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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에서 용산 방면으로 조금만 이동하면 고층 빌딩들이 금세 사라지고 낡은 저층 건물들이 눈에 띈다. /사진 출처= 네이버 지도 거리뷰 캡처
풀색(올리브색)의 외관 그리고 ‘코끼리 지역’이라는 이름도 모자라 간판에 무려 코끼리 4마리가 떡하니 박혀있다.
기다려서 먹는 음식인 만큼 더 맛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배고플 때 바로 먹는’ 음식이 최고.
기다리면서 테이블에 앉아 있는 손님들을 향해 끊임없이 안구 레이저빔 발사중. 무언의 압박이랄까.
기다리는 동안 심심하면 메뉴를 미리 골라보자.
처음 오는 사람이라면 메뉴의 정체를 짐작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아래의 친절한 음식 사진과 이름을 요리조리 매칭하면서 기다리는 재미도 쏠쏠할 듯하다(긍정의 신)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간! 주인이 굳게 닫힌 문을 열더니 “두분이세요? 들어오세요~”
자. 고진감래 끝에 찾아온 착석의 희열. 하지만 기다림은 계속된다. 간소한 테이블 세팅. 그래도 무심한듯 시크한 서비스 하나, 여기는“저 물티슈 좀 주세요”라는 말이 쏙 들어가게끔 테이블마다 100매짜리 물티슈가 있다.
보통 테이블당(2인 기준) 2~3개의 메뉴를 시키다보니 테이블 수가 적어도 셰프가 2명, 서빙 1명이기 때문에 내부는 매우 분주한 편이다.
드디어 우리가 주문한 태국식 아이스티 등장이오! 홍차와 코코넛 밀크가 들어가 흔히 우리가 먹는 밀크티 음료 맛이 난다. 단, 좀 많이 단 편이다. 처음엔 ‘왜 이렇게 달지’라고 했으나 이후 음식이 나오고 나서 비로소 감탄과 깨달음을 얻게 된다.
드디어 쏨땀 파파야 샐러드 느님 등장! 우리나라의 김치와 같다고 보면 된다. 단, 이 음식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젓갈 냄새가 확 나기 때문에 당황할 수 있다.
쏨땀의 주재료는 파파야를 기본으로 마늘, 고추, 땅콩, 줄기콩, 토마토, 건새우, 피쉬소스, 팜슈가, 라임즙 그리고 타마린이 들어가있다.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파파야와 토마토, 땅콩을 함께 한 입에 쏙 넣어 먹는 것이다. 감칠맛 대 to the 박!
다음으로 ‘구 도 똠양’ 주자. 쉽게 말해서 똠얌 쌀국수다. 비주얼만 봐도 침이 고인다.
참고로 이 곳에서는 대부분 메인 디시를 고르면 ‘닭고기, 소고기, 돼지고기, 해산물’ 중 선택하라고 물어본다. 오늘은 비가 오니까 얼큰 시원하게 해산물 너로 정했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오징어 다리. 국수와 오징어를 먼저 입에 넣고 얼큰한 국물 한 숟가락을 떠먹으면 정말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단, 매운 음식 1도 못 먹는 사람이라면 꽤 맵다고 느낄 수 있다.
세번째 음식, 페낭 커리다. 이름에서 부터 알 수 있듯이 말레이시안식 커리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매콤한 맛이 살짝 더 강하는 정도다. 공기밥과 함께 나온다. 참고로 커리류 역시 주재료를 선택해야 하는데 해산물 똠얌을 선택했으니, 커리는 ‘닭고기’로 선택했다.
네번 째 음식, 태국 음식하면 또 빠질 수 없는 팟타이다. 쉽게 말해 볶음 쌀국수로 땅콩과 계란, 라임향이 정말 잘 어우러져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이다. 태국 현지에 가면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점상 메뉴로 2,000원 정도에 먹을 수 있다. 이 가게에서 강추할 메뉴! 참고로 주재료는 ‘돼지고기’로 선택했다.
주문한 메뉴 다 나왔다! 메인디시 3개에 에피타이저 1개, 음료 1잔. 상다리가 부러질 것 같다. 물론 2인석 테이블이 좀 작아서 더 푸짐해 보이기도..(비겁한 변명입니다)하지만 대체적으로 이 곳 음식 양이 약간 적은 편이라 3개 정도 시키는 것을 추천한다. 소식하는 사람은 1인 1메뉴 하자.
정말 배가 불렀지만 달달 매콤한 소스때문에 도저히 남길 수 없었다. 그래서 한 공기 뚝딱하고 좀 더 달라고 해서 또 비벼 먹었다. 공기밥 추가는 그냥 서비스(인심 최고). 한국인은 뭐니뭐니해도 밥심이라지 하하. (저기 푸드파이터 나가셔도 되겠어요)
대략 배가 좀 찼다 싶어 고개를 들었더니 식재료 원산지가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 한국산이다. 혹시 중국산이 신경쓰인다면 안심하고 먹어도 되겠다.
음식을 다 비우고 나니 가게 문 닫을 시간이 거의 다 됐다. 먹는 데 집중하느라 둘러보지 못한 인테리어 구경중. 가게 곳곳엔 태국 느낌 물씬난다. 참고로 이 곳 음식점은 실제 태국인 셰프가 음식을 조리한다. 서빙하시는 주인분과 태국 출신 셰프님이 부부 사이라고.
이건 차마 공개하고 싶지 않았지만 우리는 춘권까지 시켜 테이크아웃했다. 정갈한 은박지 포장. 이거 들고 소풍가고 싶어지는 비주얼이다.
‘나는 지금 먹는게 아니라 열심히 업무수행 중이야’라며 자기합리화 중
당면과 당근이 주재료이며, 맛은 그냥 보통 춘권 맛이지만 여느 춘권과는 달리 속이 알차다. 식어도 식감이 살아있었다.
와하하... 정신차리고나니 이미 상황 종료. 대체 저녁 한 끼에 몇 칼로리를 섭취한건지..다이어트 그거..먹는건가요...?
동남아 음식의 필수 재료인 고수(Coriander).
“됐고, 고수는 빼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