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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야단법석]'사무장 퇴직금' 개업 변호사들의 딜레마

사실상 '사건 브로커'인 외근 사무장들

사건 수임 실적에 따라 성과급 가져가

변호사 업계 경쟁 치열이 주요 원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





“퇴직금 주셔야죠”

서초동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변호사 A씨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4년치 퇴직금을 달라는 사무장 B씨의 말이었다. 사무실 직원으로 채용했었으니 퇴직금 지급이 당연한 듯 보이지만 사실 B씨는 ‘외근 사무장’이다.

외근 사무장은 말 그대로 사무실 바깥에서 일하면서 사건을 수임해온다. 이들은 사건 수임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성과급) 형식으로 돈을 받는다. 일종의 ‘법조 브로커’인 셈인데, 현행 변호사법 상 변호사 자격이 없는 사무장 등이 사건을 대신 수임하는 것은 불법이다. 또 변호사 자격이 없는 사람과 변호사가 사건 수임 이익을 나누는 것도 법에 어긋난다.

A씨는 “인센티브제 방식을 근거로 퇴직금 지급을 거절하면 사무장은 ‘변호사법’ 위반을 들고 나온다”며 “직원으로 채용했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에 따라서도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 교대역사 내 전문 변호사 홍보 광고판./이호재기자.




개업 변호사들이 사무장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커진 주요 원인으로 갈수록 치열해지는 업계 경쟁이 꼽힌다. 로스쿨이 도입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 1년에 1,500명이 넘는 변호사가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대형로펌은 차치하고서라도 개인 변호사 업계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심화했다. 사건 수임을 잘 하는 사무장들은 경력 사무장이 돼 변호사 사무실을 이직해가며 사건 수임료 중 본인이 가져가는 성과급 금액을 높인다. 이들은 월급제가 아닌 사건 수임에 따른 성과급제를 요구하고, 많게는 사건 수임료의 15~20%까지도 가져간다. 결국 네트워크가 부족하거나 사건 수임이 잘 안되는 개업 변호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사무장에게 성과급 방식의 월급과 함께 퇴직금까지 지급하고 있다. 실적에 따라 이익을 나누는 성과급제가 아니고서는 경력 사무장을 구하기가 어려운 탓이다.

사무장 눈치 보기 싫은 일부 변호사들은 동기들 몇 명과 모여 작은 사무소를 차리기도 한다. 사무장을 두지 않으니 다달이 사건 수임은 많지 않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영업 때문에 사무장 눈치 봐야하고 영업에 방해될까봐 자유롭게 의견 개진도 못한다”며 “개인 SNS에 속 이야기나 사회 이슈에 관한 글도 쓸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금은 사무장 없이 한 달에 한 건 정도씩 수임하면서 큰 돈은 못 벌지만 스트레스는 덜 받는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인근 한 건물에 입주한 변호사 사무실 안내판./연합뉴스


외근 사무장으로 불리는 사건 브로커 혹은 사무장 로펌이 늘어날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과도하게 사건 수임료를 청구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탓이다. 법무부와 검찰,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법조 브로커 근절을 위해 팀을 구성해 노력하고 있지만 암암리에 이뤄지는 탓에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대형 로펌 10년차 변호사는 “의뢰인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통상 이혼소송의 경우 위자료와 재산분할, 양육권·면접교섭권 조정 등 사안이 복잡해 보통 500만~1,000만원까지도 간다”며 “하지만 사무장들이 상담을 하고 사건을 수임하는 법률사무소들은 이보다 더 높은 단가가 매겨진다”고 설명했다. 사무장들이 착수금에서 일부를 떼어 가기 때문에 변호사가 기존에 벌던 자신의 수입을 유지하려면 단가를 높일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는 “로스쿨 졸업자들이 더 많아지고 변호사시험이 자격시험처럼 되면 이런 상황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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