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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 마스터스 역전승]다시, 경배하라

한물간 선수서 '그린재킷 주인'돼

11년만에 메이저대회 정상 올라

마스터스 "집으로 돌아온 것 환영"

네차례 허리수술 등 재활 노력 끝

세계 1,199위서 2년만에 6위로

"1997년엔 아버지와 포옹했는데

22년 지나 자녀들과 포옹" 감격

타이거 우즈가 15일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뒤 환호하는 관중 앞에서 양팔을 들고 포효하고 있다. /오거스타=로이터연합뉴스




타이거 우즈의 어머니(왼쪽부터)와 아들 찰리, 딸 샘, 여자친구 에리카가 15일 우즈의 마스터스 우승을 축하하고 있다. /오거스타=로이터연합뉴스


타이거 우즈(오른쪽)가 지난해 마스터스 우승자 패트릭 리드가 입혀주는 그린재킷을 걸치고 있다. /오거스타=AFP연합뉴스


우리가 아는 타이거 우즈(44·미국)는 변한 게 없었다. 검은색 모자와 검정 바지, 공포의 붉은 셔츠는 14년 전인 2005년과 똑같았고 듬성듬성한 머리카락만 빼면 외모도 서른 살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소 마른 듯했던 체형은 40대 중반의 나이에 오히려 근육질로 더 좋아졌다. 15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진행된 83회 마스터스 우승자 기자회견에서 진행자는 우즈에게 “집으로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한때 ‘추락한 영웅’ ‘한물간 부상 선수’였던 우즈가 마스터스 챔피언으로 돌아왔다. 아무나 못 나가는 높은 참가 기준과 철저한 신비주의 운영으로 유명한 마스터스는 그동안 우즈 덕에 더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우즈는 스물둘이던 1997년에 처음으로 마스터스 우승자가 입는 그린재킷을 입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흑인의 출입을 금지하던 오거스타에서 최연소이자 백인이 아닌 선수로는 처음으로 마스터스를 정복했다. 이후 2005년까지 3승을 더 올렸다. 우즈에게 마스터스는 집이었고 마스터스는 우즈를 집안의 자랑으로 삼았다.

우즈는 2008년 US오픈에서 우승해 메이저 승수를 14승으로 늘렸지만 이듬해 말 떠들썩한 부부싸움의 원인이 성 추문 때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추락한 영웅이라는 오명을 썼다. 2010년 이혼 뒤에도 2013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상금왕에 오르는 등 활약했지만 2014년부터 불거진 허리 통증이 치명적이었다. 우즈는 3년간 네 차례 허리 수술을 받았다. 2017년에는 세계랭킹이 1,199위까지 떨어졌고 무언가에 취한 상태로 운전하다 경찰에 체포된 뒤 약물 양성반응을 보여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우즈는 굴곡과 굴욕의 세월을 보내면서도 골프에 대한 무서운 열정만은 놓지 않았다. 2017년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이전 세 번의 수술과는 다른 척추 유합 수술을 받았고 철두철미한 재활로 부작용을 막았다. 우즈가 다시 메이저 우승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심어준 것은 1년 전이었다. PGA 투어 발스파 챔피언십에서 1타 차 공동 2위에 올랐는데 이 대회에서 헤드 스피드로 최고 시속 129.2마일을 찍었다. 당시 PGA 투어의 모든 선수를 통틀어 시즌 최고 기록이었다. 조금 가벼운 샤프트의 드라이버로 실수와 부상 가능성을 동시에 피하면서도 2013년 때보다 더 강력한 스윙을 완성하고 나왔다.

지난해 브리티시 오픈 공동 6위, PGA 챔피언십 준우승에 이어 플레이오프 투어 챔피언십에서 PGA 투어 통산 80승을 채운 우즈는 14년 만의 마스터스 우승까지 다다랐다. 14년의 시간을 건너 다시 그린재킷을 입은 마스터스 챔피언은 우즈가 유일하다. 2005년 16번홀(파3)에서 골프사에 길이 남을 ‘ㄱ자’ 경사의 칩인 버디를 선보였던 우즈는 올해 같은 홀에서도 우승을 예약하는 버디를 잡았다.

14일 오전9시20분(현지시각) 1번홀을 출발한 우즈는 새벽4시께 일어나 최종 라운드를 준비했다고 한다. 평소에도 까마득하게 어린 후배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새벽부터 몸풀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우즈다. “6개월 전부터 마스터스에 맞춰 샷을 가다듬었다”는 그는 이번 대회에서 340야드 드라이버 샷과 칼날 같은 아이언 샷을 뽐냈다. 나흘간 버디 22개(2위)에 그린 적중률 1위(80.56%)의 눈부신 기록으로 개인 첫 메이저 역전 우승의 미션에 성공했다.

우승 확정 뒤 ‘붉은 포효’로 팬들을 흥분시킨 우즈는 열살 아들 찰리, 열한 살 딸 샘을 뜨겁게 끌어안았다. 우즈는 “1997년에는 아버지(얼 우즈)와 포옹했는데 오늘은 아버지가 된 내가 자녀들을 끌어안았다”고 감격해 하며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메이저 챔피언이 되는 모습을 꼭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주 일어난 사소한 모든 일까지 나와 우리 가족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절대 잊지 못할 기억”이라고 했다.

마스터스 5승, 메이저 15승, PGA 투어 81승의 우즈는 이제 잭 니클라우스(미국)의 최다승 기록인 마스터스 6승, 메이저 18승과 샘 스니드(미국)의 82승 경신에 박차를 가한다. 세계랭킹 12위에서 6위로 올라서 4년 8개월 만에 세계랭킹 톱10에도 진입한 그는 연내 세계 1위 복귀에도 시동을 건다. 우즈는 한동안 쉬다가 5월2일 개막하는 웰스파고 챔피언십에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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