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DJ-오부치 선언 발전 계승"…지소미아·셔틀외교 되살린다

[한일정상회담]
◆ 12년만에 동반자관계 복원
MB-노다 설전 이후 첫 방일
中 부상 등 동아시아 정세 격변
"공조 복원 더 미룰수 없다" 공감
尹 "한일협력 새 시대 첫걸음"
기시다 "긴겨울 지나 벚꽃 폈다"
위안부 합의 이행 요청하기도

  • 도쿄=구경우 기자,이승배 기자
  • 2023-03-16 18:05:00
  •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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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DJ-오부치 선언 발전 계승'…지소미아·셔틀외교 되살린다
16일 일본 도쿄 관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포함한 양국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한일 확대 정상회담이 진행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尹 'DJ-오부치 선언 발전 계승'…지소미아·셔틀외교 되살린다

尹 'DJ-오부치 선언 발전 계승'…지소미아·셔틀외교 되살린다


“긴 겨울철을 벗어나 양국 간 방문으로서는 약 12년 만에 한국 대통령을 일본에 모시게 됐습니다.”


16일 오후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 직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발언했다. 해당 발언 앞에는 “이번 주 도쿄에서는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는 소개도 곁들여졌다. 약 12년간 냉랭했던 한일 관계가 윤석열 대통령의 이날 방일 및 정상회담을 계기로 해빙됐음을 시사한 것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가진 확대정상회담에서 “오늘 도쿄에서 기시다 총리님과 제가 만난 것은 여러 현안으로 어려움을 겪은 한일 관계가 새롭게 출발한다는 것을 양국 국민들께 알려드리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도 “본격적인 봄이 찾아온 이 시기에 미래를 위해서, 미래를 향해 일한 관계의 새로운 장을 함께 열 기회가 찾아온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에게 “셔틀외교를 복원하자”고 제안했다.


한일 문제는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8년 대법원이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개인의 청구권이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린 후 급격하게 경색된 뒤 방치돼왔다. 하지만 시야를 더 넓히면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인 2011년 한일정상회담에서 불거진 과거사 관련 논쟁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걸었다.


이 전 대통령은 2011년 교토에서 노다 요시히코 총리를 만나 한일 청구권협정에 포함되지 않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미래지향적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위안부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며 정치적 결단을 촉구했다. 노다 총리는 되레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며 이 전 대통령과 충돌했다. 셔틀외교는 중단됐고 후임으로 들어선 박근혜 전 대통령도 “(위안부)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할 때 한일 관계가 건실하게 발전할 것”이라며 일본의 양보를 요구하면서 얼었던 양국 관계는 녹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태평양에서 한미일 협력을 요구하던 미국의 압박 속에 한일은 2015년 일본 정부가 10억 엔(약 100억 원)을 출연하는 위안부 합의를 이뤘다. 그런데 이마저도 국내 여론이 악화하면서 문재인 정부는 여성가족부 산하에 2016년부터 설치됐던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말 한일 문제 개선을 위해 여러 차례 방일을 협의했지만 강제징용 문제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양자 한일정상회담 없이 퇴임했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날 정상회담에 대해 “올해는 과거를 직시하고 상호 이해와 신뢰에 기초한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1998년 발표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이 25주년이 되는 해”라며 “이번 회담은 (선언을) 발전적으로 계승해 양국 간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한일 간 협력의 새 시대’를 여는 첫걸음이 됐다”고 평가했다.


두 정상이 과거사를 넘어 협력의 손을 잡은 배경에는 역내 정세가 위태로울 정도로 엄중해진 상황이 있다. 중국의 부상이라는 엄중한 현실을 마주했고 북한의 핵무력은 완성 단계에 이르며 군사적 위협에 노골적으로 시달리는 상황이 됐다. 양국 정상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 복원은 필수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세계 평화를 위협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날로 고도화되고 있는 북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한일 공조가 매우 중요하며 앞으로도 적극 협력해 나가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도 “역사의 전환기에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지역을 구축하는 중요성에 대해서도 서로 합의했고 자유롭고 열린 국제 정세를 계속해서 지켜나가기 위해 양국이 서로 힘을 합쳐나가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의견이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정세 인식을 공유하면서 문재인 정부 들어 종료가 통보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도 완전 정상화된다. 윤 대통령은 “지소미아의 완전 정상화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도쿄로 출발하기 전 북한의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서 보듯 날로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은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한일 양국은 서로 긴밀히 공조하고 연대해 이러한 불법적 위협과 국제사회의 난제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일 간 완전한 관계 회복을 위한 과제는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요청했다고 교도통신이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오늘 논의 주제는 미래지향적으로 한일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부분 집중됐다”며 즉답을 완곡히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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