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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이야기] 신속·정밀 타격 '곡사포의 화려한 변신'...보병여단 포병대 주력화기로

< 82 > 차륜형 105㎜ 자주포 배치 본격화

견인형 105㎜곡사포, 5t트럭 탑재 자주화

자동사격통제체제 적용·1분 이내 초탄사격

기동성 높이면서 정확·생존성도 크게 향상

상반기까지 최종시험 거쳐 11월께 1차 양산

보병 여단화의 일환으로 동부전선부터 배치

국내 보급 수량 많아 수출 가격경쟁력 충분

야전에서 시험발사 중인 차륜형 105㎜ 자주곡사포. 경인형 105㎜ 포를 개량해 신속성과 정확도, 생존성을 높였다. 육군 보병연대의 보병여단 개편의 첫 작업으로 여단 직할 포병대에 배치될 예정이다. 군은 최근 차륜형 105㎜ 자주포에 ‘K105A1’이라는 제식명칭을 붙였다.




군 구조개편이 본격 시작됐다. 창군 이래 유지해온 보병연대·사단 중심의 부대 운영이 여단 중심 체제로 바뀐다. 첫 단계인 보병여단의 화력 강화를 위한 차륜형 105㎜ 자주포 실전배치 일정에 들어갔다. 사단급 편제 화기에서 연대(여단으로 개편 예정) 직할 화기로 임무가 변경될 차륜형 105㎜ 자주포가 동부전선의 한 전방사단 예하 연대에서 야전운용 평가를 치르고 있다. 군의 평가가 상반기 중 마무리되면 오는 11월 1차 양산에 들어가게 된다. 군 당국은 최근 이 장비에 K105A1 자주포라는 고유 명칭을 부여했다. 이전까지는 차륜형 105㎜ 자주포, K105A1, K105HT 등의 명칭이 혼용돼왔다. 각 여단/연대에 배치될 K105A1 자주포는 5톤 트럭에 105㎜ 곡사포를 탑재한 차륜형으로 자동화 및 사격 통제장치까지 개선돼 기동성과 생존성·정확도가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차륜형 105㎜ 자주포 본격 생산=지난해 말 초도 생산된 선행 양산형 십수대가 강원도 소재 모 사단 예하 보병연대에서 세부적인 야전운용 교리 마련을 위한 최종 시험을 치르고 있다. 육군은 일단 상반기까지 시험평가를 마칠 계획이다. 늦어도 11월께면 계약과 동시에 1차 양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예산이 확보된 1차 양산 물량은 중서부전선 1개 사단과 동부전선 1개 사단의 보병연대에 배치할 정도의 수량이다. 육군은 지형적 특성을 감안해 중·서부전선과 동부전선의 배치수량에 차등을 둘 계획이다. 군은 보유한 견인 105㎜ 곡사포 중 약 3분의1 정도를 K105A1로 개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 수량이면 전방사단의 보병여단은 물론 일부 동원사단에도 배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보병여단화 개편도 본격화=K105A1 배치에서 주목할 대목은 보병여단과 연대에서 직접 운용한다는 점. 포병 화력인 K105A1을 보병 편제 화기인 박격포처럼 운용한다. 예전에는 보병연대에 일부 포대가 따라 붙더라도 배속 개념이었으나 앞으로는 평소 여단/연대의 직할대로 105㎜ 화력이 운용된다. 전방사단 예하 포병여단/연대의 경우 보유하던 105㎜ 포대를 여단이나 연대에 넘겨주는 대신 155㎜ 자주포만 운용하게 된다.

K105A1을 직할대로 품게 될 보병여단은 이전의 보병연대보다 훨씬 강한 전력을 갖게 된다. 지금도 후방지역에 보병여단이 있지만 새로 편성될 전방사단의 보병여단은 완전히 다른 개념. 현행 보병여단은 극도로 감편된 반면 신 보병여단은 연대의 확대판이다. 우선 3개 보병대대로 구성되는 보병연대와 달리 보병여단에는 군수지원대대가 추가된다. 여단의 독자적 전투수행을 지원하는 군수지원대대 외에 포병대도 붙는다.

기존의 포병대대와 규모가 같거나(중·서부전선) 약간 작은(동부전선) 포병대의 지휘관은 소령급 장교가 맡는다. 중·서부전선 전방사단 예하 보병여단의 경우 공식적으로는 4개 대대를 거느리지만 실제로는 대대급인 포병대를 포함해 5개 대대로 편성된다는 얘기다. 병력과 장비가 많아지는 만큼 작전반경도 연대보다 최대 4배 넓어진다. 작전반경 확대는 각 보병여단의 기계화·기동화 계획과도 맞물려 있다. 육군은 K200 궤도식장갑차와 K808 8륜 구동장갑차, 소형 및 중형전술차량으로 전방사단의 보병 전부를 기동화할 계획이다. 다만 준장이 지휘하는 공수 및 기갑여단과 달리 보병여단장은 대령 예하가 된다.

