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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정치]임정수립 100주년…대통령의 메시지, 총리의 메시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식

한미회담 일정에 문재인 대통령 참석 못해

이낙연 총리, 대통령 대독 아닌 '총리 기념사'

대통령은 방미 전 국무회의서 소감 밝혀

지난 11일 19시 19분 서울 여의도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제100주년 기념식이 열렸습니다. 역사적으로 매우 뜻깊은 날이고, 의미 있는 행사인 만큼 당초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기념사를 할 예정이었습니다. 역사적 정의 바로 세우기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대통령인 만큼 임정 수립 100주년 기념사를 통해 여러 중요 메시지를 내려 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2차 정상회담이 중도 결렬된 이후 멈춰버린 한반도 시곗바늘을 다시 작동시키기 위해 미국으로 향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 만나 북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에 이날 기념식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맡게 됐습니다. 기념사 역시 총리 몫이 됐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식./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기자의 눈길을 끌었던 메일이 하나 있습니다. 기념식이 열리기 3일 전 총리 공보실에서 기자들에게 보낸 안내 메일입니다. 총리 공보실 측은 “총리의 기념사는 ‘대통령 대독’이 아닌 ‘총리 명의 기념사’임을 다시 한번 알려드린다”고 강조했습니다. 공보실은 이 같은 사실을 미리 안내하는 배경으로 ‘지난 해 총리의 국회 시정연설’을 꼽았습니다.

당시 대통령 대독이 아닌 총리 자신의 시정연설이었음에도 일부 언론에서 ‘대독’으로 잘못 보도한 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공보실은 “총리는 국회에서 열린 추경 관련 시정연설을 비롯해 수많은 국가적 행사에 정부 대표로 참석해 총리 자신의 메시지를 국민에게 직접 보고하고 전달한 바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즉, 임정 수립 100주년 기념사를 통해 ‘총리 개인의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는 사전 안내였던 겁니다.

그래서 대통령과 총리의 ‘언어’를 비교해보고 싶어졌습니다. 물론 문 대통령은 공식 기념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9일 제14회 국무회의 당시 문 대통령은 “기념식에 참석할 수 없게 되어 매우 아쉽다”며 “4월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온 국민과 함께 벅찬 가슴으로 기념하며 국무위원 여러분과 함께 그 의미를 되새기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자 한다”고 강조한 후 긴 시간을 할애해 임정 수립 100주년에 대한 생각을 밝혔습니다. 사실상 대통령의 임정 100주년 기념사란 평가가 나왔습니다.

100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대통령① “임정은 대한민국 뿌리”…정통성, 현 정부와 연결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대한민국의 뿌리이며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원동력”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해방 이후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는 임시정부의 국호와 국기, 연호와 함께 국민주권과 민주공화국의 원리를 그대로 이어받았다”며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의 법통이 임시정부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민주와 평화를 향한 선대들의 염원을 계승하고 실현해 나갈 것을 다짐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더해 “우리 정부는 100년 전 임시정부가 세운 이상과 염원을 이어 받아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는 첫 번째 정부”라며 임정에서 시작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현 정부와 다시 한번 연결했습니다.

대통령②민주주의 발전에 촛불혁명 기여도 강조

문 대통령은 지난 100년 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발전 과정도 짚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4.19 혁명으로부터 부마항쟁, 5.18 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을 지나 촛불혁명에 이르기까지 국민이 주역이 되어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왔다”며 “세계 민주주의의 역사를 새로 쓴 우리 국민의 민주 역량에 전세계인들이 감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4.19 혁명, 부마 항쟁, 5.18 민주화 운동, 6.10 민주항쟁과 함께 촛불혁명을 민주화 과정에서 핵심 사건으로 재차 추켜세웠습니다.

경제 발전에 대해서는 그간 수 차례 강조했던 경제 규모 세계 11위 국가임을 강조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독한 가난을 극복하고, 세계에서 열한 번째로 경제 규모가 큰 나라로 성장했다”며 “인구 5,000만 명이 넘으면서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는 이른바 ‘30-50클럽’에 가입한 일곱 번째 나라가 됐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작 우리 자신은 우리의 가치를 모를 때가 많다”며 아쉬워 했습니다.

