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그 29 전투기. 위키피디아

미국이 폴란드의 미그-29 전투기 간접 지원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앞서 폴란드는 자신들이 갖고 있는 미그-29 전투기 28대를 미군에 넘기면 미군이 이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8일(현지 시간) “폴란드의 제안이 쉽게 옹호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미 정부의 처분에 맡겨진 전투기가 미국·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기지에서 출발해 우크라이나로 향한다는 건 동맹 전체에 심각한 우려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폴란드 외무부는 이날 “자국 공군이 운용하던 28대의 미그-29 전투기 전부를 독일 주둔 미국 공군기지에 배치하고 미국의 처분에 맡길 준비가 됐다”며 대신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한 미국산 전투기 제공을 요구했다.

폴란드의 방안은 자신들이 직접 우크라이나를 지원했다는 러시아의 낙인을 피하기 위해서다. 일단 독일 주둔 미국 공군기지로 해당 전투기를 보내 미국 소속으로 바꾼 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보내면 폴란드는 최소한 형식적으로는 직접 지원하지 않은 꼴이 된다. 러시아의 보복을 우려한 결과다. 특히 동유럽 국가의 러시아에 대한 공포가 상당함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미국도 폴란드의 꾀에 넘어가지 않을 태세다. AFP통신은 “미국이 폴란드의 제안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실제 미그기 소유가 미국으로 바뀐 뒤 미군 공군기지에서 우크라이나로 넘어가면 확전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군용 비행장을 제공하는 것은 전쟁 개입행위로 간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폴란드가 미그기를 우크라이나에 직접 넘기면 F-16 전투기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해왔지만 미군을 통해서 제공하는 방안은 생각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