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쓰리고]'삼복더위' 날릴 색다른 보양식이 당길 때 '장화신은고양이'
이전
다음
올여름 필수템 ‘갖.고.싶.다’(출퇴근길엔 더더욱ㅠㅠ)
몸에 좋은 음식말고 맛이 좋은 음식을 내놓으란 말이다!
망원역에서 한 10분 정도 걸어오면 저 멀리 오렌지색 오리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주로 흑백의 간판들이 즐비한 골목길 사이에 상큼한 빛깔의 간판이 비치니 들어가기 전부터 기대된다.(개인 취향입니다)단, 간판이 작아 눈에 잘 안보이기 때문에 자칫하다간 놓칠 수도 있으니 예의주시하길.
신기하게도 이 가게는 반지하에 위치해있어 처음에 살짝 ‘여기가 맞나?’ 멈칫했다. 아마 이 집 가게 이름이 외부에 써있지 않아 헷갈리는 분들이 많을 수도 있겠다.
오렌지색 오리 간판에 빨간 벽 그리고 초록초록한 문 앞의 간판까지. 정말 알록달록한 컬러감에 귀여운 오리 캐릭터까지 합세해 더더욱 기대감이 치솟는다. (참고로 기자가 ‘덕질’을 즐겨합니다.)
비스트로(Bistro·음식과 와인을 제공하는 작은 카페)라는 명칭에 걸맞게 내부로 들어서면 유럽의 작은 식당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테이블은 총 5개 정도로 총 20명남짓 들어가면 꽉 찰 정도로 아담하다. 이말인즉슨 방문 전 꼭 ‘예약’을 해야된다는 말씀!
앉자마자 메뉴판을 집어들고 이 집 시그니처 메뉴인 ‘오리가슴살 스테이크, 오리다리꽁피, 카차토레와 쿠스쿠스’를 주문했다. 그리고 오리 요리의 천년배필이라는 ‘하우스 와인’을 주문했다(우리는 주머니가 가벼우니까ㅠㅠ). 하우스 와인은 매일 셰프 마음대로 바뀌는데, 주로 그날 음식이 가장 맛있는 요리(주재료가 가장 최상인 음식)에 맞춰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제공된다. 마침 이 날은 오리 가슴살 스테이크와 궁합이 잘 맞는다는 ‘샤또 드 카브리악’이 나왔다.
이 가게의 셰프 김재호씨는 맛깔난 음식 솜씨뿐만 아니라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까지 갖고 있다고 한다. 제대로 된 오리 요리에 꼭 맞는 와인까지 함께 곁들이면 완벽하게(!) 즐길 수 있다는 사실. 참고로 프랑스에서 요리를 공부했고, 일본 유학 중에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했을 당시, 메인 셰프 혼자서 서빙과 요리를 하고 았어 음식 하나 하나 나오는데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물론 그만큼의 정성과 노력이 음식에 고스란히 배어있다는 것을 한 입 먹고나면 바로 알 수 있다. 첫 번째로 나온 음식은 ‘카차토레와 쿠스쿠스’다. 카차토레(Cacciatore)란 잘게 썲은 버섯과 후추 등을 첨가한 토마토 소스로 요리한 닭고기 말하며, 쿠스쿠스(couscous)란 좁쌀 모양의 파스타를 말한다.
토마토 소스를 머금은 윤기좔좔 닭고기의 넓적다리살. 거짓말 조금 보태 정말 치아가 없는 사람들도 잇몸으로 먹을 수 있을만큼 부드럽다.
쿠스쿠스를 푹 떠서 고기 한 점에 버섯 한 점 그리고 방울 토마토까지 올리고~ 한 입에 쏙! 숟가락이 작은게 참으로 한스럽구나ㅠㅠ
위의 사진처럼 예쁘게 먹기 귀찮은 분들이라면 그냥 접시 위 음식들을 한데 섞어 먹어도 맛있다. (어차피 뱃 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볼수록 새모이같은 쿠스쿠스는 한 숟가락 먹을 때마다 새롭다. 동글동글한 작은 입자들이 입 속에서 굴러다니며 톡톡 씹히는 데 마치 새 된 느낌이랄까ㅎㅎㅎ
두 번째 음식은 오늘의 하이라이트 ‘오리 가슴살 스테이크’다. 비주얼부터 압도적이다. 특별히 스테이크에는 토스트된 식빵도 함께 나왔다.
저 두툼한 오리살을 보라.(사진으로 저 웅장한 자태와 군침도는 향이 담길 수 없다는 것에 깊은 탄식이 나올 정도)오리 고기 아래에는 부드러운 매시드 포테이토가 깔려 있어 블루베리 소스와 오리고기 육즙를 동시에 머금은 상태.
겉바속촉의 정석. 바삭한 오리 껍질 아래의 가슴살은 미디움 레어정도의 상태다. 전문 용어로 ‘미조테(Mijoter·프랑스어로 ‘약한 불로 천천히 정성껏 조리한다, 익힌다’라는 의미)’라고 부른다.
오리 스테이크 맛에 흠뻑빠져 폭풍 흡입한 뒤 남은 블루베리 소스를 식빵에 마저 찍어 먹자! 다재다능한 블루베리 소스가 완전 신스틸러급이었다.
마지막으로 오리다리 꽁피. 여기서 꽁피(Confit)란 프랑스어로 ‘보존’을 뜻한다. 주로 프랑스 남부에서 오리나 거위 고기를 조리할 때 고기에서 흘러나오는 기름으로 서서히 익힌 다음, 지방에 담가 상하지 않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마치 만화 속에서나 보던 바베큐 다리마냥 손에 쥐고 먹기 좋도록 뼈 부분이 앙상하다. 그 아래에 있는 매시드 포테이토는 스테이크 아래에 있는 매시드 포테이토보다 좀 더 퍽퍽하다. 땅 직접 땅콩을 갈아 만든 소스를 얹은 샐러드는 덤!
살짝 칼질했을 뿐인데 샥- 썰리는 저 촉촉한 오리 다리를 보라~
오리 다리살에 매시드 포테이토와 땅콩을 곁들여 먹으면 고소함이 배가 된다.
음식을 다 먹고 나니 서비스로 프리미엄 티(tea)도 나왔다. 사진은 카모마일티. 갖가지 음식들로 혼잡해진 입 안을 싹 정리해 준다. 개운한 기운으로 오늘의 맛집 쓰리고도 마무으리!
(삼계탕집 줄서다가 더위먹은 1인) 여기 한 명 추가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더니! (으응? 뭐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