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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철수-잔류 ‘뜨거운 감자’, 기로에 선 한국GM의 운명

이달의 기업 기상도 - ‘흐림’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정말로 ‘뜨거운 감자’가 돼버렸다. 그동안 모락모락 피어나던 ‘GM 한국 철수설’이 이젠 더 이상 ‘설’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한국GM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경우 관련 종사자와 가족 등 최대 3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GM은 정말 한국에서 철수할까?






한국GM 군산공장 노동자들이 ‘올 뉴 크루즈‘를 생산하고 있는 모습.



GM이 경영악화를 이유로 한국GM 군산공장을 오는 5월 말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경영 정상화를 위해 한국 정부가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GM은 자회사인 한국GM에 빌려준 대출금 3조 원 중 상당 부분을 자본금으로 전환하고 부평과 창원공장에 신차 2종 생산을 배정하는 대신, 우리 정부에 1조 원 이상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한국GM 사업장을 특별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GM은 한국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한국에서 완전 철수할 수도 있다는 뜻까지 내비쳤다.

결국 터질 것이 터졌다는 게 시장 반응이다. GM 호주법인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는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GM은 한다면 합니다. GM 호주법인에서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어요. 당시 GM은 생산성 하락을 이유로 철수를 검토하며 호주 정부와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회사 정원에 헬리콥터 한 대가 내려 앉았어요. 수뇌부 몇 명이 손가방을 들고 헬리콥터에 타자 바로 하늘로 날아 올랐습니다. 출장 가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미국 본사로 떠나기 위해 공항으로 직행한 거였죠. 그리고 나서 1시간도 안돼 호주 법인이 바로 폐쇄됐습니다. 직원들에게 떠난다는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한국GM은 2014년부터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2014년 1,192억 원, 2015년 7,048억 원, 2016년 5,3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7년 적자 추정치 약 6,000억 원까지 감안하면 4년간 누적 적자 규모가 2조5,000억 원을 넘는 셈이다. 적자가 난 근본 원인은 판매부진에 있다. 한국GM은 ‘쉐보레’와 ‘오펠’ 브랜드를 단 완성차와 부품을 생산해 이 중 80% 이상을 수출하고 있었다. 하지만 GM은 유럽, 인도,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주요 시장에서 줄줄이 철수하고 계열사 오펠도 매각했다. 특히 2013년 말 단행된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시장 철수가 한국GM에 결정타를 날렸다. 오펠과 쉐보레 수출 물량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한국GM은 경영난에 허덕였다. 그런 와중에도 한국GM의 임금 수준은 꾸준히 올랐다. 한국GM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임금 수준은 2002년에 비해 2.5배까지 뛰었고, 2015년 총 인건비는 2010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또 다른 경영악화 이유도 있다. GM은 자회사인 한국GM에 3조 원 규모(2016년 말 기준)의 대출을 해주면서 연 4.7∼5.3%에 이르는 고금리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은행은 한국GM의 적자를 이유로 대출을 거절하고 있어 적자 상태인 한국GM은 본사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GM은 이런 상황을 이용해 해마다 1,000억 원에 달하는 이자를 자회사인 한국GM으로부터 받아 챙겼다. 적자회사를 상대로 이자장사를 해왔다는 비난이 거센 이유다.

GM의 군산공장 철수 발표 후 지금까지 보여준 우리 정부 대응은 강경하다. 청와대와 해당 부처, 여당은 “GM이 구체적 경영정상화 방안을 내놔야만 지원을 할 수 있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만약 GM이 한국을 떠나면 그 자리에 전기차 공장을 짓거나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얘기까지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GM은 이미 수 차례에 걸쳐 ‘아쉬울 게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우리 정부와 산업은행(한국GM 2대 주주)이 요청한 정보 공개 청구도 영업비밀을 이유로 사실상 거절하고 있다. 분통이 터지는 일이지만, 칼자루를 GM이 쥐고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2월 20일 배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한국으로 날아왔다. 그는 국내 사업 존속 의지를 드러내며 국회의원들부터 만났다. 배리 앵글은 이 자리에서 한국GM 군산공장에 대해 “살리는 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GM은 세계 도처에서 쌓은 자사의 구조조정 관련 수많은 협상 경험을 한국에도 적용할게 분명하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GM 본사는 예전부터 세계 곳곳에서 사업을 해왔고 아홉 수를 두는 회사”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우리 정부가 큰 소리를 치고 있긴 하지만 마땅한 패가 없다는 걸 넌지시 흘린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배리 앵글은 우리 정부와 산업은행의 전폭적인 지원을 재차 요구했다. 전문가들 역시 한국GM의 존속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정부와 산업은행의 자금 지원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GM의 고비용, 저생산성 구조가 유지되는 한, GM이나 한국 정부, 산업은행 등의 추가 자금 지원이 이뤄져도 한국GM이 완전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자금 지원이 결정돼도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한국GM의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업계에선 한국GM이 자체적인 신차 개발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군산공장 폐쇄 사태의 근본 원인은 한국GM이 글로벌 GM의 생산 기지에 다름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GM은 글로벌 GM의 경소형차 개발 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해 GM이 야심차게 내놓은 전기차 볼트EV의 개발을 주도하기도 했다. 개발 능력 자체는 검증받은 만큼 수익성이 좋은 중형 이상 세단이나 SUV 자체 개발 능력까지 확보한다면 국내 사업장의 독립성이 강화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테이블에 오른 협상 대상은 생산에 한정돼 있다. GM은 부평공장에 SUV 신차를 배정해 2년 안에 생산하고 창원에선 경차 대신 CUV(Crossover Utility Vehicle) 신차를 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연간 50만대 수준의 국내 생산 물량을 통해 성의를 표현하면서도 연구 개발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군산공장이 폐쇄된 상태에서 ‘회생’과 ‘완전 철수’를 각각 염두에 두고 협상 전략을 짜는 중이다. 이미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치권과 노동계 등의 입장도 무시할 수 없어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정부는 과연 한국 GM을 살릴 것인가. GM이 최후통첩으로 밝힌 시한은 2월 말이다. 한국GM 사태가 파국으로 치달을지,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지 곧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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