대통령③ 국정 키워드, ‘혁신·포용·정의·평화·번영’ 강조

역사적 갈등에 대한 안타까움도 토로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일부에서 우리의 역사를 역사 그대로 보지 않고 국민이 이룩한 100년의 성취를 깎아내리는 경향이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 대한민국의 국가적 성취를 폄훼 하는 것은 우리의 자부심을 스스로 버리는 일”이라며 “우리가 이룬 역사적 성과를 바탕으로 긍정적 사고를 가질 때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혁신 성장, 포용, 정의, 평화와 번영 등 평소에 강조해온 국정 키워드를 모두 담아냈습니다. 무엇보다 특권과 반칙의 시대를 반드시 끝내야 한다“며 “역사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서서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하는 이낙연 국무총리./연합뉴스


총리①“임정 때 대한민국 기틀 만들어져”…항일 투쟁 강조

문 대통령이 미국에 도착해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던 11일 저녁 이 총리는 여의도 임정 수립 100주년 기념식장을 찾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 총리는 미리 준비한 ‘총리 명의’ 기념사를 시작했습니다. 이 총리는 “제국주의 일본이 조국을 짓밟았던 1919년 3월 1일, 우리 선조들은 조선이 독립된 나라이며, 조선인이 이 나라의 주인이라고 선언했고, 특히 4월 11일에는 민족의 선각자들이 중국 상하이에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세웠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 총리는 “지금 대한민국의 기틀이 그때 만들어졌다”면서 “수많은 의사와 열사들이 일제와 싸우다 그들의 총칼에 숨을 거두셨다”고 후손으로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이 총리는 “지금의 대한민국은 선현들의 염원과 희생 위에 서 있다”며 풍찬노숙의 고난과 죽음의 위험을 견디시고 독립에 헌신하신 임시정부의 모든 선현들을 추모한다”며 거듭 감사의 뜻을 강조했습니다.

총리②북의 침략에 의한 6·25 전쟁, 이산가족·가난의 아픔도 환기

이 총리는 기념식이 열린 여의도라는 공간의 상징성에도 주목했습니다. 이 총리는 여의도에 대해 “대한민국임시정부 광복군 네 분이 해방 사흘 뒤에 맨 먼저 밟으신 조국 땅”이라면서 민주화 초기 선거의 중심지였다는 점과 더불어 “수많은 이산가족들이 눈물로 상봉하신 곳도 이곳”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반도 분단이 북한의 침략에 의한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이 총리는 “임시정부가 활동하던 시기에는 남과 북이 따로 있지 않았다”며 “그러나 해방조국에는 이미 남북 분단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이내 남북에 별도의 정부가 세워졌고, 북의 침략으로 동족상잔의 전쟁이 벌어졌다”고 역사를 되짚었습니다.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으로 인해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60달러,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기억도 떠올렸습니다.

총리③“더 좋은 조국 만들기 위해 다시 도전해야”

이 총리는 “우리는 세계가 주목하는 국가로 발전했으나 우리는 여기서 멈출 수 없다”며 “더 좋은 조국을 만들기 위해 다시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회 갈등이나 경제 환경이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음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간 이 총리가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상황에 우리가 처해 있다는 점을 수차례 말했던 점을 생각해보면 이날도 현재에 좌절하지 말고, 극복하자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 됩니다.

그리도 문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현 정부의 국정 키워드를 열거했습니다.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혁신국가 구현 ▲포용국가 ▲정의국가 그리고 ▲안전국가입니다. 이 총리는 “재해와 재난, 사건과 사고를 줄이고 그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분발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 충칭 임정 청사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2017)과 이낙연 국무총리(2019)./연합뉴스


현 정부의 대통령과 국무총리인 만큼 기본적인 국정철학에 대한 강조는 같습니다. 하지만 대통령과 총리가 특별한 날을 계기로 각각 더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드는 ‘대통령의 메시지’와 ‘총리의 메시지’입니다.

물론 각각 메시지가 어떻든 간에 대한민국의 지향점은 분명합니다. 100년 전 민족 선현들이 이역만리에서 풍찬노숙하면서도, 그리고 일제의 총칼에 쓰러지는 순간에도 끝까지 마음 속에 품었던 바로 그곳입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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