로나19 치료·인력 인식 조사’에서도 코로나19 방역 인력 3명 중 1명은 ‘번아웃(소진)’ 상태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이달 중순 이후 검체 검사자가 폭증하면서 의료진이 극심한 피로를 호소한다”면서도 “폭염 속에서 검사를 받기 위해 1시간 이상 기다리는 시민들의 고충을 생각하면 힘든 내색을 할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전국종합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쇄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