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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달력을 넘길 때부터 뭔가 마음이 선덕선덕해지는 기분
사랑과 영혼을 그대에게~ 치얼스~
샤로수길(서울대입구역~낙성대역 사이)에 들어서면 초록초록한 불빛이 반짝인다. 이 곳이 바로 프랑스 홍합집이다. 막 찍어도 화보처럼 나오는 위엄. 비상(?)한 아우라를 뿜뿜!
맛집 기자들이 가게에 방문한 날은 금요일 저녁 7시 30분. 불금이라 그런지 대기 손님이 제법 많았다. 대기 시간 약 30분정도. 평소에도 대기시간이 많은 편이라 그런지 매장 문 앞에 떡하니 ‘매장 웨이팅 안내문’이 붙어있다.
매장 안이 참 아담하다. 약 12개 정도의 테이블이 열맞춰 나란히 있고 대부분 2인석이다. 4인석 자리가 많지 않아서 그런지 연인 고객이 대부분이다. 오너쉐프의 제대로 된 프랑스 가정식을 샹송과 함께 맛보는 이곳이야 말로 프랑스와 프랑스의 맛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장소다.
뜨거운 와인이라는 뜻의 뱅쇼는 신선한 과일과 함께 와인을 데운 과일차같은 음료다. 유럽에선 와인의 항산화성분과 과일의 풍부한 비타민덕분에 감기예방을 위해 마시는 건강 음료로도 꼽힌다. 저 고운 빛깔의 자태를 보라. 술을 못마시는 사람들에겐 완전 취향저격! 프랑스 느낌을 만끽하고 싶다면 뱅쇼나 와인을 꼭 한잔씩 시키는 것을 추천한다.
이 가게의 가장 큰 단점이 있다면 대기시간이 길다는 점과 요리가 나오는 시간이 좀 걸린다는 것이다. 약 15분 정도 걸려 도피네식 감자그라탕이 나왔다.(배가 매우 고픈 상태였기 때문에 조금만 더 지체됐으면 까칠+예민해졌을 것 같다.) 접시부터 뭔가 맛있음이 느껴진다.
치즈가 쭈~욱. 감자를 겹겹히 쌓아 치즈를 올려 구워낸 요리다. 맥주 한모금과 그라탕 한 입 먹으면 지상 낙원이 따로 없다.
홍합찜을 주문하면 감자튀김 소(小)자가 함께 나온다. 일반적인 감자튀김이 아니라 직접 감자를 튀겨내서 감자 맛이 더 강하다. 프랑스인들이 즐겨 마시는 크로넨버그1664도 함께 마셔 보길 추천한다.
밖에서 대기한 시간만큼 요리를 애타게 기다렸건만 홍합찜이 나오자마자 점원의 실수로 접시가 엎어졌다. 우리는 동시에 나라를 잃은 것마냥 통탄했다. 그렇게 10분을 더 기다렸다. 인증샷을 찍기위해 앞서 나온 요리도 먹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송곳처럼 예민해졌다.
인간은 단순한 동물이라고 했던가. 주문한 요리가 다 나오니 눈녹듯 풀어졌다. 프랑스 가정식을 한국에서 먹어보다니!(아직 프랑스를 가보지 않았지만 이 나라를 더욱 사랑하게 될 것 같다) 적당히 어둑한 조명 아래에 마침 영화 인셉션 OST로 더욱 유명해진 Non, je ne regrette rien까지 흘러나오니 음식과 분위기에 취하는 기분.
이 집 홍합 알이 참 실하다. 백포도주에 쪄낸 홍합이라 비린내도 덜하고 동시에 양파 특유의 강한 맛은 덜하지만 은은한 향기가 감돈다.
낮은 온도에서 오랜 시간 홍합과 각종 채소 그리고 와인을 함께 쪄낸 홍합찜은 비교적 간이 짠 편이다. 홍합찜을 맛있게 먹는 방법은 요리와 함께 나온 바게트빵에 살짝 소스를 적신 다음 앙파와 샐러리, 홍합을 곁들여 먹는 것이다.
너무 배고팠던 나머지 마파람에 게 눈감추듯 순식간에 뚝딱 해치워버렸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집은 홍합찜을 다 먹고 나면 남은 소스에 파스타면 사리를 볶아 준다(별도 추가 금액 있음)
앞서 먹었던 홍합찜과는 180도 다른 새로운 메뉴다. 매콤한 불맛이 어우러져 개인적으로 메인 요리에 따로 판매하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맛있다. 핵꿀맛!
반짝 반짝 윤기가 흐르는 푸실리(Fusilli·그라탕이나 샐러드에 주로 쓰는 파스타 면의 종류)를 보라. 일반 링귀니 면(Linguine·길쭉한 형태의 파스타 면)이 아닌 푸실리로 볶아 준 것은 신의 한 수인듯. 면 사이사이로 마늘과 양파 등 소스가 잘 배어들어 정신없이 포크질을 하게 만든다.
마지막 보너스, 단짠매콤한 기운을 날려줄 입가심 디저트로 생초콜릿. 다크 초코 파우더로 둘러싸인 초콜릿의 첫 맛은 씁쓸하다. 혀에 닿으면 따뜻한 기운으로 달달함이 사르르 녹는다. 깔끔하게 입 안을 정리해주는 디저트로는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