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긴장 고조
23일부터 27일까지 투표 강행
투명성 결여…압도적 찬성 전망
러 ‘보호‘명분 공세 강화 불보듯
예비군 동원 100만명 관측도
서방 "국제법 위반" 제재 맞불
우크라 "러 축출때까지 싸울것"
우크라이나의 거센 반격으로 코너에 몰린 러시아가 예비군 동원령에 이어 4개 점령지에서의 긴급 병합 투표까지 강행했다. 러시아 병합에 찬성하는 의견이 절대다수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러시아는 이러한 투표 결과를 근거로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서방은 투표가 국제법 위반이라고 규탄하며 유럽연합(EU) 차원의 새로운 제재를 예고해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은 날로 고조되고 있다.
22일(이하 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러시아명 루간스크주) 남부에 있는 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 등에서 23일부터 5일 일정으로 러시아 편입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한다. 4개 주의 면적은 우크라이나 영토의 15%에 해당한다. 이들 지역 군민 합동 정부는 안전 문제를 이유로 27일에만 투표소 투표를 진행하고 나머지 4일은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주민들의 집이나 인근 시설을 찾아가 투표하도록 하는 방문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현재 러시아군은 루한스크주와 헤르손주 대부분 지역, 자포리자주의 80%, 도네츠크주의 60% 정도를 통제하고 있지만 이들 지역 모두에서 여전히 우크라이나군과 전투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지역의 주민투표는 수개월 전부터 논의된 것이지만 최근 우크라이나가 주요 전선에서 승리하자 긴급하게 일정이 잡혔다. 투표 방식이 우크라이나법이나 국제법과 부합하지 않는 등 투명성이 많이 결여될 것으로 예상되며 투표 결과도 러시아 병합을 지지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로이터는 “투표 결과를 토대로 러시아는 자국 영토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 예비군 동원령을 발표하면서 “러시아 ‘보호’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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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러시아가 소수민족을 전장에 투입하려 하고 있으며 예비군 동원 규모도 당초 정부 발표인 30만 명을 넘어 100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영국 가디언은 “대도시에 거주하는 예비군 대신 시베리아 동부 등에 사는 소수민족이 동원 통지서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독립 매체 노바야가제타는 “푸틴이 서명한 동원령 문서 어디에도 ‘30만 명’이라고 적시된 문장이 없다”며 “동원 규모는 최대 100만 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러시아 측은 100만 명 동원설은 ‘가짜’라며 부인했다.
주민투표 강행에 서방은 강력히 반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우리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통제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마지막 러시아 군인이 축출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선언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합법성이 없는 투표이며 유엔헌장의 노골적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우크라이나의 일부를 합병하려고 크렘린이 가짜 투표를 조직하고 있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8차 대러 제재로 대응에 나섰다. EU 외무장관들은 21일 러시아의 동원령 발표 이후 긴급회의를 열고 8차 대러 제재 패키지를 준비하기로 합의했다. 8차 대러 제재는 러시아산 석유 가격 상한제와 민간 첨단 기술 등에 대한 추가적인 수출 통제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제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새 경제제재 대상이 기술 분야와 같은 러시아 경제의 중요 분야와 우크라이나 침공에 책임이 있는 개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는 추가로 무기를 지원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서방과 러시아는 말 폭탄을 주고받았다. 앤서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국제 질서가 눈앞에서 찢겨버리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이 책임을 모면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전쟁의 책임은 우크라이나에 있다”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에게 개XX”라고 욕설을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