보병여단 산하 보병대대의 전력도 증강된다. 현행 보병연대가 직할대로 운용하는 전투지원중대의 주요 무기가 대대급으로 내려가거나 치장 장비로 보관될 예정이다. 보병연대의 최대 화력인 4.2인치 박격포와 106㎜ 무반동포 가운데 후자는 국산 현궁 대전차 미사일로 대체될 예정이다. 4.2인치 박격포는 당분간 대대 직할 화력으로 유지된다. ‘당분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예산 확보에 달렸다. 육군과 해병대는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기존 4.2인치 박격포를 신형 120㎜ 박격포로 대체해나갈 계획이다. 기계화보병여단부터 신형 120㎜ 박격포 배치가 예정돼 있다.



육군이 2,000문 넘게 보유한 구형 105㎜ 곡사포. 한때 사단 화력의 중추였으나 숫적으로도 155㎜ 급 자주포와 견인포에 주력 자리를 내줬다. 차륜화 개량을 통한 K105A1 은 9~11명이던 운용 인력을 5명으로 줄였다.


◇차륜형 105㎜ 자주포는=구형 105㎜ 견인곡사포를 정밀화·기동화한 장비. 오랫동안 우리 군의 사단급 주력 화기였으나 155㎜ K-9 및 K-55 자주포 시리즈가 대량 배치되며 후선으로 밀려나 있던 무기체계다. 사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아 주요 국가에서도 경량화 모델을 공수부대나 신속대응군에 배치하는 정도다. 서방진영에서는 105㎜ 곡사포 대신 첨단지능까지 내장된 신형탄이 속속 등장하는 120㎜ 박격포로 교체하고 있다. 군이 세계적 추세와 달리 구형 105㎜ 곡사포를 차량에 얹힌 이유는 세 가지가 꼽힌다.

첫째, 보유수량이 많다. 약 2,000문으로 탄약도 340만여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탄약 노후화라는 문제는 있어도 여전히 경제적인 무기라는 얘기다. 둘째, 국지전에서 효용성이 증빙됐기 때문이다. 기대했던 박격포보다 경량화 105㎜ 곡사포가 훨씬 정확했다는 미 육군의 아프가니스탄 경험이 K105A1 개발과 배치의 추진력으로 작용했다. 세 번째는 성능. 방열시간이 짧고 정확도가 높다. 제한적이지만 방호 기능도 있다. 운용인원도 8~11명에서 5명으로 줄어들었다.

방열시간 단축은 신속한 사격능력을 의미한다. 겨울철에 11명이 운용하는 105㎜ 견인포의 초탄 발사 시간은 약 4분 30초. 반면 K105A1은 5명이 1분이면 충분하다. 꽁꽁 얼어붙은 땅을 파는 대신 유압으로 작동되는 4개의 다리를 내리면 방열은 끝이다. 더욱이 GPS·내비게이션과 맞물린 탄도계산기로 정확한 사격제원 산출이 가능하다. 손으로 돌려서 포의 각도와 방향을 조정하는 예전과 달리 조이스틱으로 사격 방향을 정할 수 있기에 정확도와 신속성도 높아졌다. 5톤 트럭 위에 방호판이 있어 각종 폭탄의 파편과 소총탄의 피격을 그나마 줄일 수 있다. 사격 후 차량에 탑승해 재빨리 이동하면 생존율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전 세계적으로 공급 물량이 많아 수출 전망도 없지 않다. 오만과 바레인이 네덜란드가 개발한 MOBAT를 일찌감치 운용해왔으나 수량은 합쳐서 24문에 불과하다. 베트남도 월남전에서 노획한 미제 105㎜ 곡사포를 러시아제 우랄트럭에 올렸지만 품질과 가격에서 한국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한국의 계획 물량이 훨씬 커 ‘규모의 경제’가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용인원 감소도 장점으로 손꼽힌다. 병역자원 감소와 병력 축소 속에서 수천명 단위의 병력을 다른 분야로 전용할 수 있다. 군의 보유물량 가운데는 2차대전과 6·25 때 사용하던 곡사포도 있으나 가장 상태가 좋은 포를 골라 개량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포신은 물론 주요 부품을 모두 기존 곡사포에서 전용하면서 신품에 가깝게 재생해 신뢰성을 끌어올렸다. 행사용 예포 정도로 활용되거나 도태될 예정인 무기를 재활용했다고 하지만 개량이라는 마법을 거쳐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다시 태어난 셈이다. 다만 노후한 재고 포탄의 재생 문제와 그에 따른 안전 및 예산 확보가 또 다른 과제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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